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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과 현지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박상현 (사)오터레터 발행인

박상현 (사)오터레터 발행인

요즘 인도 정부가 트위터·왓츠앱 등 미국계 인터넷 플랫폼 기업들과 대결을 벌이고 있다. 인도는 최근 IT 관련법을 개정했는데, 인도에서 활동하며 수익을 올리고 있다면 해외 기업이라도 인도의 법이 요구하는 바를 따라야 한다. 문제는 대부분 미국 기업인 이들이 자국에서 통하는 상식을 따른다는 데 있다. 개정된 인도법에 따르면 정부는 필요할 경우 인도인들이 메시징 앱에 남긴 기록을 추적하도록 요구할 수 있다.

비슷한 문제는 어느 나라에서나 발생한다. 범죄 용의자가 남긴 메시지는 범죄 증거로 사용될 수도 있고, 추가 범죄를 예방하는 데 사용할 수도 있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추적을 함부로 허용할 수 없다. 만약 어느 독재 정부가 민주화 운동가를 테러리스트라고 규정한다면 기업은 추적을 허용해야 하고 결국 민주화 운동가 체포를 돕는 셈이 된다. 따라서 페이스북의 자회사 왓츠앱은 이 법이 위헌이라며 인도에서 소송을 진행 중이다.

그런가 하면 트위터는 인도 정부가 “사용자 불만 처리 임원을 설치하고, 24시간 이내에 사용자의 고충을 해결하라”는 명령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다. 처음에는 이 업무를 외주로 처리하려다가 인도 정부가 “그런 식으로 하면 트위터 플랫폼에 올라오는 문제 콘텐트에 대해 책임을 묻겠다”고 엄포를 놓은 결과다.

트위터가 탄생한 미국에서는 사용자가 올린 내용에 문제가 있어도 기업에 책임을 묻지 않는 법이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미국의 법이다. 빅 테크 사업이 글로벌화하면서 현지의 법·관습과 끊임없이 마찰을 일으키고 있다. 생각해보면 이는 인류 역사의 모든 제국이 겪었던 문제다. 디지털 제국도 예외가 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