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중앙시평

코로나 시대, 소외된 청년을 구하라

중앙일보

입력 2021.08.10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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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홍석철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홍석철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정책이 또다시 2주 연장되었다. 처음에는 단기간에 코로나 확산세를 꺾고 조금은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었지만, 이제는 2주 연장에도 효과가 있겠냐며 실망감이 크다. 지난 한 달간 코로나 확진자 수는 매일 1000명을 훌쩍 넘기며 좀처럼 나아질 조짐이 없다. 특히 청년층의 확진자 추이가 심상치 않다. 지난해 12월 3차 유행과 이번 4차 유행 사이, 확진자 중 20~30대의 비중은 25%에서 41%로 크게 늘었고 60대 이상의 비중은 31%에서 9%로 현저히 감소했다. 변이 바이러스가 젊은 층으로 빠르게 퍼지는 가운데 고령층의 백신 우선 접종의 효과가 나타난 결과로 보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방역 당국은 청년층의 적극적인 거리두기 참여에 거는 기대가 크다.

거리두기 최대 피해자는 청년
백신접종 끝 순위, 사회활동 중단
정부, 방역과 백신 효과성 높이고
청년 위한 과감한 대책 마련해야

과연 바람대로 이뤄질까? 필자는 청년이 코로나 방역 정책의 최대 피해자라는 점을 공감하고 이를 정책에 반영하지 않으면 어렵다고 생각한다. 청년은 노인보다 건강하지만, 중장년보다 경제력이 작다. 코로나로 인한 인적 피해나 방역에 따른 경제적 피해가 크지 않았다. 건강과 경제라는 두 축에서 떨어져 있다 보니 코로나 대응 정책에서 청년은 소외되었다. 우리 사회에서 청년의 역할은 사회 활력을 불어넣고, 자기 계발 활동을 통해 미래의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 일 년 이상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청년들의 교육, 사회관계, 자기 계발 활동 등이 대부분 중단되었고 우리 사회는 미래를 잃고 있다. 청년의 일자리는 줄었고, 대학은 문을 닫았고, 사적 모임은 제한되었고, 야외 체육시설까지 폐쇄되면서 청년들이 머물 곳이 사라졌다. 더구나 젊다는 이유만으로 백신접종도 끝 순위로 밀려났다. 지금까지 버텨준 것만 해도 대단하다.

청년들이 건강하다고 무한히 버틸 수는 없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20~30대의 정신건강은 심각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코로나가 장기화하면서 사회로부터 고립되고 구직 기간이 길어지면서 자신감이 낮아지고 불안감은 높아졌다. 고령층보다 우울 위험이 크다고 하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이런 위기를 벗어날 현실적인 방안은 단기에 코로나 확산세를 잡아 사회적 거리두기를 완화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거리두기의 효과성을 높여야 하고 백신접종을 청년에게 빠르게 확대해야 한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모든 국민이 혜택을 누리는 공공재이다. 사회 구성원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생산되므로 구성원의 참여 의사결정에 따라 성패가 좌우된다. 거리두기의 사회적 편익은 누군가의 생명을 살리는 숭고한 것이지만, 개인적인 건강의 혜택은 확률적으로 낮다. 우리는 이미 몇 차례 대유행 속에서 고강도의 거리두기를 실천해왔다. 그때마다 개인이 직접 누린 거리두기 편익은 크지 않았다. 그러므로 사회 규범적 입장에서는 거리두기 4단계 연장에 대해 동의하겠지만, 여름 휴가를 포기하는 개인적 기회비용을 감수하면서까지 거리두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는 쉽지 않다. 거리두기가 거듭될수록, 그리고 청년층으로 갈수록 개인이 체감하는 편익 대비 비용이 커지면서 사회적 거리두기의 효과는 낮아질 공산이 크다.

지금까지 우리는 사회적 편익만을 강조하면서 국민의 자발적 참여에 의존해왔다. 이제는 개인이 체감하는 거리두기 비용을 낮추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예를 들어, 마스크와 같은 방역용품의 지원은 사회적 거리두기 참여 비용을 낮추는 방안이다. 과학적이고 실증적인 근거에 기반해 거리두기 원칙을 명확히 하고 방식을 유연화하여 누적된 피로감을 덜어주는 것도 거리두기 비용을 줄이는 방법이다.

한편 젊은 층의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청년에 대한 백신접종을 서둘러야 한다.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이번 주부터 시작되는 20~40대의 백신 예약에 맞춰 백신 공급이 차질없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그런데 백신접종 역시 공공재이다. 청년의 백신접종은 코로나 전파 차단을 통해 고령층의 생명을 지키는 사회적 편익이 크지만, 사적 편익은 상대적으로 작고 오히려 부작용 우려 등 기회비용이 만만치 않다. 따라서 젊은 층으로 갈수록 백신 수용성이 낮아질 수 있다. 1회 이상 백신 접종률 66%를 달성한 프랑스의 경우, 60세 이상 고령층의 접종률은 80% 수준이지만 20~40대의 접종률은 50%에도 미치지 못한다. 우리나라도 비슷한 추이를 따라가고 있어 늦기 전에 청년의 백신 수용성을 높일 실효적인 대책을 준비해야 한다.

지난 4월 문재인 대통령은 코로나로 위기에 빠진 청년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지시했지만, 최근까지 눈에 띄는 정책은 없었다. 오히려 청년은 정부의 관심에서 더 멀어진 것 같다. 급기야 청년들이 사회적 거리두기와 백신접종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암울한 위기에서 스스로 벗어나야 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되었다. 정부는 코로나 확진자 수에 매몰된 소극적인 자세를 버리고 청년과 국가 미래를 위해 과감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코로나 청년 세대에게 희망을 줄 구체적인 비전도 함께 보여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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