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단독]윤석열의 개판 인스타, 김건희 찍고 유현석이 키웠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윤석열 전 총장이 6일 자신의 반려견 전용 인스타그램(SNS)인 '토리스타그램'에 침대 위 반려견들에게 둘러싸인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에는 "아빠 회사 안간다 앗싸"라는 글과 함께 #개모임, #개판, #개알람, #아빠깨움, #개신남이라는 해시태그도 덧붙였다. 뉴스1

윤석열 전 총장이 6일 자신의 반려견 전용 인스타그램(SNS)인 '토리스타그램'에 침대 위 반려견들에게 둘러싸인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에는 "아빠 회사 안간다 앗싸"라는 글과 함께 #개모임, #개판, #개알람, #아빠깨움, #개신남이라는 해시태그도 덧붙였다. 뉴스1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여름휴가는 ‘#개판’이었다. 지난 2일 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한 탓에 능동감시대상자가 된 윤 전 총장은 휴가기간(5일~8일) 충남 방문 일정 등을 취소하고 서울 서초동 자택에 머물렀다. 외부 공개일정이 사라진 대신 그는 ‘메리야스(속옷 상의)’만 입고 침대 위에서 자신의 반려동물들과 뒹굴었다. 이 소식을 알린 건 윤석열 캠프의 대변인도, 공보팀도 아닌 윤 전 총장의 인스타그램 계정이었다.

‘쩍벌’ ‘도리도리’ 셀프 저격한 尹의 SNS  

윤 전 총장의 인스타그램 계정이 연일 화제다. “맛있다” “치약 맛이 난다”로 호불호가 확실하게 갈리는 민트 초코맛 아이스크림 먹방을 시도하는가 하면, 늘어진 티셔츠를 입고 요리하는 영상을 올리며 '윤주부의 일상'이란 문구를 달기도 한다. 지난달 21일 개설된 윤 전 총장의 인스타그램 공식 계정인 ‘sukyeol.yoon’은 그의 사생활을 엿볼 수 있는 도구로 자리 잡았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2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얘들아 형 사실 #민초단 #민초단모여라”라는 글과 함께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는 동영상을 올렸다. 인스타그램 캡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2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얘들아 형 사실 #민초단 #민초단모여라”라는 글과 함께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는 동영상을 올렸다. 인스타그램 캡처

윤 전 총장 관련 인스타그램 계정은 하나 더 있다. ‘tory.stagram’이 그 주인공이다. 공식계정 개설 이틀 뒤 첫 게시물이 올라온 이 계정의 화자는 윤 전 총장을 “아빠”라고 부르는 그의 반려견 ‘토리’다. 윤 전 총장이 휴가 중 침대 위에서 반려동물들과 함께 누워있는 사진을 올린 뒤 ‘개판’이란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이 올라온 계정도 이 ‘토리스타그램’이었다.

토리스타그램은 특히 윤 전 총장의 ‘쩍벌’ 자세에 대한 ‘셀프 디스’ 게시물로 유명해졌다.
이 계정엔 지난 3일 윤 전 총장의 또 다른 반려견인 ‘마리’가 다리를 벌린 채 엎드려 있는 사진이 “아빠랑 마리랑 같이 매일 나아지는 모습 기대해주세요. 매일 0.1센티씩 줄여나가기”란 문구와 함께 게시됐다. “제대로 뼈 때리는 센스” “유전의 힘이 무섭다”는 등의 댓글 반응이 이어졌다.

5일엔 윤 전 총장의 고개를 좌우로 돌리는 이른바 ‘도리도리’ 버릇에 대한 셀프 디스도 나왔다. 이번엔 침대 위에서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윤 전 총장 옆에 앉은 반려묘 ‘나비’가 주인공이었다. 이 영상엔 “나비는 알 수 없는 사명감에 빠졌어요. 밤마다 아빠 도리도리가 나아졌는지 점검하는 #도리도리점검단이에요”란 문구가 적혔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4일 양 뒷다리를 활짝 벌린 채 배를 깔고 엎드린 반려견 '마리'의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게시하며, 자신의 '쩍벌' 논란을 언급했다.     윤 전 총장 측은 이날 '토리스타그램'에 마리 사진을 올리고, "마리는 180도까지 가능해요"라며 "아빠랑 마리랑 같이 매일 나아지는 모습 기대해주세요. 매일 0.1㎝씩 줄여나가기"라고 적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4일 양 뒷다리를 활짝 벌린 채 배를 깔고 엎드린 반려견 '마리'의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게시하며, 자신의 '쩍벌' 논란을 언급했다. 윤 전 총장 측은 이날 '토리스타그램'에 마리 사진을 올리고, "마리는 180도까지 가능해요"라며 "아빠랑 마리랑 같이 매일 나아지는 모습 기대해주세요. 매일 0.1㎝씩 줄여나가기"라고 적었다. 연합뉴스

“朴정부의 탁현민”…유현준 친형 유현석이 총괄

윤 전 총장의 SNS 계정은 당초엔 논란의 대상이었다. 윤 전 총장의 첫 SNS 시작은 6월 29일 개설된 페이스북 계정이었는데, 시작과 동시에 개설과 폐쇄가 반복됐기 때문이다. 윤 전 총장 측에 따르면 이같은 혼란은 LG애드 출신인 광고전문가 유현석씨가 캠프에 합류하며 대체로 정리됐다고 한다. 지난달 윤석열 캠프에 합류한 유씨는 홍보실장 직책을 맡아 윤 전 총장 관련 홍보 및 SNS 기획ㆍ총괄 등의 업무를 맡고 있다.

유씨는 tvN 프로그램 ‘알쓸신잡’에 출연했던 건축가 유현준 홍익대 교수의 친형이기도 하다. 박근혜 정부 당시엔 청와대 홍보기획관실 선임행정관으로 일했다. 박근혜 정부 청와대에서 일했던 인사는 유씨에 대해 “박근혜 정부의 탁현민이었다”고 평가했다.

윤 전 총장의 부인인 김건희씨도 인스타그램 운영의 주요한 축을 맡고 있다고 한다. 윤 전 총장의 속옷 입은 모습 등 사생활이 담긴 내용은 대부분 김씨가 직접 찍어 캠프에 보낸 사진들이다. 윤 전 총장 측 관계자는 “김씨의 아이디어가 반영된 인스타그램 문구도 상당수 있다”고 전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019년 7월 25일 오전 청와대 본관 충무실에서 열린 검찰총장 임명장 수여식에 참석해 문재인 대통령을 기다리고 있다. 오른쪽은 윤 전 총장의 부인 김건희 씨. 청와대사진기자단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019년 7월 25일 오전 청와대 본관 충무실에서 열린 검찰총장 임명장 수여식에 참석해 문재인 대통령을 기다리고 있다. 오른쪽은 윤 전 총장의 부인 김건희 씨. 청와대사진기자단

"조미료 너무 치면 역효과"

다만 코로나 확산으로 대면 접촉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윤 전 총장 측이 소통 창구로 SNS를 적극 활용하는 데 대해 전문가 사이에선 “과하면 독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정치 컨설턴트 박성민 대표는 “SNS에서 ‘쩍벌’과 ‘도리도리’를 언급한 건 대중의 비판을 수용하려는 자세로 보여 매우 바람직하다. 반면 민트 초콜릿 먹방은 지나친 모습이었다”며 “SNS를 통한 선거 캠페인ㆍ메시지 전달에 조미료를 너무 많이 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치 평론가인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SNS 활용을 통해 정치를 생활 속으로 끌어들인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도 “극장 정치의 한 형태로 흘러 정치 희화화의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 측은 추후 SNS 계정 운영을 플랫폼 특성에 맞춰 ‘투 트랙’으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한다. 긴 글을 올릴 수 있는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선 현안 및 정책 관련 메시지를, 반면 사진이나 영상 중심의 인스타그램을 통해선 윤 전 총장의 사생활 관련 내용을 주로 다룰 예정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