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분수대

살모넬라

중앙일보

입력 2021.08.10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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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박해리 기자 중앙일보 기자
박해리 정치국제기획팀 기자

박해리 정치국제기획팀 기자

살모넬라는 닭·오리·돼지 등의 장에 기생하는 병원성 세균이다. 1885년 돼지 내장에서 이 균을 처음으로 분리한 미국 병리학자 다니엘 살몬의 이름에서 따왔다. 이 균에 오염된 계란·고기·유제품을 먹으면 6~72시간 잠복기를 거쳐 발열·복통·구토 등 식중독 증세가 나타난다. 섭씨 37도에서 균이 가장 잘 자라기에 고온 다습한 여름에 특히 주의해야 한다.

직접 음식을 섭취하지 않아도 애완조류에게 감염되는 사례도 있다. 지난해 6월 미국 질병관리본부는 한 달간 애완용 가금류로부터 살모넬라에 감염돼 1명이 사망하고 86명이 병원에 입원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애완조류와 껴안거나 입을 맞추지 말라”고 당부했다.

살모넬라의 악명은 역사에서도 찾을 수 있다. 1545년 멕시코 아스테카 문명 사회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전염병이 창궐해 원주민 1500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2018년 AFP통신은 아스텍 무덤 속 해골 29개의 DNA 검사로 살모넬라엔테리카 박테리아의 흔적을 찾았다며 “살모넬라가 당시 전염병의 유력한 후보”라고 보도했다. 스페인인들이 키우던 동물을 들여오면서 살모넬라가 퍼져 면역력을 갖추지 못한 원주민에게 퍼진 것으로 추정된다.

살모넬라가 꼭 인간에 무익하다고 볼 순 없다. 2017년 국내 연구진은 살모넬라를 활용해 암 치료용 박테리아를 개발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정상 조직보다 암 조직에서 10만 배 정도 더 많이 증식하는 이 균의 특성을 이용해 정상 조직에 독성을 일으키지 않으며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없애는 방식이다.

최근 270여 명 감염자가 나온 경기도 김밥집 식중독 사태의 원인도 살모넬라로 드러났다. 사건이 발생한 두 지점에 동시에 납품한 계란이 주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식약처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0년까지 5년간 살모넬라 식중독 환자 중 63%는 계란으로 인해 발생했다. 여름철 계란은 특히 주의해야 하는 이유다.

한편 식중독 주의보가 내려진 계란 가격은 하루가 다르게 고공행진 중이다. 작년 동기 대비 57% 올라 한 판에 8000~9000원에 육박한다. 고병원성 조류독감(AI)의 영향에 계란을 낳을 수 있는 닭이 부족해 수요 대비 공급이 턱없이 부족한 탓이다. 코로나에 식중독에 살인물가까지, 여러모로 여름나기 참 어수선한 시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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