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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16 09:32:48

"소멸시효 지나" 강제징용 피해자 패소…大法 판례 또 뒤집혀

중앙일보

입력 2021.08.11 12:03

업데이트 2021.08.11 16:21

일제 강점기 당시 일본 미쓰비시광업에 끌려가 강제징용을 당한 피해자들이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또다시 패소했다. 지난 6월에 이어 2018년 일본 전범 기업인 신일본제철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단을 뒤집은 두 번째 하급심 판결이 나왔다.

일제 강제노역 피해자 및 유족들이 지난 6월 1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열린 '김양호 판사 탄핵 및 일본 정부 규탄 기자회견'에서 항소장을 들어보이고 있다. 앞서 재판부는 지난 7일 강제징용 피해자 및 유족 84명이 일본제철 등 일본기업 16곳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각하 판결했다.

일제 강제노역 피해자 및 유족들이 지난 6월 1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열린 '김양호 판사 탄핵 및 일본 정부 규탄 기자회견'에서 항소장을 들어보이고 있다. 앞서 재판부는 지난 7일 강제징용 피해자 및 유족 84명이 일본제철 등 일본기업 16곳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각하 판결했다.

법원, 미쓰비시광업 상대 손배소 청구 기각

서울중앙지법 민사25단독(부장판사 박성인)은 11일 강제징용 피해자 5명이 미쓰비시 마테리아루(전 미쓰비시광업)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며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고 판결했다고 11일 밝혔다.

피해자들은 일제 치하에서 강제 연행돼 강제 노역을 하며 정신적·육체적 고통을 입었다며 일본 기업을 상대로 2017년 2월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이날 재판부는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국가는 물론 개인의 배상청구권이 소멸됐다고 본 지난 6월 판결과 달리 기각 사유로 “소멸시효가 지났다”는 점을 들었다. 소멸시효는 일정 기간 권리를 행사하지 않으면 그 권리를 소멸시키는 제도다. 민사상 배상청구권은 불법 행위의 손해나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 안에 행사할 수 있다.

그간 배상청구권 소멸시효를 두고 강제징용 피해자들과 일본 기업 측 해석이 엇갈렸다. 강제징용 피해자들은 2018년 10월 30일 일본 기업의 배상 책임을 처음 확정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기준으로 소멸시효를 따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일본 기업 측은 앞선 대법원 상고심 판결이 나온 2012년 5월 24일을 소멸시효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2012년 당시 대법원은 “신일본제철은 (일제 당시) 구 일본제철의 채무를 승계해야 한다”는 파기 환송 결정을 했다. 이 판결은 파기 환송심을 거쳐 2018년 10월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일본의 강제징용 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로 확정됐다.

역대 한·일 관계 주요 사건, 강제징용 피해 관련 엇갈린 판결, 위안부 손해배상 판결도 엇갈려, 일본 교과서 왜곡 일지 그래픽 이미지.

역대 한·일 관계 주요 사건, 강제징용 피해 관련 엇갈린 판결, 위안부 손해배상 판결도 엇갈려, 일본 교과서 왜곡 일지 그래픽 이미지.

6월은 한일청구권협정 이유, 이번엔 “소멸시효 지났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2012년 5월 24일 대법원 판결로 판시한 청구권 협정의 적용 대상에 대한 법리는 파기환송심 및 재상고심에서 환송 판결의 기속력에 따라 그대로 유지될 수밖에 없다”며 “원고들의 객관적 권리행사 장애 사유는 2018년 10월 30일 대법원 판결이 아닌 2012년 5월 24일 판결로 이미 해소됐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원고들은 2012년 5월 24일 대법원 판결이 선고된 때로부터 3년이 경과해 이 소를 제기했다”며 “원고들은 권리행사의 상당한 기간 내에 이 사건 소를 제기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번 판결은 민사상 소멸시효를 그 근거로 들었지만 근본적으론 2018년 10월 30일 대법원 판결과 어긋난다. 당시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신일철주금(전 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재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확정했다. “양국간 청구권의 완전하고 최종적인 해결”을 명시된 1965년 한일청구권 협정에도 불구하고 ‘반인도적 불법행위로 인한 정신적 위자료 배상 책임’을 인정한 첫 판례였다. 소멸시효가 시작되는 날짜는 분명히 하지 않았다.

하지만 2년여가 지난 뒤 하급심에서는 이를 뒤집는 판결이 연이어 나오고 있다. 지난 6월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부장판사 김양호)는 강제징용 피해자와 유족 85명이 일본제철·닛산화학·미쓰비시중공업 등 16개 일본 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각하한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민사합의34부는 1965년 한일청구권 협정으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개인청구권이 사실상 소멸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청구권협정 제2조는 대한민국 국민과 일본 국민의 상대방 및 국가 및 그 국민에 대한 청구권까지 대상으로 하고 있음이 분명하다”며 “청구권협정을 국민 개인의 청구권과는 관계없이 양 체약국이 서로에 대한 외교적 보호권만을 포기하는 내용의 조약이라고 해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부에 이어 민사단독부가 국제조약법에 근거해 강제징용 배상청구권에 대해 대법원 전원합의체와 정반대 해석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앞서 배상판결을 받은 피해자들의 일본 기업 자산 매각절차와 한일 외교관계에 파장이 미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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