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똑같은 파도는 절대 오지 않는다, 불평하지 마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이번 도쿄올림픽에서 ‘명품 해설’로 화제를 모은 송민 대한서핑협회 이사. 서핑을 인생에 비유한 해설로 큰 인기를 얻었다. [유튜브 캡처]

이번 도쿄올림픽에서 ‘명품 해설’로 화제를 모은 송민 대한서핑협회 이사. 서핑을 인생에 비유한 해설로 큰 인기를 얻었다. [유튜브 캡처]

“지금 경기가 펼쳐지는 해변은 파도가 좋았던 적이 없다. 선수들이 불평할 필요는 없다. 주어진 상황에서 열심히 해야 한다. 아마 (서핑이) 인생하고 닮은 점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서핑계에서 가장 많이 쓰는 말이 ‘똑같은 파도는 절대 오지 않는다’ 이다. 좋은 파도를 고르는 것도 선수의 역량이다.”

올림픽 해설스타 된 송민 서핑협회 이사 #영상 하루 100만뷰, 최고 해설 찬사 #“주어진 상황 최선…서핑, 인생 닮아 #파도를 기다리는 건 설렘입니다”

도쿄올림픽 중계 방송과 관련해 각종 막말 파문이 논란이 된 가운데 인상깊은 해설로 주목받은 사람이 있다. 서핑 중계 해설을 맡았던 송민(42) 대한서핑협회 이사다. 부산에서 서핑 장비 유통 업체를 운영하는 그는 국가대표팀 감독을 겸직하고 있다.

특히 지난달 27일 남자 서핑 결승전 해설 영상에는 “종목 경계를 넘어 한국 최고의 해설 급이다” “선수가 아니라 해설에 점수 드려야 한다”는 호평이 이어졌다. 8일 방송사가 다시 올린 해설 편집 영상은 하루 만에 조회 수 100만을 넘었다. 9일 그와 전화 인터뷰를 했다.

이번 도쿄올림픽에서 ‘명품 해설’로 화제를 모은 송민 대한서핑협회 이사. 서핑을 인생에 비유한 해설로 큰 인기를 얻었다. [유튜브 캡처]

이번 도쿄올림픽에서 ‘명품 해설’로 화제를 모은 송민 대한서핑협회 이사. 서핑을 인생에 비유한 해설로 큰 인기를 얻었다. [유튜브 캡처]

해설을 맡게 된 계기는.
“앞서 KBS에서 해설 없는 서핑 경기를 송출했다. 서핑하는 이들이 해설이 없어 아쉬워했다. 평소 알던 PD가 제안을 했다. 기본 정보만 메모하고 대본 없이 했다. 첫 정식 종목이 됐지만, 국내 선수 출전은 못 했다. 해설을 통해 서핑이 긍정적인 삶의 변화를 끌어낼 수 있다는 걸 많은 분께 알리고 싶었다.”
언제 서핑을 처음 접했나.
“2003년 호주 어학연수를 갔다가 시드니 공대에 진학했다. 처음 다니던 어학원 근처에 맨리 해변이 있었다. 맨리는 1964년 세계 서핑선수권 대회가 처음 열린 곳이다. 브라질, 일본 등에서 온 어학원 친구들이 다 서핑을 하더라. 용돈을 아껴서 장비를 사고 서핑을 시작했다.”
서핑을 업으로 삼게 된 계기는.
“2008년쯤 한국 친구들이 원하는 서핑 장비를 호주에서 구해주며 시작됐다. 서핑은 자연이 만든 힘에 기대는 운동이다. 언제 어떤 파도가 올지 예측하기 어렵다. 내가 파도에, 자연에 순응하고 맞춰야 한다. 그렇게 주어졌을 때는 최대한 즐겨야 한다. 인생의 과제나 도전들을 서핑을 시작한 뒤 좀 더 긍정적으로 마주할 수 있게 됐다. 방관하고 기다리는 것이 아닌 긍정적인 삶의 방식을 배웠다.”
외국과 한국의 서핑 문화를 비교하면.
“외국에서 서핑은 개인적인 스포츠다. 몰려다니는 걸 경계한다. 사람이 많아지면 바다에서 즐길 수 있는 게 제한되니까. 우리나라는 동호회 문화가 발달하니 그룹으로 함께 즐기는 문화로 전파되고 있다. 서핑은 ‘다이내믹 코리아’ 구호와도 잘 어울린다.”
어느 정도 배워야 즐길 수 있나.
“유튜브로 배우면 되지 않냐 하실 수도 있지만, 바다는 위험한 곳이다. 최소 3번 이상 검증된 교육을 받으면 안전하게 즐길 수 있다. 계절별 좋은 장소들이 다양하다. 강원도, 경북 동해안 라인, 부산, 경남 남해나 창원, 전남이나 충남 태안, 제주도 등 서핑할 곳은 많다. 이번 주는 동쪽 다음 주는 서쪽, 이렇게 전국에 숨겨진 곳들을 다니면 우리나라가 새삼 파도타기 좋은 곳, 아름다운 곳이구나 느낄 수 있을 거다.”

인터뷰 동안 그는 서핑을 종종 삶에 비유했다. “어떤 파도가 올지 몰라도 긍정적인 마음으로 기다리다 보면 기어코 마주합니다. 기다림은 고통과 지루함일 수 있지만, 파도를 기다리는 시간은 설렘의 시간입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