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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언의 '더 모닝'] "비판적 보도 막을 수단", 정의당의 반대가 옳습니다

중앙일보

입력

안녕하세요? 오늘은 '언론재갈법'이라고 불리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정의당 입장문을 낸 이은주 원내수석부대표(가운데). [중앙포토]

정의당 입장문을 낸 이은주 원내수석부대표(가운데). [중앙포토]

‘정의당은 잘못된 언론보도로 인해 평범한 시민이 피해를 받는 것은 적극적으로 막아야 하며 권력에 대한 언론의 견제 감시 기능은 확고하게 보장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우리는 이것이 언론개혁의 핵심이라고 본다. 그러나 오늘부터 문체위에서 심의하는 언론중재법은 평범한 시민이 언론보도로 인해 받게 될 피해를 막는 일에는 무기력한 반면, 우리 사회의 주요 권력 집단에겐 자신들에 대한 비판적 보도를 막을 목적으로 악용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한다. 나아가 헌법에 보장된 표현 및 언론의 자유를 제한할 우려 역시 크다. 우리는 현재 상태의 민주당 언론중재법에 반대하며 이 법이 그대로 상임위를 통과해 본회의에 상정될 경우, 반대할 것임을 밝힌다.’

어제 이은주 정의당 원내수석부대표가 낸 당 입장문의 서두입니다. 더불어민주당과 열린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개정 작업의 내용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혔습니다. ‘우리 사회의 주요 권력 집단에게 자신들에 대한 비판적 보도를 막을 목적으로 악용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한다’는 대목이 눈에 확 들어왔습니다. 지금 기자들이 가장 걱정하는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정의당 입장문의 끝에는 이렇게 쓰여 있습니다. 다소 길지만 그대로 옮겨 봅니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을 대변하고 있습니다.

‘민주당은 언론중재법을 개혁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무조건 개혁이라는 레터르를 붙이면 악법도 좋은 법이 된다는 식의 민주당의 오만은 시민의 개혁의지를 꺾고 개혁을 하찮은 권력 추구행위로 변질시킨다. 개혁의 오용과 남용이야말로 이번 정권이 미래세대에 남기는 가장 큰 짐이라고 생각한다. 민주당도 언젠가는 야당이 될 수 있고, 권력을 비판하는 언론의 역할에 기대게 될 것이다. 언론이 거대 권력에 맞서 자기 목소리를 내는 데 두려움을 갖지 않을 때, 우리는 조금 더 나은 민주주의를 만들 수 있다. 지금 민주당이 하는 일은 미래에 우리가 가져야 할 민주주의의 토대를 무너뜨리는 일이다. 우리가 경고하는 것은 바로 이것이다.’

권력과 자금력을 가진 개인이나 집단에 언론을 더욱 쉽게 압박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하는 법률을 만드는 것을 결코 개혁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민주당도 언젠가는 야당이 될 수 있고, 권력을 비판하는 언론의 역할에 기대게 될 것이다.’ 불과 5년 전에 보수, 진보 성향을 막론하고 한국의 모든 언론이 최서원씨 국정 농단 사건을 집중적으로 보도했고, 그 덕에 민주당이 정권을 얻었습니다. 벌써 잊었습니까? 아니면 기억이 너무 생생해서 그릇된 권력 사용에 대한 비판을 틀어막아야 한다는 생각에 이른 겁니까?

정의당 입장문 첫 줄에 ‘잘못된 언론보도로 인해 평범한 시민이 피해를 받는 것은 적극적으로 막아야 하며’라고 쓰여 있습니다. ‘시민의 피해 방지 및 구제’가 민주당이 내세운 법 개정의 명분이기도 합니다. 지금 옆에 중앙일보가 있다면 한번 쭉 넘겨 보십시오. 평범한 시민을 괴롭히는 것으로 보이는 기사가 단 한 개라도 있습니까? 요즘 어느 신문에서나 평범한 시민이 비판 또는 비난의 대상으로 등장하는 기사를 찾기가 어려울 것입니다.

‘시민의 피해’를 넓게 보면 편파적 보도, 부실한 보도, 과장된 보도로 인한 피해가 포함될 것입니다. 이런 문제를 줄이기 위한 논의와 개선책 강구는 필요합니다. 기자들도 반대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를 핑계 삼아 언론에 재갈을 물리고 권력에 보호막을 두르려는 것은 너무 속이 빤히 보이는 행동입니다. 그런 시도가 성공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너무 노골적으로 의도를 드러내는 바람에 그 속셈을 천하가 알아버렸습니다.

어제 국회 상임위에서 이 법안을 놓고 여야가 싸움을 벌였습니다. 여당의 궁색함이 회의장에서도 드러났습니다. 관련 기사가 중앙일보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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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중재법, 민주주의 토대 무너뜨린다" 정의당도 반대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10일 징벌적 손해배상 적용을 담은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심의했다. 도종환 위원장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10일 징벌적 손해배상 적용을 담은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심의했다. 도종환 위원장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언론에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부여하는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놓고 10일 여야가 격돌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어  더불어민주당이 지난달 27일 소위원회에서 단독으로 강행 처리한 개정안을 심의했다. 당초 민주당의 단독 처리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이날 회의에선 법안 상정과 토론만 이뤄졌다.

국민의힘은 회의 시작부터 “언론을 규제하는 악법”이라고 성토했다. 국민의힘 문체위 간사인 이달곤 의원은 “기본적으로 소위 의견이 합리적, 합법적, 통상적으로 국회 운영원리에 맞게 (처리)됐다고 보지 않는다”며 “민주주의에서 제4부에 해당하는 언론에 관련된 문제다. 여당 일방적으로 (소위) 의결이 됐기 때문에 의결로 받아들이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민주당 간사인 박정 의원은 “소위 진행 과정이 매끄럽지 못한 점, 야당에 불필요한 오해를 드린 점 등은 유감”이라면서도 “소위 차원의 네 차례 논의를 이어갔고 당일 소위에서는 밤 9시 넘어서까지 민주당이 준비한 수정 의견에 대해서 조문 하나하나 축조심사를 했다”고 맞섰다. 같은 당 김승원 의원은 “민주당 자체적으로 10여 회에 이르는 전문가들, 언론 종사자들과의 간담회를 거쳐서 발의된 개정안을 토대로 법안 소위를 통과했다”고 주장했다.

회의 전부터 민주당에선 “최대한 야당과 협의를 하겠지만, 오늘 곧바로 의결할 가능성도 있다”는 말이 나왔다. 소위에 이어 전체회의에서도 언론중재법을 단독으로 강행 처리할 수 있다는 으름장이었다. 이에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회의에서 “임대차 3법 등 속도전으로 밀어붙여 실패한 법안의 파장을 경험했다. 똑같은 실수를 범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이날 회의가 유튜브에 중계되지 않고 있다는 야당의 항의에 대해 전용기 민주당 의원(오른쪽)이 중계 화면을 들어 보이는 모습. 임현동 기자

이날 회의가 유튜브에 중계되지 않고 있다는 야당의 항의에 대해 전용기 민주당 의원(오른쪽)이 중계 화면을 들어 보이는 모습. 임현동 기자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한국의 언론 자유, 민주화를 위해 가장 열심히 싸운 민주당의 고귀한 가치를 스스로 부정하는 법안”이라고 개정안을 비판했다. 그는 민주당 의원들을 향해 “대한민국의 언론 자유를 가장 강력하게 수호한 대통령이 김대중 대통령”이라며 “(개정안의) 내용, 가치, 절차를 한번 생각해 봐라. 언론 오보에 대한 책임 부과는 사실상 언론 통제”라고 말했다.

여야 지도부는 이날 오전부터 관련 법 처리를 놓고 정반대의 주장을 쏟아냈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정책조정회의에서 “언론 통제와 재갈 물리기에 1도 관심 없다”며 “언론중재법은 가짜뉴스 피해 구제법이 더 정확한 명칭이다. 이것이 본질이고 전부”라고 주장했다. 반면에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유신정권 때도 유례를 찾기 힘든 언론 통제 시도는 결국 이 정권에 화로 돌아갈 것”이라고 했다.

한편 범여권으로 분류되는 정의당은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냈다. 이은주 정의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소통관에서 정의당 의원총회 결과를 발표하며 “현재 상태의 민주당 언론중재법에 반대하며 이 법이 그대로 상임위를 통과해 본회의에 상정될 경우 반대할 것임을 밝힌다”고 말했다. 반대 이유로는 “주요 권력 집단의 비판적 기사를 막을 수단을 제공한다. 헌법에 보장된 표현 및 언론의 자유를 제한할 우려 역시 크다”고 설명했다. 이 원내대변인은 그러면서 “무조건 개혁이라는 레떼르를 붙이면 악법도 좋은 법이 된다는 민주당의 오만은 개혁을 하찮은 권력 추구 행위로 변질시킨다. 지금 민주당이 하는 일은 민주주의의 토대를 무너뜨리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심새롬·성지원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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