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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백신 확보에 국가 역량 총동원해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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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전병율 대한보건협회 회장·차의학전문대학원 예방의학교실 교수

전병율 대한보건협회 회장·차의학전문대학원 예방의학교실 교수

코로나19는 역대 그 어떤 감염병보다도 발생 규모, 유행 기간, 피해 규모 등에서 국민이 감내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확산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코로나 환자 발생은 지난달 7일부터 5주째 연일 1000명대를 이어가고 있다. 이제는 수도권뿐 아니라 비수도권에도 감염이 확산돼 비수도권 확진자가 전체 신규 확진자의 40% 수준에 달하는 등 전국적으로 늘어가는 추세다. 또 감염력이 기존 코로나바이러스의 약 2.7배에 달하는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국내에서도 우세종이 되어 가고 있다.

코로나는 풍토병 될 가능성 커 #백신 미리 확보해야 대처 가능

신종 감염병과 싸워 이기기 위해서는 백신과 치료제가 가장 중요한 무기다. 하지만 현재 전 세계적으로 특효약이라고 할만한 치료제 개발은 감감무소식이다. 다행히 백신이 성공적으로 개발·생산되어 코로나19와의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주고 있지만, 백신의 전 세계적인 공급에 한계가 있어 대다수 국가가 힘들게 접종을 진행하고 있다.

세계 통계 사이트 ‘아워 월드 인 데이터’에 따르면 8일 기준 국가별 접종 완료자는 아이슬란드 75%, 아랍에미리트 72%, 우루과이 66%, 칠레 65%, 바레인 63%, 이스라엘 62%, 벨기에 62%, 캐나다 61% 순이다. 주요국을 보면 영국 58%, 독일 54%, 미국 50%, 프랑스 49%, 일본 33% 정도다. 반면 우리나라의 접종 완료율은 15%(1차 접종률은 40.8%)에 불과해 앞으로 4개월 이내에 정부가 목표로 하는 70% 접종 완료를 달성하기 쉬워 보이지 않는다.

당초 정부는 7월 내 백신 1000만 회분 도입을 장담했지만 실제로는 908만2000회분으로 줄었다. 여기에 이달에 850만 회분을 공급할 예정이었던 모더나 백신 물량이 생산 차질로 인해 절반 이하로 줄어들게 됐다고 정부가 9일 발표했다. 이로 인해 50대와 18~49세 연령층 등의 mRNA 백신(모더나·화이자) 1·2차 접종 간격이 4주에서 6주로 늘어나게 된다.

노바백스 백신(4000만 회분)과 얀센 백신(590만 회분)의 수급 일정도 불투명하다. 노바백스는 식약처의 품목 허가도 지연되고 있다. 얀센 백신은 희귀 혈전 부작용 때문에 50세 이상에게만 접종할 가능성이 크지만 50세 이상은 이미 접종이 이루어졌거나 계획이 짜인 상태여서 590만 회분이 추가로 국내에 공급되더라도 접종 대상을 찾기 쉽지 않다. 정부는 모더나 백신 공급 계획 차질 등에도 11월 집단면역 형성이 가능하다는 입장이지만 접종 계획이 늦춰지면 현재 진행 중인 4차 대유행 대응에 부정적 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

이와 함께 변이 바이러스가 계속 출현하고 백신을 맞더라도 항체가 6개월 정도만 유지되는 현실을 고려해 내년에 사용할 백신 물량 확보도 필요하다. 이스라엘·영국·일본 등은 접종 완료자에게 3차 접종(부스터 샷)에 나서고 있다. 코로나19가 독감처럼 풍토병이 될 가능성이 큰 만큼 국민 안전을 위해 백신 물량을 미리 확보하는 건 정부의 기본 임무다. 지난해 백신 도입 전략 실패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백신 접종 의료기관에 대해 불필요한 행정 업무도 최소화해야 한다. 최근 방역 당국이 백신 접종 의료기관에, 보건소에 와서 직접 백신을 수령하라는 지침을 내려 일선 의료기관의 사기를 저하하는 사례가 있었다고 한다. 이 같은 행정 편의적 조치가 반복된다면 의료기관의 안전한 백신 접종에도 차질을 줄 수 있다.

그동안 수차례 경험했던 백신 접종 예약시스템의 마비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전산시스템 관리와 보완에도 만전을 기해야 한다. 이런 것들을 종합적으로 정비해 11월 말까지 국민의 70%가 백신 접종을 완료해 국민이 안전한 환경에서 일상생활에 복귀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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