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시론

“중환자실 줄여 코로나에 대응” 언제까지 갈 수 있나

중앙일보

입력 2021.08.11 00:33

지면보기

종합 29면

심미영 서울대병원 소아간호과장·병원중환자간호사회 회장

심미영 서울대병원 소아간호과장·병원중환자간호사회 회장

코로나19 4차 대유행으로 환자가 매일 1000명 이상 쏟아지고 있다. 병원마다 코로나 중환자가 증가하면서 일반 중환자 병상을 다시 줄이고 있다. 코로나 중환자에게 투입해야 하는 간호인력이 일반 중환자보다 최소 3배여서 필요한 간호 인력 확보를 위해 일반 중환자실 병상 수를 대폭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중환자실 간호사 선진국의 절반
14년째 멈춘 ‘간호 등급’ 조정해야

코로나 위중증 환자는 급격히 상태가 나빠지는 경우가 많지만, 지역 간 중환자 이동이 쉽지 않다. 이 때문에 1, 2, 3차 대유행 때 위중증 환자들은 치료 가능한 병원을 찾고 전원(轉院)을 기다리다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하기도 했다.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밀려난 일반 중환자는 코로나 환자로 인해 부족해진 중환자실 자리를 기다리며 입원조차 어려운 상황이 지속했다. 그야말로 악순환이다. 만일 중환자실 간호사 인력이 넉넉하게 있었더라면, 그래서 일반 중환자실을 덜 줄였더라면 우리나라의 중환자실이 그렇게까지 힘겹지는 않았을 것이다.

중환자실은 말 그대로 대단히 상태가 중한 환자가 입원해 여러 가지 복잡한 치료를 받는 곳이다. 그렇기에 일반인은 가족이 중환자실에 입원했다는 말만 들어도 겁에 질린다. 그러나 이번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중환자실은 임종 직전 환자가 와서 사망하는 곳이 아닌, 위중한 환자도 살아나올 수 있는 곳이라는 인식을 하게 됐다. 코로나로 위중증이 된 환자들은 고령이거나 기저질환이 있는 경우가 많아 고난도 치료가 필요하지만, 우리나라의 뛰어난 의료 기술로 코로나 위중증 환자 치명률은 어느 나라보다 낮다.

이렇게 코로나 위중증 환자의 치료 성적이 좋은 데에는 중환자실 의료진의 헌신적인 희생이 뒷받침됐다고 평가받는다. 실력 있는 의사, 간호사, 지원 인력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주어진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본인의 역량과 체력의 한계를 넘어서는 업무도 마다치 않고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더는 의료진의 사명감과 헌신만으로 이 체계를 유지해나갈 수는 없다. 의료진도 적절한 휴식과 재충전이 필요한데 2년째 계속돼온 코로나 사태로 몸과 마음이 소진(Burn out)됐다. 코로나가 대유행할 때마다 주먹구구식으로 인력 채우는 데 급급했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계획적인 업무와 휴식이 제공되는 환경에서 근무하는 환경이 갖춰져야 한다.

우리나라 중환자실 간호사 인력 배치는 선진국의 절반 수준이라 환자에게 제공되는 간호 서비스 수준도 그에 비례할 수밖에 없다. 이렇다 보니 간호사들은 일을 정신없이 빠르게 하거나, 시간외근무를 하거나, 그도 아니면 업무 일부를 빠뜨릴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는 곧바로 환자의 안전에 위협요소가 된다. 환자의 자세를 자주 바꿔주지 못해서 욕창이 생기는 등 좀 더 세심하게 간호해야 하는 항목에서 미비한 부분이 생기게 된다.

간호 1등급 기준을 충족하는 상급종합병원도 중환자실 간호사 한 명이 환자 두세 명을 담당하게 된다. 돌보는 환자 한 명이 매우 위중해 에크모(체외막 산소공급장치) 등의 치료를 받는다면 그 환자에게 시시각각 행해지는 복잡한 처치들을 수행하느라 다른 담당 환자에게는 불가피하게 소홀해질 수 있다.

이렇게 간호 인력이 적게 배치된 이유는 보건복지부의 중환자실 간호등급 기준이 14년째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간호사 배치 수준을 결정하는 간호등급이 간호 요구도 증가에 따라 조정돼야 하는데도 기준에 변화가 없으니 의료기관에서도 간호사를 증원하지 않는다.

평소 간호인력이 더 배치돼야 지금 같은 감염병 상황에서 유연한 대처가 가능해진다. 중환자실이 더 안전한 공간이 되도록 하려면 급박한 코로나 사태를 막기 위한 일시적 대책만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정책이 수립되길 바란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Innovation Lab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