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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계곡 막아 수영장…몸살 앓는 북한산, 이런 불법 8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북한산 삼천사 계곡을 끼고 있는 한 음식점의 모습. 집 바깥으로 임시 공작물을 설치해 영업 중이다. 허정원 기자.

북한산 삼천사 계곡을 끼고 있는 한 음식점의 모습. 집 바깥으로 임시 공작물을 설치해 영업 중이다. 허정원 기자.

[르포] 삼천사 계곡 등 ‘불법영업’ 벌써 8건 적발

일요일인 지난 8일 오후 서울시 은평구 북한산국립공원 내 삼천사계곡. 매해 여름이면 정부·지방자치단체와 음식점 간에 불법 영업 시비(是非)가 불거지는 곳에는 이날도 피서객들이 몰렸다. 계곡을 찾은 시민 100여명은 음식점 측이 설치한 그늘막과 파라솔 아래에서 음식이나 술·음료 등을 즐기고 있었다.

방문객들은 대부분 가족 단위 피서객들이었다. 방명록을 쓰긴 했지만 3·4인이 평상에 다닥다닥 붙어 앉은 모습이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도 취약해 보였다. 입장하려니 앞에 3팀이 대기 중이었다. 여기저기에서 “음식을 달라”는 손님들로 일손이 부족할 정도였다. 계곡엔 식당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철제 다리가 설치됐고, 아래엔 등산객들과 어린이 등이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있었다.

삼천사계곡에서 5분여 떨어진 등산로 초입의 식당도 비슷한 풍경이었다. 일부 식당은 바위로 계곡물을 막아 수영장처럼 만들었다. 식당을 이용하지 않는 시민이 계곡 아래로 내려가는 걸 막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식당 이용객들의 독차지가 된 상황이었다.

삼천사 계곡을 끼고 있는 다른 음식점의 모습. 역시 석벽 위로 평상과 파라솔 등이 깔려 있다. 허정원 기자.

삼천사 계곡을 끼고 있는 다른 음식점의 모습. 역시 석벽 위로 평상과 파라솔 등이 깔려 있다. 허정원 기자.

단속하면 치우고 재설치…‘연례행사’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과 국립공원관리공단 등은 “지난 4일 삼천 계곡 내 8개 음식점의 불법 영업행위를 적발하고 법 위반 사항에 대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9일 밝혔다. 지난달 21일 집중 단속을 예고한 지 2주 만이다.

음식점 측은 개발제한구역법 12조와 자연공원법 23조 등을 위반한 혐의를 받는다. 이 지역은 법적으로 개발제한구역이자 자연공원 내부인데도 당국에 신고·허가를 받지 않고 집 밖으로 그늘막 등 공작물을 불법으로 설치해서다. 만약 ‘상습ㆍ고질적으로 이 같은 행위가 계속될 땐 형사처분도 고려할 수 있다’는 게 수사당국의 설명이다.

사실 이 같은 단속·처분은 지자체와 음식점엔 이른바 ‘연례행사’처럼 여겨지면서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8일 확인한 영업 현장은 지난해와 2019년 적발 당시의 모습 그대로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국립공원관리공단과 서울시 민사경 관계자는 “단속할 때는 치웠다가, 다음에 와보면 다시 원상 복구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산 국립공원 직원들과 산악안전봉사단원들이 지난 6월 27일 서울 은평구 북한산국립공원에서 환경정화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매해 단속도 이뤄지지만 치웠다 재설치를 반복하고 있다. 뉴스1.

북한산 국립공원 직원들과 산악안전봉사단원들이 지난 6월 27일 서울 은평구 북한산국립공원에서 환경정화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매해 단속도 이뤄지지만 치웠다 재설치를 반복하고 있다. 뉴스1.

국립공원 지정 전부터 살았던 이들

이들이 점유하는 땅은 엄밀히는 국가 혹은 지자체 땅이다. 음식점의 등기부 등본을 확인해보니 대부분 지목이 ‘하천’으로 잡혀 있고 소유, 관리권이 국토교통부 혹은 서울시로 돼 있었다. 국·시유지에서 매년 사적 영업행위가 이어지는 상황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나름의 배경이 있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측은 “북한산 일대가 처음으로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건 1983년”이라며 “이들 음식점은 그 이전부터 이곳에 자리 잡았다. 오래전부터 생업을 이유로 영업을 하는 셈인데, 무작정 행정대집행을 통해 나가라고 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난색을 보였다. 식품위생법상 영업허가는 받았기 때문에 불법 공작물만 설치하지 않으면 강제 철거는 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이들 음식점이 주차장으로 사용하는 땅 중엔 1960년대에 법적으로 소유권이 등록돼 상속되고 있는 곳도 있었다. 은평구 관계자는 “이 같은 사정을 비춰보면 최근 불법 시설물을 강제로 철거한 경기도와는 상황이 다르다”고 말했다. 서울시 민사경 관계자는 “적절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으면 앞으로도 이런 상황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인공 수영장까지…‘몸살’ 앓는 북한산

음식점에서 100미터 쯤 올라온 삼천계곡에 버려진 것으로 보이는 수영장이 있다. 허정원 기자.

음식점에서 100미터 쯤 올라온 삼천계곡에 버려진 것으로 보이는 수영장이 있다. 허정원 기자.

지자체와 공원 당국이 대책에 고심하는 사이 국립공원 곳곳은 몸살을 앓고 있다. 주차장 나무 사이로 수십 대의 차가 불법 주차돼있고, 구획을 표시하기 위해 나무와 나무를 철조망으로 엮은 곳도 보였다. 주차장에서 조금만 올라가니 버려진 것으로 보이는 큰 인공 수영장까지 바위에 지어져 있었다. 계곡 옆을 시멘트로 발라 석벽을 만든 곳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음식점 앞 계곡은 수많은 이용객들이 텐트와 의자 등을 놓고 놀고 있는데도 100여m 떨어진 미타교 아래에선 단속 직원이 “빨리 계곡에서 나오라”며 신경전을 벌이기 일쑤다. 국립공원관리공단 관계자는 “우선 합동단속을 통해 옥외, 계곡 안 불법 공작물 설치를 철저히 단속할 계획”이라며 “다만 음식점 부근 계곡에서 수영을 하는 등 행위는 성수기 한시적으로 일부 허용구간을 지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삼천사 계곡 음식점들 위쪽으로 운영되고 있는 주차장들. 국립공원 내에 있지만 엄연한 사유지다. 허정원 기자.

삼천사 계곡 음식점들 위쪽으로 운영되고 있는 주차장들. 국립공원 내에 있지만 엄연한 사유지다. 허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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