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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BJ가 도박 회원 모집…1000억 가짜 거래소 연 간큰 10명 [영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3개 범죄조직 43명 검거해 10명 구속 

가짜 거래소를 개설한 뒤 유명 BJ를 활용해 회원을 모집하고 주식 선물지수 등락에 베팅하게 하는 방식으로 수십억 원을 챙긴 조직이 무더기로 검거됐다.

강원도경찰청은 11일 선물지수 등락에 베팅하는 방식의 가짜 거래소를 개설한 혐의 등으로 3개 범죄조직 일당 43명을 검거하고, 운영총책 A씨(32)와 운영자, 모집책 등 10명을 구속했다.

A씨 등은 2018년 7월부터 지난 4월까지 서울 성동구 소재 아파트 등에서 국내외 선물 거래 데이터와 실시간으로 연동되는 무허가 사설 HTS(Home Trading System) 프로그램을 활용한 가짜 거래소를 개설한 뒤 선물 지수 등락에 베팅하게 한 혐의다.

주식 선물 지수 등락에 베팅하게 하는 방식으로 수십억원을 챙긴 조직의 운영자 주거지에서 나온 압수물. [사진 강원도경찰청]

주식 선물 지수 등락에 베팅하게 하는 방식으로 수십억원을 챙긴 조직의 운영자 주거지에서 나온 압수물. [사진 강원도경찰청]

운영총책 A씨는 2018년 7월 고향 친구인 운영자 B씨(32)와 가짜 거래소를 개설하고 회원 2000여명을 모집해 베팅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 3월까지 베팅을 위해 대포통장 계좌에 입금한 돈만 620억원에 이른다.

A씨는 2019년 5월 또 다른 고향 친구인 운영자 C씨(32)와 추가로 가짜 거래소를 개설하고 300여명의 회원을 모집했다. 이들 대포통장 계좌에 입금된 돈은 216억원에 달한다.

모집된 회원만 2600여명에 달해 

국내외 선물 거래 데이터와 실시간으로 연동되는 무허가 사설 HTS(Home Trading System) 프로그램. [사진 강원도경찰청]

국내외 선물 거래 데이터와 실시간으로 연동되는 무허가 사설 HTS(Home Trading System) 프로그램. [사진 강원도경찰청]

무허가 HTS 이용 '선물 거래 도박장' 운영 개요.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무허가 HTS 이용 '선물 거래 도박장' 운영 개요.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A씨는 또 지난해 9월 지인인 운영자 D씨(37)와 새로운 가짜 개래소를 개설하고 회원 300여명을 모집했는데 이 거래소 대포통장 계좌에도 154억원이 입금됐다. A씨가 운영한 조직은 총 3개로 회원 2600여명으로부터 입금된 금액만 1000억원이 넘는다. A씨 등은 실제 선물거래와 달리 최대 20배까지 수익이 날 수 있는 ‘레버리지’ 기능을 추가하고 무조건 당일 주식 장이 마감되기 전에 팔아야 하는 규칙도 만들었다.

이번에 검거된 회원 모집책 28명 중 4명은 구속됐다. 모집책은 주로 선물 투자 리딩 인터넷 방송 BJ 또는 선물옵션 정보교환 커뮤니티 운영자였다. A씨는 회원모집을 위해 유명 BJ 등에게 높은 커미션(정산금액)을 제공하겠다고 제안을 한 뒤 프로그램 관리자 계정을 부여했다. 이에 모집책들은 알선한 회원의 손실금과 자신이 받을 커미션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자신의 권유로 가입한 회원의 손실금 중 30~50%가 커미션으로 들어온다는 말에 모집책들은 구독자와 커뮤니티 회원을 대상으로 A씨가 운영하는 사설 선물업체가 투자 안정성이 높은 업체라고 홍보했다. 이 같은 홍보에 수많은 회원이 베팅 대금을 대포통장 계좌로 송금했고 가상의 포인트를 받아 선물거래에 베팅했다.

경찰 조사 결과 운영총책 A씨는 3년간 3개 업체를 총괄하면서 33억원에 이르는 돈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A씨 등은 도박으로 모은 수익금을 대부분 고급 스포츠카 리스비나 명품 시계, 유흥비 등으로 탕진했다.

운영총책 A씨 3년간 챙긴 돈만 33억원

주식 선물 지수 등락에 베팅하게 하는 방식으로 수십억원을 챙긴 운영총책 A씨가 타던 차량. [사진 강원도경찰청]

주식 선물 지수 등락에 베팅하게 하는 방식으로 수십억원을 챙긴 운영총책 A씨가 타던 차량. [사진 강원도경찰청]

주식 선물 지수 등락에 베팅하게 하는 방식으로 수십억원을 챙긴 조직의 운영자 B씨의 주거지에서 나온 압수물. [사진 강원도경찰청]

주식 선물 지수 등락에 베팅하게 하는 방식으로 수십억원을 챙긴 조직의 운영자 B씨의 주거지에서 나온 압수물. [사진 강원도경찰청]

강원도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범죄수익추적팀과 협업을 통해 피의자들 소유의 부동산과 차량, 예금 등 83억원 상당의 범죄수익금을 찾아 법원으로부터 몰수·추징보전 인용 결정을 받았다.

몰수보전은 범죄 피의자가 확정판결을 받기 전에 몰수 대상인 불법 수익 재산을 임의로 처분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원의 처분이다. 추징보전은 특정 재산을 형이 확정되기 전에 빼돌려 추징하지 못하게 되는 상황을 미리 막기 위해 양도나 매매 등 처분 행위를 할 수 없도록 동결하는 조치다.

배은철 강원도경찰청 사이버수사대장은 “선물거래의 경우 업체가 정식 허가를 받았는지 살펴보고, 증권사 등을 통한 안정적인 투자를 해야 하는 만큼 인터넷 방송에서 주식 전문가가 추천하는 업체라고 해도 주의가 필요하다”며 “사설 선물 거래 업체 운영은 현행법상 도박공간 개설로 처벌되고 있어 사설 업체를 이용하는 경우 도박행위자로 처벌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선물지수를 이용한 무허가 자본시장 개설행위를 할 경우 자본시장법위반으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의 벌금이, 선물지수를 이용한 도박행위는 5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경찰은 A씨 일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유사한 범죄조직을 추가로 확인하고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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