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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불안해"…ETF 묶음 '초분산 펀드'로 눈 돌리는 투자자들

중앙일보

입력

직장인 이모(45)씨는 지난 6월 'ETF 자문 포트폴리오(EMP·ETF managed portfolio) 펀드'에 1500만원가량을 넣었다. 이 펀드는 자산의 60% 이상을 여러 상장지수펀드(ETF)에 재간접 투자하기 때문에 '초분산 펀드'로 불린다. 이씨가 이 생소한 상품에 투자한 건 증시 변동성이 크다고 느껴서다. 그는 "주식을 사자니 수익을 얼마 못 챙길 것 같고, 돈을 현금으로 묶어두긴 아깝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 나스닥 마켓사이트에 나스닥에 신규 상장한 'Global X Blockchain ETF' 등을 축하하는 메시지가 표시된 모습. EMP펀드는 이런 ETF를 여럿 담아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 연합뉴스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 나스닥 마켓사이트에 나스닥에 신규 상장한 'Global X Blockchain ETF' 등을 축하하는 메시지가 표시된 모습. EMP펀드는 이런 ETF를 여럿 담아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 연합뉴스

EMP 펀드, 올 들어 2785억원 유입

경기 고점 논란, 델타 변이 바이러스 등 증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자 투자자 시선이 EMP 펀드로 향하고 있다. 분산 투자 효과를 극대화해 투자 위험(리스크)을 줄이려는 것이다. 11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 국내에 설정된 EMP 펀드 44개에 연초 이후 2785억원이 순유입됐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1조2321억원이 빠져나간 것과 대조적이다. 최근 석달 동안엔 1075억원이 들어왔다. 2017년 말 1318억원 수준이던 EMP 펀드 총 순자산은 현재 1조2302억원으로 늘었다. 3년 반 만에 몸집이 10배 가까이 불어난 것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EMP 펀드는 주식은 물론 채권과 부동산, 원자재 등 각종 기초자산에 투자하는 ETF를 담아 포트폴리오를 다양하게 구성할 수 있다"며 "증시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시장 영향을 덜 받는 투자에 관심이 커진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EMP 펀드는 기관 투자가의 전유물이었다. 운용사들이 일임형이나 사모 형태로 기관 자금을 받아 펀드를 운용했다. 하지만 최근 ETF 시장 성장세와 함께 개인 투자자의 관심을 끌고 있다. ETF 상품이 다양해지면서 EMP 펀드에 담을 종목의 선택 폭이 넓어져서다. 국내 ETF 시장의 종목 수는 2018년 말 413개에서 지난 10일 502개로 늘었다. 같은 기간 41조원이었던 ETF 전체 순자산도 62조원으로 커졌다.

덩치 커지는 국내 EMP 펀드.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덩치 커지는 국내 EMP 펀드.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다만 EMP 펀드는 안정적 운용을 추구하는 만큼 높은 수익을 기대하긴 어렵다. 국내 EMP 펀드의 연초 이후 평균 수익률은 6.5%다. 국내 주식형 펀드(12.5%)보단 낮지만, 올해 인기를 끈 공모주 펀드(6%)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개별 펀드로 보면, KTB글로벌EMP 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이 18.8%로 가장 높다. 이 펀드는 미국 대형주(SPDR S&P500 ETF TRUST)와 유럽 기업(Vanguard FTSE Europe ETF), 신흥국(ISHARES CORE MSCI EMERGING) ETF에 분산 투자한다. 그 외 삼성 밀당다람쥐글로벌EMP(15%), 키움불리오글로벌멀티에셋EMP(10.6%) 등 글로벌 주식에 투자한 펀드 성적이 양호했다. 반면 주로 채권에 투자한 일부 펀드는 마이너스 수익을 냈다.

오광영 신영증권 연구원은 "어떤 ETF를 담느냐에 따라 성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으니 가입 전에 운용 전략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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