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장세정 논설위원이 간다

"윤석열 선거에 사드 이용" "새 정부, 사드3불 재검토해야"

중앙일보

입력 2021.08.10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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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장세정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차기 대선 유력주자들의 외교안보에 대한 무관심이 우려스러운 수준이란 지적이 나온다. 왼쪽부터 윤석열 전 검찰총장, 이재명 경기도지사, 최재형 전 감사원장,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연합뉴스·뉴스1·뉴시스]

차기 대선 유력주자들의 외교안보에 대한 무관심이 우려스러운 수준이란 지적이 나온다. 왼쪽부터 윤석열 전 검찰총장, 이재명 경기도지사, 최재형 전 감사원장,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연합뉴스·뉴스1·뉴시스]

경제는 먹고사는 문제이고 부동산은 배 아픈 문제라면, 외교·안보는 죽고 사는 문제다. 따라서 내년 3월 새로운 대통령을 뽑기에 앞서 미·중의 사활을 건 패권 전쟁 와중에 한반도의 운명과 직결된 외교·안보 전략을 놓고 최소한 5년에 한 번이라도 치열한 논쟁이 필요하다. 한반도 주변 역학 구도가 급변하는데도 대외 위기에 둔감한 대한민국 외교·안보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대안을 듣기 위해 두 전문가를 서울 외교가에서 만났다. 위성락(67) 전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외교부 북미국장을 역임한 정통 외교관 출신이자 '미국·북핵통'으로 꼽힌다. 김흥규(58)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장은 미국 사정에도 밝은 대표적 중국통으로 평가받는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달 1일 천안문 광장에서 열린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 연설에서 "중국을 괴롭히는 외세는 14억 중국 인민이 피와 살로 쌓은 강철 장성에 부딪혀 머리가 깨지고 피를 흘릴 것(頭破血流)"이라고 경고했다.
 -시 주석 100주년 연설을 어떻게 봤나.
 ^위=중국은 발전하고 굴기(崛起·우뚝 솟음)한 국가가 됐는데, 역으로 중국의 자신감 결여가 느껴졌다. 우월감은 곧 열등감과 연결된다. 중국인은 열광했지만, 외부의 감정을 자극한 것이 바람직한지 의문이다.
 ^김=그동안 중국은 개도국이란 국가 정체성이 강했는데 이제 미·중 전략 경쟁 속에서 스스로 미국과 동등한 위상을 가진 강대국이란 생각이 아주 강하게 자리 잡고 있다. 시 주석이 "미·중 대결은 장기 전쟁"이라고 선언했듯이 중국인의 심리 상태는 지금 전쟁 상태다. 전쟁 중에 국민 지지를 얻고 동원하는 가장 중요한 기제로 민족주의를 활용하고 있다. 중국의 한계이자, 우리에겐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서울 명동에 있는 주한 중국대사관 앞에 선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장(왼쪽)과 위성락 전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두 사람은 각각 대표적 '중국통'과 '미국통'으로 손꼽히는 외교안보 전문가들이다. 장세정 기자

서울 명동에 있는 주한 중국대사관 앞에 선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장(왼쪽)과 위성락 전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두 사람은 각각 대표적 '중국통'과 '미국통'으로 손꼽히는 외교안보 전문가들이다. 장세정 기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7월 1일 베이징 천안문 성루에서 연설 도중에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방송 캡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7월 1일 베이징 천안문 성루에서 연설 도중에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방송 캡처]

 -한국 지도자도 중국에 강하게 대응해야 할까.
 ^위=지피지기(知彼知己)가 필요하다. 중국이 거칠게 나온다고 우리도 거칠게 나가는 것이 답이라 볼 순 없다. 우리의 역량, 상대의 역량, 주어진 환경을 냉철하고 엄밀하게 보고 대처해야 한다. 동맹도 파트너도 활용하고, 중국과도 잘 지내야 한다.
 ^김=원칙 있는 외교 속에서 실질적·실용적 측면을 가미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결미연중(結美聯中) 플러스' 전략이 그런 것이다. 우리가 한미 동맹에 기초하지만, 동시에 중국을 적으로 돌리기에는 이르다. 협력할 공간도 있고, 공존할 공간도 있으니 그런 측면에서 신중하게 다뤄야 한다. 미·중의 전략경쟁 대상인 반도체의 경우 미국이 한국을 린치핀(Linchpin·수레바퀴 핀)이라며 중시하는데, 중국 입장에서도 한국은 린치핀이다.

[미국통·중국통이 보는 '차기 대통령'의 조건]
미·중 다툼 격화, 한국 안보에 위기
초당파적 외교로 방향성 정하고
국내 정치판에 외교 이용 말아야
원칙에 실용 가미하는 지혜 필요

 미·중 패권 경쟁이 거칠어지고 중국의 공세적 '늑대전사(戰狼) 외교'가 횡행하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안보 환경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운명과 5000만 국민의 생명을 짊어질 차기 대선주자들은 말초적이고 지엽말단적인 네거티브 공방에 치중하고 있다. 여당 대선 주자들의 TV토론을 봐도 중요한 외교·안보 이슈는 뒷전이다. 표를 얻는 데 도움이 덜 된다는 잘못된 인식이 퍼져있어서다.

 그런데 윤석열 국민의힘 예비후보가 지난달 언론 인터뷰에서 사드(THAAD) 문제를 거론하면서 갑자기 뜨거운 쟁점으로 떠올랐다.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가 언론 기고문으로 반박하고, 윤 후보 측이 "내정 간섭"이라며 재반박했다. 지난 2일 김흥규 소장이 페이스북에 윤 예비후보의 사드 인식을 신랄하게 비판한 글을 올리면서 논란이 재점화하고 있다.
 -'무지의 소산'이란 표현까지 사용했다.
 ^김=윤 예비후보가 사드 문제를 주권의 영역이라 언급했는데, 언뜻 들으면 감성적으로 솔깃하고 국익 앞에 두려움도 없이 단호한 정치인의 면모로 돋보이게 들릴 수도 있다. 그러나 사드를 둘러싼 국제정치 현실은 더 복잡하다. 한국의 의사와 관계없이 미국은 중국에 대한 군사 전략 차원에서 인도·태평양 네트워크와 연동시켜 업그레이드를 진행 중이다. 미·중 전략 경쟁과 한미 동맹의 현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섣불리 미·중 전략대결이 펼쳐지고 충돌하는 전장의 선봉대로 뛰어든 격이다. 무지해서 그런 얘기를 섣불리 했다면 훌륭한 참모들이 교정해줄 수 있지만, 국내 정치를 의식해 의도적으로 말한 거라면 국익에 반해 선거에 이용한 거다.
 ^위=외교·안보에 고도의 전문성을 갖고 나온 역대 대선 후보는 거의 없었다. 참모와 보좌진이 소통하고 교감해 후보의 견해를 만들어내는지가 더 중요한데 아직은 이른 단계다. 외교·안보의 중요성에 대해 전반적인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2019년 12월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정상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마친 뒤 회담장으로 이동하는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청와대사진기자단]

2019년 12월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정상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마친 뒤 회담장으로 이동하는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월 워싱턴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악수하는 모습.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월 워싱턴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악수하는 모습. [연합뉴스]

 -새 정부는 '사드 3불'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위=차기 정부가 보수든 진보든 간에 사드 3불(^추가 배치하지 않고 ^한·미·일 군사동맹으로 가지 않고 ^미국의 미사일방어(MD)체계에 들어가지 않는다) 입장을 재검토해야 한다. 어떻게든 굴레에서 벗어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우리 입장을 내놓고 단계적 행보를 해나가야 한다.
 ^김=한국 정부의 입장은 3불 입장을 천명했을 뿐 공식 합의는 아니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걸 굳이 우리가 공식적으로 폐기하거나 다시 이슈화할 필요가 없다. 한국의 주권 문제나 결정과는 관계없이 미국이 2023년까지 사드 업그레이드를 진행 중이어서 사드 3불은 어차피 지키지 못하게 돼 있다. 상황이 달라졌기 때문에 중국은 과거와 달리 한국에 대해 정식으로 제기하거나 한·중 관계를 악화하는 조치를 하기 어려울 거다. 다만 한국의 차기 정부가 미국의 요구를 선제적으로 수용하고 중국을 명백히 적으로 규정하는 조치를 하면 중국은 반드시 강하게 대응할 것이다.
 -대선 캠프로 간 외교·안보 전문가들이 많은데.
 ^김=여당 주자들은 친문 지지를 얻어야 하니 문재인 정부와 다른 새로운 정책과 해법을 내기 쉽지 않다. 외교·안보적으로 훨씬 자유로운 공간이 존재하는 야당 주자들이 어떤 전략을 낼지도 미지수다. 국제 정세가 불확실할수록 유연하고 실용적인 사고가 필요한데, 여야 대선주자 진영 모두 극단적인 성향에 가까워 걱정이다.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외교·안보와 대북정책이 어려움에 부닥칠 수밖에 없어 보인다.
 ^위=주요 7개국(G7) 반열에 들어가는 나라라면 대외 관계를 열어갈 새로운 지평을 찾아야 하는데, 여든 야든 그게 잘 안 보인다. 그런 외교를 하려면 외교 개혁에 눈을 돌려야 한다. 한국의 외교 생태계가 왜곡돼 있다 보니 6대 플레이어(집권 엘리트, 관료, 정치권, 언론, 학계, 시민사회단체)가 외교 문제를 논의할수록 이상한 결론이 나온다. 예컨대 징용 문제를 논의하다 지소미아(GSOMIA·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를 파기하자는 이상한 결론을 냈다. 정파적·이념적·자기중심적·아전인수식 외교에서 벗어나 현실주의와 합리주의 같은 국제 기준에 맞는 방향으로 외교 생태계 질서를 바꿔야 한다.

'중국통'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장과 '미국통' 위성락 전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미중 전략경쟁 상황에 대응해 대한민국 차기 대통령은 실용적 외교안보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장세정 기자

'중국통'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장과 '미국통' 위성락 전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미중 전략경쟁 상황에 대응해 대한민국 차기 대통령은 실용적 외교안보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장세정 기자

 -차기 대통령에게 조언할 외교·안보 전략이 있다면.
 ^위=이념적인 것보다 아주 현실주의적 관점을 가져야 한다. 한반도를 넘어 미·중이 대결하는 거대한 시대 조류에 대응해 대한민국의 좌표를 잡아야 한다. 정권이 바뀌어도 한민족통일방안이 크게 안 바뀐 것처럼 비핵화, 한반도 평화, 미·중 패권 경쟁에 대해 민족 공조와 국제공조가 융합된 정형, 즉 틀(template)을 만들어 누가 집권해도 크게 바뀌지 않도록 해야 한다. 예컨대 미·중 경쟁 와중에 한쪽을 선택할 게 아니라 우리가 설 좌표와 방향을 스스로 정하자는 것이다. 일관된 방향성 없이 당기는 대로 끌려가면 안 된다. 한미 동맹에 좀 기울어지되 중국과도 너무 멀어지지 않는 것이 답이다. 그게 오후 1시 내지 1시 30분 방향이다. 인도는 12시 30분, 일본은 2시, 호주는 2시 30분 방향이다.
 ^김=한 번 잘못된 판단으로 50년 역사가 좌우될 수 있는 위기 상황이다. 국익을 위해 영리한 외교·안보 전략을 구사해온 싱가포르 리셴룽 총리처럼 미국과 중국 모두의 존중을 받는 지도자가 우리도 필요하다. 차기 지도자는 세 가지 문제에 답을 갖고 임해야 한다. 첫째, 미·중 전략경쟁에서 생존·공존·번영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 둘째, 전술핵까지 보유하겠다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 셋째, 꼬일 대로 꼬인 한·일 관계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

'영원한 우방 미국'과 '중국공산당 퇴치' 문구가 세워진 서울의 주한 미국대사관 앞에서 위성락 전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장이 착잡한 표정을 지으며 포즈를 취했다. 장세정 기자

'영원한 우방 미국'과 '중국공산당 퇴치' 문구가 세워진 서울의 주한 미국대사관 앞에서 위성락 전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장이 착잡한 표정을 지으며 포즈를 취했다. 장세정 기자

 국정은 내치와 외교라는 두 수레바퀴로 굴러간다. 그런데 베테랑 외교·안보 전문가들의 충고와 조언을 듣고 있으려니 불안감이 더 엄습해온다. 외부 환경은 이처럼 급변하는데 대통령을 꿈꾸는 대선주자들이 여전히 우물 안 개구리처럼 외교·안보에 둔감해 보여서다. 권력 다툼에 빠져 바깥세상의 변화를 외면하다 나라 잃고 백성이 유린당한 아픈 역사가 생생한데 다가오는 8·15 광복절에 만세삼창 이벤트하고 넘길 때가 아니다.

장세정 논설위원

장세정 논설위원

최지혜 인턴기자가 인터뷰 정리에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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