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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 한반도 프로세스 핵심 이도훈, 윤석열 캠프 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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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 그는 지난해 12월 29일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에 보낸 기고문에서 "대북전단금지법이 표현의 자유를 사실상 축소한다"며 반민주적 법안이라고 주장했다. 국민대학교 제공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 그는 지난해 12월 29일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에 보낸 기고문에서 "대북전단금지법이 표현의 자유를 사실상 축소한다"며 반민주적 법안이라고 주장했다. 국민대학교 제공

안드레이 란코프. 러시아 출신으로 현재 국민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북한의 김일성 종합대학에서 수년간 유학했던 그는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종종 북핵 관련 자문을 해왔던 세계적인 북한학자인데, 그가 윤석열 캠프에 합류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란코프 교수를 비롯한 4개 분과 소속 42명의 1차 정책자문단을 10일 발표했다. 윤 전 총장 캠프의 총괄상황실장인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 전문가 그룹에서 생산한 정책 콘텐트를 기반으로 캠프에서 발족한 정책총괄본부와 협업을 통해 윤 전 총장의 완성도 높은 정책들이 선보여질 것”이라고 말했다.

윤 전 총장 캠프 내 정책자문단은 모두 100명가량의 규모다. 소속 인사의 경험 등에 따라 ‘자문위원-전문위원-연구위원’의 구조를 갖추고 있다고 한다. 이 중 윤 전 총장 캠프는 이날 ▶외교ㆍ안보ㆍ통일 ▶경제 ▶사회 ▶교육 등 4개 분과를 공개했다.

우선 외교ㆍ안보ㆍ통일 분과엔 간사인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과 란코프 교수 등 19명의 전문가가 포함됐다. 특히 문재인 정부에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추진에 핵심 역할을 담당했던 이도훈 전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의 합류가 눈에 띈다.

文정부 외교 핵심 실무자 이도훈도 합류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이 지난해 12월 9일 오후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마지막 고별 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이 지난해 12월 9일 오후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마지막 고별 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 전 본부장은 현 정부에서 두 차례 열렸던 북·미 정상회담에 깊숙하게 관여했고 3년 3개월이라는 ‘최장수 본부장’ 기록을 세우는 등 문재인 정부의 외교 전반에 깊숙이 관여했던 인사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한반도본부장에서 물러난 이 전 본부장은 이후 아무런 보직을 받지 못한 채 공직을 떠났다.

한반도본부장을 지내고 보직을 받지 못한 채 퇴임한 건 이 전 본부장이 역대 두 번째다. 첫 사례는 그의 전임자였던 김홍균 전 본부장(2017년 9월 퇴임)이었는데, 김 전 본부장 역시 윤 전 총장 정책자문단에 합류했다. 장 의원은 “두 분 다 윤 전 총장의 공정과 상식이란 생각에 같은 뜻을 갖고 계시기에 흔쾌히 저희 팀에 합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날 중앙일보와 통화한 야당의 외교통 인사들 사이에선 "윤석열 캠프의 외교·안보 정책 전반과 그간 이 전 본부장이 현 정부에서 핵심 실무자로 진행해왔던 정책의 방향이 같아도 문제 달라도 문제 아니냐"라거나 "아무리 보직을 받지 못하고 퇴임했다고 해도 야당 대선 주자 캠프 합류 시기가 좀 빠른 것 아니냐"는 냉소적인 의견도 나왔다.

해당 분과엔 김천식 전 통일부 차관과 김용현 전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 등도 참여한다. 윤 전 총장의 대광초 동기인 김성한 전 외교부 2차관도 이름을 올렸다.

윤석열 캠프 총괄상황실장인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윤석열 국민캠프 정책자문단' 1차 명단을 발표하고 있다. 이날 발표한 명단에는 총괄간사를 맡은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을 비롯해 경제, 사회, 외교·안보·통일, 교육 등 총 4개 분과 42명의 전문가가 포함됐다. 연합뉴스

윤석열 캠프 총괄상황실장인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윤석열 국민캠프 정책자문단' 1차 명단을 발표하고 있다. 이날 발표한 명단에는 총괄간사를 맡은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을 비롯해 경제, 사회, 외교·안보·통일, 교육 등 총 4개 분과 42명의 전문가가 포함됐다. 연합뉴스

경제분과의 간사는 현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에 대해 날 선 비판을 가해온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와 박근혜 정부에서 국토교통부 1차관을 지낸 김경환 서강대 교수 등 7명의 전문가가 포진했다.

사회 분과는 지속가능한 복지 정책을 주장하는 안상훈 서울대 교수가 간사를 맡는다. 유길상 전 한국고용정보원장이 고용ㆍ노동 분야, 정익중 이화여대 교수가 아동ㆍ복지 분야를 담당하는 등 모두 10명이 참여했다. 교육 분과는 간사인 나승일 전 교육부 차관을 비롯해 자율형사립고 찬성론자인 오세목자사고공동체연합 대표 등 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 정책자문단은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이 총괄 간사를 맡는다.

이날 윤 전 총장 캠프의 대규모 정책자문단 발표를 두고 정치권에선 "그동안 정책ㆍ비전의 부족이 약점으로 지적돼온 윤 전 총장의 반격"이란 분석이 나왔다. ‘주120시간’, ‘후쿠시마 원전’ 관련 발언 등 주요 정책 관련 실언 논란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윤 전 총장 측이 대규모 정책자문단 공개를 통해 만회를 노린다는 것이다.

윤 전 총장 측 관계자는 “윤 전 총장에게 어떤 사람들이 자문하고, 또 윤 전 총장이 어떤 사람들과 뜻을 같이하는지를 보면 윤 전 총장의 정책 방향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름 휴가를 마친 윤 전 총장은 조만간 현장 방문 등을 통해 정책 행보에 나설 예정이라고 한다. 대선 공약은 본격적인 국민의힘 경선이 시작된 이후 발표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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