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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주택 임대사업 개편’ 백지화…“정책 툭 던지고 또 거두나”

중앙일보

입력

김진표 특위 위원장(왼쪽 네 번째)를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부동산특위 위원들이 지난 6월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추가 공급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당초 특위는 주택 임대사업자 제도 폐지를 추진했으나, 이 방안은 사실상 백지화 된 상태다. 오종택 기자

김진표 특위 위원장(왼쪽 네 번째)를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부동산특위 위원들이 지난 6월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추가 공급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당초 특위는 주택 임대사업자 제도 폐지를 추진했으나, 이 방안은 사실상 백지화 된 상태다. 오종택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당초 전격 폐지를 예고했던 주택 임대사업자 제도 개편이 방향을 잃고 표류하고 있다. 민주당 정책위 관계자는 10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민간주택임대등록사업 제도 개편 논의는 당 부동산 특위 해체로 논의가 중단돼 국토위 논의로 넘어갔다”며 “아직 별다른 진척이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이로써 다세대·다가구 주택 임대사업자가 자발적으로 등록할 경우 재산세·종부세 등을 감면해주는 민간주택 임대사업자 제도는 당분간 현행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커졌다. 민주당은 “당·정이 ‘현행 유지’ 결론을 내린 사실은 없다”(한준호 원내대변인)고 했으나, 국민의힘이 제도 폐지를 반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토위 차원의 법 개정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날 민주당 내부에선 “주택임대사업자 신규 등록을 폐지하기로 한 지난 5월 부동산 특위 개편안에 아무런 진척이 없다. 사실상 폐지가 힘든 상태가 됐다”(당 핵심관계자)는 말이 나왔다.

‘폐지론’에 반발 쏟아지자 ‘현행 유지’ 가닥

원래 민주당 부동산특위는 지난 5월 민간임대등록사업 제도를 전면 폐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주택 임대사업자 제도가 다주택자들의 조세 회피처로 악용돼 ‘매물 잠김’ 현상을 초래했다는 게 자체 분석이었다. 임대사업자 제도가 박근혜 정부에서 시작됐다는 점도 민주당 내부에서 ‘폐지론’이 빠르게 확산한 이유였다. 강병원·김두관·진성준 의원은 국회 정문 앞에서 ‘주택임대사업자 세제 혜택 폐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까지 열었다.

강병원 최고위원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10명은 지난 5월 시민단체와 함께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주택임대사업자 세제 혜택 폐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까지 열었다. 뉴스1

강병원 최고위원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10명은 지난 5월 시민단체와 함께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주택임대사업자 세제 혜택 폐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까지 열었다. 뉴스1

하지만 임대사업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고령자 등의 반발이 커지면서, 민주당의 입장은 조금씩 바뀌었다. 먼저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세를 완화하기로 의결한 지난 6월 18일 의원총회 직후 고용진 수석대변인이 “(주택임대사업자 제도 개편안은) 정부와 같이 논의해서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대책을 내겠다”며 ‘원점 재검토’로 한발 물러섰다.

부동산 특위 해체 이후엔 주택공급 태스크포스(TF·위원장 조응천)가 출범했으나, TF에선 ‘임대사업자 제도 폐지’는 물론 ‘임대사업자 세제 혜택 축소’ 방안도 제대로 논의되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 소속 국토위 관계자는 “지난해 7·10 대책을 통해 아파트 임대사업자 제도가 폐지된 이후에도 당초 예상과 달리 아파트 매물이 대폭 늘어나진 않았다”며 “임대사업자 제도를 건드리는 게 실제 공급 물량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되는지 국토위원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고 말했다.

전문가 “향후 부동산 정책 신뢰에도 문제”

여권에서 설익은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가 전면 백지화 수순을 밟는 것은 ‘재건축 2년 실거주 규제’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재건축 아파트 조합원이 새 아파트 분양권을 받으려면 2년간 실거주하도록 하는 내용의 규제는 지난해 6·17 규제에 포함됐다가 지난달 13일 국토위 전체회의 의결로 폐지됐다. 당시 회의에선 여당에서조차 “국토부에서 현장을 좀 덜 들여다본 것 같다”는 질타가 쏟아졌다.

전문가들은 여권의 부동산 정책 발표가 좀 더 신중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한부동산학회 회장인 서진형 경인여대 경영과 교수는 “정책을 툭 던져놓고 국민들의 반론이 있으니깐 다시 거둬드리는 방식으로 하면, 향후 수립될 정책의 신뢰도까지 금이 갈 수밖에 없다”며 “정책의 파급 효과나 부작용을 미리 충분히 분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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