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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심 벌금 4억5000만원 줄었다…1·2심 판결 뭐가 달랐나

중앙일보

입력 2021.08.11 19:06

업데이트 2021.08.11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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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는 정경심 동양대 교수. [연합뉴스]

지난해 12월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는 정경심 동양대 교수. [연합뉴스]

징역 4년. 1심과 같은 징역형을 항소심에서 받아든 정경심(59) 동양대 교수의 표정은 한동안 굳어있었습니다. 수사기관에서부터 1심과 2심까지 “전부 무죄” 전략을 고수했던 정 교수는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피하지 못했습니다.

[法ON] 조국 부부 2라운드 ⑭

서울고법 형사1-2부(부장 엄상필ㆍ심담ㆍ이승련)는 입시 비리 및 사모펀드 비리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정 교수에게 징역 4년과 벌금 5000만원, 추징금 1061여만원을 선고했습니다. '펀드 비리' 혐의에 대한 판단이 달라지면서 1심에 비해 벌금과 추징금이 대폭으로 깎였습니다. 정 교수의 1·2심 판단이 달라진 부분을 중앙일보 [法ON]에서 짚어 드립니다.

입시 비리 “전부 유죄” 1·2심 판단 갈린 쟁점은

조민 ‘7대 허위스펙’ 1·2심 재판부 판단.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조민 ‘7대 허위스펙’ 1·2심 재판부 판단.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항소심은 ‘입시 비리’ 혐의 및 보조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1심과 판단을 같이 했습니다. 이른바 딸 조민씨의 ‘7대 스펙’의 허위성은 모두 그대로 인정했고, 이 허위 스펙이 제출된 서울대 의학전문대학원과 부산대 의전원 입시에 대한 업무방해·위계공무집행방해 등 역시 1심 판단이 틀리지 않다고 봤습니다.

정경심 교수 1·2심 쟁점별 판단.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정경심 교수 1·2심 쟁점별 판단.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다만 펀드 관련 혐의와 증거 관련 범죄에서 1심의 판단을 일부 뒤집었습니다. 먼저 자본시장법상 미공개 중요정보이용에 대한 판단입니다.

정 교수는 2018년 1월 초 조국 전 장관의 5촌 조카 조범동씨로부터 호재성 정보를 듣습니다. 조씨가 실질적인 경영주였던 2차 전지업체 WFM이 군산에 공장을 구입해 2018년 2월부터 가동에 들어갈 것이라는 정보입니다.

정 교수는 이 소식을 들은 1월 초 동생을 통해 장내에서 WFM 주식 1만6772주를 삽니다. 공개되지 않은 중요한 정보를 사전에 입수해 주식시장에서 거래를 한거죠. 이 장내매수 부분은 1·2심 모두 정 교수의 유죄가 인정된다고 판결했습니다.

다만 이 이후에 장외에서 WFM의 실물 주권 12만주를 매수한 것에 대한 판단은 1심과 2심의 결론이 달랐습니다. 1심은 12만주 중 2만주에 대해서는 무죄로, 10만주에 대해서는 유죄로 판단했습니다. 반면 2심은 12만주 매수 전체를 무죄로 판단했습니다.

2심이 10만주 매수를 무죄로 본 것은 ‘주식을 거래한 상대방’이 누구인지에 대한 판단이 1심과 달랐기 때문입니다. 1심은 WFM주식을 갖고 있던 우모씨가 군산공장 가동에 대한 소식을 잘 알지 못한 채 정 교수에게 주식을 팔았다고 봤습니다. 매도인이 모르는 정보를 정 교수만 알고 샀으므로 미공개 중요정보이용에 해당한다는 판단입니다.

반면 2심은 정 교수가 산 주식에 대해 ‘코링크PE가 WFM으로부터 우선매수권으로 산 주식을 정 교수가 다시 산 것’으로 보는게 타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정 교수가 산 10만주의 거래 상대방은 코링크로, 이 회사 실소유주인 조씨가 공장 가동 예정 정보를 이미 알고 있었으니 정 교수가 미공개 중요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샀다고 보는 것은 법리에 맞지 않는다는 판단입니다. 정 교수 측은 항소심에서 “1심이 코링크와 WFM사이 우선매수권의 존재에 대해 판단하지 않은 오해가 있다”고 주장했는데 이 부분이 받아들여진 것으로 보입니다.

이외에 2심은 정 교수가 2018년 2월과 11월에 조씨로부터 미공개 중요정보를 듣고 차명 계좌로 WFM 주식을 산 부분은 1심과 마찬가지로 모두 유죄로 인정했습니다. 미공개 중요정보이용에 대한 판단이 일부 바뀌면서 이를 전제로 기소된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도 일부 무죄로 바뀌었습니다.

정 교수의 벌금이 1심 5억원에서 2심의 5000만원으로 깎인 것은 장외매수 10만주가 무죄가 됐기 때문입니다. 자본시장법은 미공개 중요 정보 이용죄를 처벌할 때 벌금 기준을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의 2배이상 5배이하가 되도록 했습니다.

1심은 10만주를 유죄로 보며 미실현 이익 2억2000만원과 장내매수로 얻은 이익을 합해 벌금을 두 배인 5억원으로 정했지만 2심은 장내매수 이익 1000여만원 가량만 유죄로 인정해 벌금을 5000만원으로 정했습니다.

자택·동양대 PC 증거은닉교사 : 무죄→유죄

정 교수로서는 뜻밖의 ‘유죄’가 추가되기도 했습니다. 바로 자산관리사 김경록씨에게 자택의 PC 저장장치와 동양대 교수실의 PC를 숨기라고 지시한 혐의입니다. 1심은 정교수와 김씨를 ‘증거 은닉의 공범’으로 봐야 하고, 자신의 증거를 숨기는데 공범으로 가담한 정 교수를 현행법으로 처벌할 수는 없다고 판결했습니다.

반면 2심은 1심이 ‘함께 증거를 숨겼다’고 본 행위를 ‘증거를 숨기기 위한 준비 행위’라고 판단했습니다. 즉 직접 증거를 숨긴 게 아니라 ‘숨기라고 지시한 것’이니 정 교수의 행위를 유죄로 처벌할 수 있다는 취지입니다.

정 교수는 김씨를 집 서재로 부르며 서재 PC 전원 코드를 분리해두고, 전자상가에서 저장 매체를 사라고 신용카드를 줬습니다. 또 김씨와 함께 동양대에 내려갔고, 밤늦게 연구실 출입카드로 함께 연구실에 들어갔습니다. 연구실 PC를 반출하기로 결정하고 김씨에게 PC를 서울로 가져가라고 시키기도 했습니다. 항소심은 “이런 행동은 증거를 숨기기 위한 준비 행위거나 증거가 있는 곳으로 이동ㆍ접근행위일 뿐 김씨와 은닉을 분담한 것은 아니다”고 판결했습니다. 덧붙여 1심에서 “조 전 장관과 정 교수가 증거은닉을 공모했다”고 판단한 부분도 그대로 받아들였습니다.

김씨가 정 교수 부탁이 아니었다면 증거를 숨길 이유가 없는 점 등을 고려하면 김씨는 정 교수 지시에 따라 증거은닉을 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판단입니다. 김씨는 증거은닉죄로 이미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의 형을 확정받았습니다.

2019년 8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후보자로 지명되며 시작된 공방은 2년여 만에 법원에서 두 번의 판단을 받았습니다. 조 전 장관 일가 관련 재판 중 가장 주요한 피고인이었던 정 교수는 1·2심에서 모두 징역 4년형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정 교수의 모든 재판이 끝난 건 아닙니다. 정 교수 측은 판결을 검토한 뒤 상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 밖에도 정 교수가 받는 재판은 또 있습니다. 아들 입시 비리로 조 전 장관과 함께 기소된 사건은 이제 1심 재판이 시작되는 단계입니다. 정 교수와 조 전 장관 일가의 남은 재판도 [法ON]에서 꾸준히 전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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