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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이 나라 성패에 달렸다” 14억 인구에 쏠린 눈

중앙일보

입력

그리스 에비아 섬에서 9일(현지시간) 발생한 대형 산불. 지난달부터 세계 전역에서 이상 기온으로 인한 대규모 화재·홍수가 끊이지 않고 있다. [AP=연합뉴스]

그리스 에비아 섬에서 9일(현지시간) 발생한 대형 산불. 지난달부터 세계 전역에서 이상 기온으로 인한 대규모 화재·홍수가 끊이지 않고 있다. [AP=연합뉴스]

섭씨 1.5도. 

현재 과학자들이 기후 재앙의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임계점)’로 보는 지구의 평균 기온 상승폭이다. 이 마지노선이 기존보다 10년 가까이 당겨졌다는 유엔 보고서가 최근 발간되면서, 각국이 보다 적극적인 행동을 서둘러야 한다는 환경학자들의 목소리도 힘을 얻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영국 BBC 방송은 세계가 기후변화 대처에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는 ‘이 나라’에 달려있다고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바로 14억 인구의 중국이다. BBC는 보도를 통해 탄소배출량이 전세계에서 가장 많으면서, 국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에너지 전환 정책을 추진하는 중국을 집중 조명했다.

①왜 중국인가…전세계 탄소배출량 1위

중국 네이멍구 다라터기(旗)의 석탄화력발전소의 모습. 굴뚝에서 뿜어져 나온 회색빛 연기가 도시의 하늘을 뒤덮고 있다. [중앙포토]

중국 네이멍구 다라터기(旗)의 석탄화력발전소의 모습. 굴뚝에서 뿜어져 나온 회색빛 연기가 도시의 하늘을 뒤덮고 있다. [중앙포토]

영국 랭커스터대 환경센터의 데이비드 타이필드 교수는 BBC에 “중국이 탈탄소화를 하지 않는 한 우리는 기후변화를 이길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도 그럴 것이, 중국은 절대적인 탄소 배출량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나라다. 국제과학 공동협의체인 글로벌카본프로젝트(GCP)의 2020년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2006년 미국을 제친 이후 줄곧 전세계에서 탄소배출량이 가장 많은 나라로 기록되고 있다.

2019년 기준 중국의 연간 탄소 배출량은 약 27억 7693만t으로 2위인 미국(14억 4232만t)의 두 배 가까이 된다. 인구 14억 명이 사용하는 절대 탄소량이 많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말은 곧 중국의 적극적인 협조 없이는 전세계가 온난화의 주범인 탄소 배출량 총량을 관리하기 어렵다는 얘기가 된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해 9월 화상으로 열린 유엔총회에서 “2060년 이전에 탄소 중립(제로)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시 주석은 파리기후협약(2015년)에서 중국이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임을 암시하면서 “기여도를 높이고 강력한 정책을 펴겠다”고도 강조했다.

물론 1인당 탄소 배출량은 미국 등 서구 국가들이 상위를 차지하고 있어 중국만 탓할 수는 없다. 지난 3월 미 블룸버그 통신이 세계은행 자료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1인당 연간 탄소배출량(소비량)이 가장 많은 나라는 미국ㆍ사우디아라비아(17.6t)로 공동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캐나다(15.7t), 그 뒤로 호주(14.9t), 한국(13.3t)이 뒤를 이었다. 중국은 6.4t으로 미국과 사우디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그러나 최근 들어선 이 통계에 대해서도 반론을 제기하는 분위기다. 블룸버그 통신은 “중국이 인구가 많기 때문에 (절대)숫자가 큰 것이고, 부유한 나라들을 따라잡기 위해 어쩔 수 없다는 주장을 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나갔다”며 “중국의 1인당 소비량은 여느 서유럽 국가들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어느 쪽이나 기후 변화 대응에 중국의 중요성을 강조한다는 점에서는 차이가 없다.

②77%가 석유ㆍ석탄에너지

지난달 20일 중국 중부 허난성 성도인 정저우의 주민들이 폭우로 침수된 차들을 바라보고 있다. 이날 정저우에서는 기록적인 폭우로 지하철에 갇힌 승객 12명이 숨졌으며, 주민 10만 명이 긴급 대피했다. [AFP=연합뉴스]

지난달 20일 중국 중부 허난성 성도인 정저우의 주민들이 폭우로 침수된 차들을 바라보고 있다. 이날 정저우에서는 기록적인 폭우로 지하철에 갇힌 승객 12명이 숨졌으며, 주민 10만 명이 긴급 대피했다. [AFP=연합뉴스]

시 주석은 올해 4월 세계 기후 정상회의에서 2026년부터 석탄 사용을 단계적으로 축소하는 ‘15차 5개년 경제계획’ 기간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를 놓고 중국의 감축 속도가 더욱 빨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글로벌 석유회사 BP가 매년 발간하는 세계에너지통계리뷰에 따르면 실제 중국에서 소비되는 77% 가량의 에너지원은 여전히 석유ㆍ석탄이다. 화력 발전 에너지에 쓰이는 석탄 소비량이 57%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또 BBC는 중국 정부가 화력 발전소를 폐쇄하기는커녕 전역에선 60곳 이상의 새로운 화력 발전소가 건립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필리프 시아스 파리 기후과학연구소 연구원은 BBC에 “화력 발전소가 한 곳 세워지면 보통 30~40년 가동된다”며 “중국이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선 기존 발전소의 감축 목표에 새로운 발전소의 용량도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존 케리 미 기후변화 특사도 지난 달 “중국이 현재의 발전소를 고수하면서 2030년까지 배출량을 정점으로 (감축)하지 않는다면, 나머지 세계는 배출량을 2035~40년까지 제로(0)로 만들어야 한다”고 우려했다.

③“정부 차원 장기 전략·투자 동원은 강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신화=연합통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신화=연합통신]

시 주석의 2060년 탄소 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2050년까지 전력 생산용 석탄 사용을 완전히 중단해야 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었다. 베이징 칭화대 에너지환경경제연구소의 시나리오다. 그러려면 현재 전력의 90%가 원자력ㆍ재생 에너지로 대체돼야 한다.

그런 면에서 중국 정부가 태양광 에너지 등 신재생 에너지 투자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는 점은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기준 전세계에서 중국의 태양광 에너지 생산량이 25만 4355㎿(메가와트)로 가장 많았다고 한다. 뒤이어 미국(7만 5572㎿), 일본 6만 6999㎿ 순이었다고 BBC는 전했다.

물론 중국의 압도적인 인구 수를 고려하면 아직 미미한 수준이지만, 중국이 어느 방향을 향해 가는지는 분명하다는 것이다. 중국은 지난해 풍력 발전 설비도 3배 이상 늘렸다고 한다.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선 탄소 배출을 줄이든지, 흡수량을 늘려야 한다. 중국 정부가 공격적으로 천연 산림 보호, 상업용 벌목 금지, 습지 보호 정책 등을 통해 산림 면적을 끌어 올리고 있다는 점도 가능성을 보여준다.

2019년 미 항공우주국(NASA)의 위성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2000년대 초반 이후 17년 동안 중국과 인도의 수림이 크게 늘어나면서 지구의 전체 수림 지대가 5% 늘어난 것으로 나왔다. 중국 정부 차원의 대대적인 산림 녹화 정책도 주요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BBC는 “중국은 정부 차원의 장기 전략을 고수할 수 있고, 대규모 투자를 동원할 수 있다는 몇가지 강점이 있다”며 “중국 정권은 거대한 과제에 직면해 있다”고 평가했다. 지구 온난화를 극복하기 위해 전세계는 중국의 성공을 반드시 필요로 하고,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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