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 사오는 캘리포니아처럼…태양광 늘려 ‘덕 커브’ 수난?

중앙일보

입력 2021.08.11 16:01

업데이트 2021.08.11 16:46

정부가 그간 숨겨졌던 ‘전력시장 외’ 태양광 발전까지 포함하면 지난달 전력 피크시간(오후 2~3시)대 기여도가 11%대 달한다며 태양광 홍보에 나섰지만, 날씨·계절·시간대에 따라 발전량이 들쑥날쑥한 한계는 여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11일 윤영석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전력거래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전PPAㆍ자가용 등 ‘전력시장 외’ 태양광 발전까지 포함한 국내 태양광 발전량은 지난 1월 34.9GW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 태양광 발전량이 가장 많았던 4월(71.7GW)의 절반을 밑돈다. 이는 당시 겨울철 폭설로 태양광 패널 위에 눈이 쌓이고, 기온 하강으로 태양광의 발전 효율이 떨어지면서 전력 생산에 제약이 생겼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경북 구미에 새로 설립된 태양광 발전소. 강주안 기자

경북 구미에 새로 설립된 태양광 발전소. 강주안 기자

같은 달이라고 해도 발전량에 변동성이 컸다. 지난달 피크시간대 태양광 발전이 전체 발전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11.3%를 기록했지만, 3일(2.5%)ㆍ5일(5.8%)ㆍ6일(4.9%)ㆍ7일(5.0%)에는 수치가 뚝 떨어졌다. 흐린 날씨로 일조량이 평소보다 적었기 때문이다. 또 시간대로 나눠보면 1~7월 모두 오후 10시~새벽 5시의 태양광 발전량은 0이었다. 해가 지면 태양광 발전은 전력을 생산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겨울에는 밤에 난방 전력 수요가 급증하곤 하는데, 이때 태양광은 ‘무용지물’이나 다름없다.

문주현 단국대 에너지공학과 교수는 “정부 자료를 보면 지난달 태양광 발전량이 오후 2∼3시 10.1GW였다가 4∼5시 6.1GW로 1시간 만에 발전량이 4GW가 줄어든다”며 “이는 설비용량 1GW급 원전 4기가 정지된 것과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문 교수는 이어 “일몰이 되면 피크 시간대 대비 10GW 이상이 사라지는데, 그만큼 태양광의 전력량이 변동 폭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덧붙였다.

이는 전력 운용의 불확실성을 키운다. 전력 수요를 태양광 발전으로 조달하다가 끊기면 다른 발전원들이 이를 감당해야 해서다. 결국 전력운영 당국은 일조량과 기상변화 등에 따라 변하는 태양광 발전량에 맞춰 짧은 시간 안에 다른 발전원의 가동과 정지를 반복해야 한다.

오리 형태 나타내는 캘리포니아주 전력수요.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오리 형태 나타내는 캘리포니아주 전력수요.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2013년부터 태양광 발전 설비를 크게 늘린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나타나는 ‘덕 커브’(Duck Curve)가 대표적 사례다. 낮에는 태양광 발전을 제외한 나머지 발전원의 전력 수요가 낮은 상태를 유지하다가, 해가 진 이후에 급상승하는 모양이 오리의 모습과 닮았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여졌다.

문제는 다른 발전원인 원전ㆍ석탄발전소ㆍLNG발전소는 바뀌는 전력 수요에 맞춰 발전을 멈췄다 재개하는 게 쉽지 않다는 점이다. 캘리포니아주의 경우 덕 커브에 대응하기 위해 인근 애리조나ㆍ오리건주 등으로부터 전력을 사와 수요를 맞추고 있다.

노동석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 연구위원은 “한국의 경우 원자력ㆍ석탄발전은 기저 발전(상시 가동돼 발전의 기반을 이루는 발전원)이라 LNG발전소가 주로 전력 수요를 맞추는 역할을 하게 되는데, 출력 감소ㆍ증가를 반복해야 한다”며 “잦은 출력변동은 설비수명을 단축할 뿐 아니라 막대한 비용을 초래한다”고 설명했다. 노 연구위원은 이어 “태양광 발전량이 증가할수록 이 현상은 심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변동성을 보완하기 위해 에너지저장장치(ESS)나 양수발전 등을 늘리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으나 아직은 기술 수준과 경제성 면에서 한계가 크다. 윤영석 의원은 “한국은 비상시 이웃 국가에서 전기를 끌어오는 게 불가능한 ‘에너지 섬’”이라며 “기후변화에 영향을 많이 받는 태양광 같은 신재생에너지를 지금처럼 무턱대고 늘릴 경우 전력 수급 불안을 야기하고, 결국에는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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