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공예박물관 예약율 97.6%, 문 열자 바로 '핫플' 됐다

중앙일보

입력 2021.08.11 10:30

업데이트 2021.08.12 09:49

'공예, 시간과 경계를 넘다' 기획전 전시장, 도예 작가 윤호준의 작품들이 보인다. [사진 서울공예박물관]

'공예, 시간과 경계를 넘다' 기획전 전시장, 도예 작가 윤호준의 작품들이 보인다. [사진 서울공예박물관]

'공예, 시간과 경계를 넘다' 전에 전시된 김익영의 도자. [사진 서울공예박물관]

'공예, 시간과 경계를 넘다' 전에 전시된 김익영의 도자. [사진 서울공예박물관]

자수 보자기, 허동화 박영숙 컬렉션, 서울공예박물관 소장.[사진 서울공예박물관]

자수 보자기, 허동화 박영숙 컬렉션, 서울공예박물관 소장.[사진 서울공예박물관]

지난 한 달간 다녀간 관람객 약 1만 2400여 명. 예약률 97.6%.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인터넷 사전 예약 관람객만 받는데 주말 티켓은 9월 초까지 예약이 꽉 찼다. 박물관 전시 한 번 보기가 말 그대로 '광클로 별 따기(열심히 클릭해야 예약이 가능하다는 뜻)'다.

한국 최초 공예 전문 박물관
7월 16일부터 전시 공개 중
"복잡한 동선 아쉽다" 지적도

지난달 16일부터 관람 개방을 한 서울공예박물관(이하 공예박물관) 얘기다. 코로나 19로 공식 개관은 미뤄졌지만 지난달부터 사전 관람 개방을 한 이곳은 문 열자마자 인기몰이 중이다. 중장년층부터 20~3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마치 기다려왔다는 듯 이곳을 찾고 있는 것. 손톱만한 골무와 보자기, 소반과 항아리, 칠기 그릇, 대나무 스툴이 모두 '작품'으로 특별대우를 받는 한국 최초의 공예 전문 박물관의 화려한 출발이다.

송현동 부지 옆 박물관 

담장 없는 서울공예박물관 전경. 사방에서 자연스럽게 접근이 가능한 열린 구조다. [사진 서울공예박물관]

담장 없는 서울공예박물관 전경. 사방에서 자연스럽게 접근이 가능한 열린 구조다. [사진 서울공예박물관]

서울공예박물관 옥상에서 바라본 전경. 밀림과 같은 송현동 부지가 내려다보인다. [사진 서울공예박물관]

서울공예박물관 옥상에서 바라본 전경. 밀림과 같은 송현동 부지가 내려다보인다. [사진 서울공예박물관]

박물관이 들어선 자리는 옛 풍문여고가 있던 곳. 서울시는 2014년 공예박물관 건립을 위한 기본계획을 세우고 풍문여고(서울 자곡동으로 이전)가 있던 부지를 2017년 매입했다. 북촌과 인사동, 경복궁 등을 잇는 이곳은 최근 이건희 기증관 건립 후보지로 주목받은 '송현동 부지'에서 가장 가까운 곳이다.

이곳은 또 역사적인 장소이기도 하다. 세종이 아들 영응대군의 집을 지은 곳이자 세종이 승하한 곳이고, 고종이 순종의 가례 절차를 위해 세운 ‘안동별궁(안국동별궁)’이 있던 터이기도 하다.

박물관은 이곳에 건물을 새로 짓는 대신 건축비 약 536억원을 들여 풍문여고의 기존 5개 동을 리모델링했다. 증축해 지은 안내동과 한옥 공간(공사 중)까지 합하면 박물관은 총 7개의 공간으로 구성돼 있다.

가장 큰 특징은 박물관에 담장과 문이 없다는 것. 사방에서 자연스럽게 박물관에 접근할 수 있는 열린 구조다. 박물관 마당은 자연스럽게 공공 공원처럼 주변에 개방돼 있다.

전통과 현대를 아우른 콘텐트 

'공예, 시간가 경계를 넘다' 기획전 전시장. [사진 서울공예박물관]

'공예, 시간가 경계를 넘다' 기획전 전시장. [사진 서울공예박물관]

기획전에서 선보인 다양한 달항아리 작품들. [사진 이은주]

기획전에서 선보인 다양한 달항아리 작품들. [사진 이은주]

안나리사 알라스탈로, 항아리 연작 외, 유리, 블로잉, 2020. 서울공예박물관 소장. [사진 서울공예박물관]

안나리사 알라스탈로, 항아리 연작 외, 유리, 블로잉, 2020. 서울공예박물관 소장. [사진 서울공예박물관]

양웅걸, 살레장, 나무, 연귀맞춤, 장부맞춤, (H)1510x900x380cm.[사진 서울공예박물관]

양웅걸, 살레장, 나무, 연귀맞춤, 장부맞춤, (H)1510x900x380cm.[사진 서울공예박물관]

지금 이곳에선 공예 역사를 연대순으로 살피는 상설전 ‘장인, 세상을 이롭게 하다’부터 기획전 ‘공예, 시간과 경계를 넘다’까지 총 7개의 전시가 열리고 있다. 공예 역사를 보여주는 상설전이 '전통'을 강조한 분위기라면, 기획전은 광복 이후 현대 공예의 다채로운 면모를 조명한다. 공예품인 소반과 달항아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을 비롯해 3D프린터로 만든 의자까지 첨단 기술을 품은 한국 공예의 현주소를 볼 수 있다.

보자기 하나하나 '작품'인 곳 

전시 3동에서 열리고 있는 '보자기, 일상을 감싸다' 전. [사진 공예박물관]

전시 3동에서 열리고 있는 '보자기, 일상을 감싸다' 전. [사진 공예박물관]

'보자기. [사진 서울공예박물관]

'보자기. [사진 서울공예박물관]

한국자수박물관을 설립한 허동화(1926~2018)·박영숙(89) 부부가 기증한 컬렉션 5000여 점 중 일부를 공개한 '자수, 꽃이 피다', '보자기, 일상을 감싸다' 전시도 관람객들의 감탄을 불러일으킨다. 화려한 색채와 섬세한 디테일이 돋보이는 자수와 보자기, 골무 등은 우리 일상에 깊숙이 스며 있던 아름다움을 새삼 돌아보게 한다.

이곳에선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자수 유물인 고려 말기의 자수사계분경도(보물 653호), 조선 왕비 대례복의 어깨·가슴·등을 장식한 ‘오조룡왕비보’(국가민속문화재 43호) 등 국가지정문화재 5점도 볼 수 있다.

다채롭고 섬세한 취향 저격  

그런데 왜 지금 공예박물관일까. 장남원 이화여대 미술사학과 교수는 "지금이야말로 공예의 시대"라고 말한다. 그는 "우리 주변에 공예로 이뤄지지 않은 게 없다"면서 "공예 작품은 사소해 보일 수 있지만, 미술작품처럼 누가 설명하지 않아도 직관적으로 보고 즐길 수 있을 정도로 친근하다는 게 큰 강점"이라고 말했다.

전통 공예를 흥미롭고 참신한 대상으로 받아들이고 자신이 경험하고 본 것을 곧바로 SNS로 공유하는 MZ세대도 이 열기의 한 요소다. 이들은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에도 열렬히 환호한다. 우리에게 친숙한 도자기 유물을 해학적으로 변형한 윤호준 작가의 현대 도자, 하지훈의 폴리카보네이트 소반, 김준용의 유리 공예 작품도 공예의 무한한 확장 가능성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꼽힌다.

조아라 공예박물관 주무관은 "라이프스타일 인플루언서들이 전시장을 앞다퉈 찾고 SNS를 통해 인증샷을 공유하고 있다"며 "예술과 생활, 전통과 현대를 이분법적으로 구분하지 않는 이들에게 공예는 아름답고 힙한 것, 내 취향을 대변할 수 있는 아이템으로 받아들여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아쉬움 지적도 

서울공예박물관 건물 외부 모습. 기존 건물을 리모델링했다. [사진 이은주]

서울공예박물관 건물 외부 모습. 기존 건물을 리모델링했다. [사진 이은주]

서울공예박물관 전시동을 잇는 브릿지. [사진 서울공예박물관]

서울공예박물관 전시동을 잇는 브릿지. [사진 서울공예박물관]

그러나 일반 관람객의 긍정적 평가와 달리 전문가들 사이에선 아쉽다는 의견도 없지 않다. 그중 하나가 건축의 완성도다. 천의영 경기대 건축학과 교수는 "기존 건물을 활용하고, 사방으로 열린 구조와 조경 등은 좋다"면서도 "그러나 '한국 최초 공예박물관'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건축물 자체로 주는 감동은 약하다"고 말했다.

그는 "문제는 발주 방식에 있다"고 말했다. '공예'를 전문 박물관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하지 않고 건축 발주를 일반 공공기관 건립할 때와 동일한 발주 방식으로 한 것 자체가 '한계'였을 것이란 지적이다.

한 미술 큐레이터는 "전시 기획자 시각에서 보면 콘텐트가 다소 아쉬웠다"고 말했다. "마치 아트페어 전시장처럼 작품을 나열했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려웠다"는 의견을 말하는 이들도 꽤 있다.

장남원 이화여대 교수는 "공간과 인력 면에서 아쉬움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한국에도 공예 전문 박물관이 생겼다는 것 자체가 반가운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곳이 영국의 빅토리아앤알버트 뮤지엄처럼 한국 대표 공예박물관으로 자리잡기 위해선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다른 박물관과 어떻게 차별화할지 방향을 잡고, 전시뿐만 아니라 조사·연구 부분을 탄탄하게 끌고 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컬렉션과 인력을 강화하는 게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월요일 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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