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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바백스·모더나 리스크에 '50세 미만 AZ 접종'만지작?…현실화 가능성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하반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수급이 줄줄이 차질을 빚으며 당국 고민이 커지고 있다. 하반기 주력 백신 가운데 모더나는 계속되는 도입 일정 변경에 앞으로의 상황을 장담할 수 없게 됐고, 노바백스 역시 미국 승인 신청을 거듭 연기해 연내 공급이 불투명해졌다. 혈전증 우려로 50세 미만에 접종이 제한된 아스트라제네카(AZ)를 50세 미만 접종에 활용하는 방안까지 언급되고 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중앙방역대책본부장)이 9일 오후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청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도입 및 접종계획 등을 발표하는 보건복지부-질병관리청 합동브리핑에 입장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중앙방역대책본부장)이 9일 오후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청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도입 및 접종계획 등을 발표하는 보건복지부-질병관리청 합동브리핑에 입장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AZ 연령 조정 가능성 내비친 당국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9일 백신 수급 관련 브리핑에서 모더나 백신의 물량 부족에 따라 AZ 접종 연령을 낮춰 활용할 수 있는지 묻는 질의에 “AZ 백신은 18세 이상으로 허가 나 있기 때문에 백신의 수급 상황이나 유행 상황에 따라 허가 범위 내에서 언제든지 접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 청장은 “유행 상황과 백신 수급 상황, 이상 반응에 대한 발생현황 등을 고려해 예방접종전문위원회에서 50세 이상을 권고하는 입장인데 이런 상황이 변동되면 전문가 자문, 예방접종전문위원회 심의를 거쳐 검토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10일 중앙방역대책본부 브리핑에서도 “향후 상황에 따라 검토할 수 있다”(김기남 코로나19예방접종대응추진단 접종기획반장)는 입장을 밝혔다. 이를 두고 최악의 상황이 닥칠 경우 AZ 연령을 낮춰 모더나 대신 젊은 층 접종에 활용할 수 있다는 걸 시사한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현재 바이러스 벡터 백신인 AZ와 얀센 백신은 혈소판 감소성 혈전증(TTS) 발생 가능성 때문에 50세 이상에만 접종이 허용된다.

충남의 한 예방접종센터에 시민들에게 접종할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이 보관돼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충남의 한 예방접종센터에 시민들에게 접종할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이 보관돼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2차 접종 주기 길어 고민, 물량도 빠듯” 

그러나 추진단 관계자는 AZ 활용 가능성에 대해 “심각하게 검토하고 있다기보다, 원론적 차원의 발언으로 봐야 한다”며 “AZ 활용을 대안으로 검토해본 적도 없지만, AZ 물량은 이미 쓸 만큼 써서 다 끝나간다”고 말했다. 현재 AZ와 개별계약으로 확보한 2000만회분 가운데 상당수인 1355만7000회분이 이미 도입됐고, 10일 기준 477만회분 가량 남아있다. 이 물량에 더해 추후 들어올 600만여회분은 12일부터 이뤄지는 60~74세 2차 접종에 상당수 쓰일 예정이다. 코백스 퍼실리티(국제 백신 공유 프로젝트)를 통해서도 일부 물량이 들어올 예정인데, 일단 지난 6월 들어오려다 밀린 83만5000회분이 이달 말께 도입된다. 나머지는 4분기에 예정돼 있기 때문에 이달 말부터 내달까지 진행될 18~49세 접종에 투입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는 게 추진단 설명이다. 서둘러 2차 접종을 끝내야 하는 상황에서 AZ 백신 접종 주기가 12주로 긴 것도 고민스러운 부분이다. 정재훈 가천대 길병원 예방의학과 교수는 “유행이 커지면 접종으로 얻을 수 있는 이득이 커질 수 있어 위험·이득 평가는 유동적”이라면서도 “무엇보다 2차례 접종이 중요한데, AZ는 접종 간격이 3개월로 돼 있다. 지금 접종하면 11, 12월에 2차 접종해야 하는데 리스크(위험)가 크다”고 말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비상상황에서는 특단의 조처가 나올 수 있겠지만 젊은 층에는 AZ, 얀센 등의 TTS 위험이 크다”며 “연령 조정을 하게 되더라도 이득과 위험을 투명하게 따져본 뒤 근거를 갖고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해외 사례를 살펴보면 호주가 60세 이상에만 AZ를 접종하도록 했다가 델타 변이가 퍼지자 연령 제한 없이 모든 성인에 사용을 허용한 바 있다.

충남 계룡시의 한 병원에서 의료진이 50대 시민들에게 접종할 모더나 백신을 신중히 준비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충남 계룡시의 한 병원에서 의료진이 50대 시민들에게 접종할 모더나 백신을 신중히 준비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불안한 수급, “1년째 혹독한 대가”

모더나 부족분은 일단 접종 주기를 늘리는 식으로 땜질 처방했지만 백신 수급 상황은 한동안 불안정할 것으로 보인다. 모더나는 이달 예정된 물량보다 구체적으로 얼마나 줄어 언제 들어올지 알 수 없다. 이달 못 들어온 물량이 내달 더해져 들어올지도 불확실하다. 4000만회분을 계약한 노바백스는 미국 현지 승인이 4분기로 또 미뤄져 연내 공급이 불투명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사전검토하고 있지만 필요한 자료가 아직 안왔고 언제 허가를 신청할지 알 수 없어서다. 얀센 600만회분의 공급 일정도 안갯속이라 사실상 화이자 백신에만 기대는 실정이다. 정부는 그런데도 비밀유지협약을 이유로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하지 않은 채 9월 말까지 70%에 1차 접종, 11월 말까지 2차 접종 완료 목표가 차질 없이 진행될 거란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정부는 강도태 보건복지부 2차관을 중심으로 한 대표단을 금주 중 미국 모더나를 찾아 백신 공급 차질 문제에 항의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확약을 받아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계약서상에 공급 일정이 명시되지 않아 이번 공급 차질을 계약 위반으로 볼 수는 없다고 한다. 정부가 할 수 있는게 별로 없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백신 정책의 방향을 잘못 잡은 것에 대한 대가를 1년째 혹독하게 치르고 있는 것”이라며 “모더나를 상대로 대통령까지 나서서 노력을 많이 했지만 결국 속았다고 봐야 한다. 속지 않았다고 하기엔 불공정한 계약에 세금을 넣은 것밖에 안 된다. 그러지 않았다면 화이자에 집중해서 더 많은 물량을 확보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우주 교수는 “계약서에 분명히 언제를 목표로 하지만 차질이 생겼을 땐 면책이라는 내용이 적혀 있을 것이다. 이런 일이 벌어지기 전에 일찌감치 관계 설정을 하고 선제적으로 가야 했는데 차 떠나고 손 흔드는 격“이라며 “1차 접종 70%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그렇게 해도 확산세가 쉽게 잡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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