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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1시에도 "예약 꽉 찼다"…마사지샵 '조용한 감염' 확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9일 밤 10시 30분쯤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도동의 한 식당에서 나온 두 남성은 인근 마사지 업소를 향했다. 가게 상호 옆엔 건전 마사지 업소라는 설명이 적혀있었다. 밤 11시쯤 해당 업소에 전화해 예약이 가능한지 물었다. "밤 10시 이후 예약이 많이 잡혔다. 자정쯤 오시면 이용이 가능하다"는 답이 돌아왔다.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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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근의 다른 태국 마사지 업소 관계자는 "지금 바로 1명은 가능한데 2명은 새벽 1시에나 가능하다. 영업은 3시까지인데 밤손님이 많다"고 말했다. 영등포구의 세 군데 마사지업소에 연락했으나 비슷한 답이 돌아왔다. 서대문구의 한 마사지업소 관계자는 "2~3시간 전에 예약을 안 하면 10시 이후 이용이 어렵다"고 했다.

밤 10시 이후 마사지 성업, '조용한 감염' 계속  

1500명 안팎의 코로나 19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는 가운데 밤 10시 이후 영업하는 마사지업소는 조용한 감염이 계속되는 방역 사각지대로 꼽힌다. 지난달 30일 울산 동구에 있는 마사지업소에서는 외국인 종업원 4명과 이들의 지인 두 명이 확진된 뒤 연쇄 감염이 계속됐다. 업소 관련 누적 확진자는 현재까지 총 18명이다. 지난달 강릉에서도 동남아 마사지업소를 매개로 외국인 11명이 코로나 19에 확진됐다. 이들을 통해 최소 20여명에게 바이러스가 옮겨갔을 것으로 당국은 의심하고 있다.

지난 6월 광주 서구 상무지구의 유흥 거리 [연합뉴스]

지난 6월 광주 서구 상무지구의 유흥 거리 [연합뉴스]

현행 거리 두기 4단계에서 실내체육시설과 식당, 카페, 영화관, 일부 유흥시설 등 다중이용시설은 밤 10시 이후 운영이 제한된다. 하지만 마사지업소는 적용에서 제외됐다. 마사지업소는 신체 접촉 빈도와 밀도가 높고 대부분 샤워실도 함께 운영한다. 불법 성매매 영업을 하다 적발된 일부 업소들도 있다.

"거리 두기 기준 불만. 형평성 문제" 

지난 7월 강원도 원주시의 한 헬스장의 한산한 모습 [뉴스1]

지난 7월 강원도 원주시의 한 헬스장의 한산한 모습 [뉴스1]

실내체육시설 종사자, 소상공인들은 거리 두기의 형평성을 고려한 일관된 기준과 원칙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헬스 트레이너 양모(28)씨는 "신체 접촉 빈도가 높은 마사지업소와 비교할 때 헬스장 영업시간 제한은 방역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 운영 허용이나 규제를 하려면 다 같이 해야 한다"면서 "회원 수가 계속 줄어 트레이너도 줄여가는 추세라 걱정"이라고 말했다.

김성우 대한피트니스 경영자협회 회장은 "자포자기 상태다. 샤워장 사용을 못 해 매출이 반의반 토막이 났다. 목욕탕 수영장은 샤워가 가능한데 찜질방이 갖춰져 목욕업으로 등록된 헬스장 이외에는 샤워가 불가능하다"면서 "샤워실 금지가 형평성에 안 맞는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고장수 전국카페사장연합회 회장은 "거리 두기를 강화해도 확진자가 줄지 않고 있다. 실패한 정책을 인정하고 재정립해야 하지 않나 싶다"면서 "관리 사각지대인 마사지업소는 두고 카페, 음식점만 잡는 상황이 불만스럽다"고 토로했다.

지난 7월 서울의 한 헬스장 샤워시설에 이용 금지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지난 7월 서울의 한 헬스장 샤워시설에 이용 금지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마사지업소라도 살아야"…"백신 수급, 신뢰 회복해야"

모든 자영업자가 고통받고 있는 가운데 마사지업소만이라도 살아야 한다는 반응도 있다. 카페를 운영하는 50대 임모씨는 "가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업소가 늦게까지 운영하는 거다. 업주들의 문제가 아니라 시민의식이 문제"라면서도 "우리만 제한당해 불만이 있지만 그렇다고 그쪽(마사지업소)도 똑같이 닫아야 한다고 차마 말하기 어렵다. 그들도 나름대로 얼마나 힘들겠냐"고 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오래된 거리 두기로 피로감이 있고 자영업자는 생존을 위해 영업하는 상황에서 거리 두기 원칙과 기준이 명확하지 않고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면서 "마사지업소 감염 이외에도 알 수 없는 감염 경로가 상당히 많다. 백신 수급 관련 문제로 정부가 신뢰를 잃어가고 있는 마당에 신뢰 회복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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