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통신선 이었다 끊었다 ‘연합훈련 흔들기’

중앙일보

입력 2021.08.10 19:14

업데이트 2021.08.10 19:28

남북 통신선이 복원된 지난달 27일 오후 군 관계자가 서해지구 군 통신선을 이용해 북한과 통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남북 통신선이 복원된 지난달 27일 오후 군 관계자가 서해지구 군 통신선을 이용해 북한과 통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이 한ㆍ미 연합훈련에 반발하며 주한미군 철수까지 공식 거론한 10일 오후 군 통신선과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채널을 통한 정기통화에 응하지 않았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오후 5시 남북공동연락사무소의 마감 통화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이와 관련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여정 담화 후 북한 통화 불응
복구 14일 만에 다시 불통
통신선 차단술 사전 준비한 듯

앞서 군 관계자도 “동해지구와 서해지구 군 통신선에서 오후 4시 정기통화가 모두 이뤄지지 않았다”며 “기술적인 문제 때문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11일 오전 개시통화를 시도하며 북한의 의도를 확인할 방침이다.

북한의 통화 불응은 이날 오전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연합훈련 실시를 비판하며 주한미군 철수를 공개 요구하는 담화를 발표한 뒤 발생했다. 당초 북한은 이날 오전엔 군 통신선과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채널을 통한 개시통화에 응했다.

북한은 지난해 6월 국내 일부 탈북자들의 대북 전단 살포를 이유로 남북 통신선을 차단한 뒤 413일만인 지난달 27일 통신선 복원에 합의했다. 당시 남북은 동시 발표를 통해 “남북 정상 간의 합의에 따라 통신선을 복원키로 했다”며 “상호 신뢰를 회복하고, 남북관계 발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북한이 통신선 연결 14일 만에 이를 차단함에 따라 북한이 통신선을 복구하면서 직후 불응하는 방법까지 포함한 대남 압박술을 사전에 준비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북한이 한ㆍ미 연합훈련 일정을 염두에 두고 통신선을 복구한 뒤 다시 차단해 역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은 남북 관계에 대한 불만 차원에서 관계를 경색시킬 때나 복원에 나설 때 통신선을 신호탄으로 활용하곤 했다”고 말했다.

특히 남은 임기 10개월이라는 시간적 한계가 있는 문재인 정부를 상대로 북한은 통신선 복구와 불통을 반복해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하려는 심리전을 구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때문에 정부가 북한의 ‘통신선 복구 이후’전략을 간과한 채 북한의 통신선 복구 호응에 과도한 의미 부여를 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통신선 연결을 발표할 당시 한ㆍ미는 이미 연합훈련을 코앞에 둔 상태였다. 하지만 정부가 통신선 복구 이후 북한의 압박술에 대비해 사전에 꼼꼼하게 대응을 준비했는지는 불분명하다.

오히려 지난 1일 김여정 부부장이 “희망이냐 절망이냐? 선택은 우리가 하지 않는다”는 짤막한 담화로 연합훈련 중단을 요구하자 여당 내부에서까지 훈련 실시와 연기로 갈리며 ‘남남 이견’을 노출했다. 통신선을 열고 닫으며 북한의 ‘연합훈련 흔들기’가 먹히는 듯한 모양새다.

북한은 통신선 복구를 조선중앙통신 보도로 알렸지만, 노동신문 등 북한 주민들이 접하는 매체에는 공개하지 않았다. 북한 주민들은 조선중앙TV나 노동신문 이외에 조선중앙통신에 접근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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