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더나 반토막 사과는 없이…文 "백신 해외 의존 때문"

중앙일보

입력 2021.08.10 00:03

업데이트 2021.08.10 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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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정부가 미국 모더나사(社)로부터 이달 공급받기로 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이 예정된 물량 850만 회분의 절반 이하로 줄어들게 됐다. 모더나 측 생산설비 문제의 여파다. 정부는 긴급하게 화이자·모더나 백신의 1·2차 접종 간격을 4주에서 6주로 9월까지 한시적으로 늘렸다.

8월 예정 850만회분 중 절반 지연
모더나·화이자 접종간격 6주로
1차접종 늘리려 2차분 당겨 사용
7월엔 화이자 간격 3주→4주 늘려

문 대통령 “추석 전 3600만명 접종
집단면역 당기고 백신접종 늘릴 것”
정은경은 기존 ‘11월말’ 재확인

코로나19 4차 대유행의 확산세가 수그러들지 않는 가운데 백신 수급 불안에 따라 늘어난 접종 간격만큼 감염 위험에 노출되는 기간이 길어지게 됐고, 11월 집단면역 형성에도 차질이 우려된다.

권덕철(보건복지부 장관) 범정부 백신도입TF 팀장은 9일 코로나19 대응 복지부·질병관리청 합동 브리핑에서 “최근 모더나사에서 백신 생산 관련 실험실 문제 여파로 8월 계획된 공급 물량 850만 회분의 절반 이하가 공급될 예정임을 알려왔다”고 밝혔다. 권 장관은 “모더나사는 백신 공급 문제가 전 세계적인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공급 차질에 대해 사과하고, 한국에 약속된 물량을 공급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정부에 따르면 모더나사는 사흘 전인 6일 오후 공급 지연 사실을 통보했다. 하지만 ‘실험실 문제 여파’가 뭔지, 언제쯤 해결되는지 자세히 설명하지 않았다.

당초 모더나로부터 이달 공급받아야 할 전체 물량은 1046만 회분이다. 이 중 196만 회분은 지난달 ‘이월’분이다. 지난 7일 130만3000회분이 들어왔다. 아직 65만7000회분은 도입되지 않았다. 이월분도 다 들어오지 못한 사이 8월 물량이 절반 이하가 된 것이다. 이에 정부는 9월까지 화이자·모더나의 접종 간격을 현행 4주에서 6주로 늘리기로 했다. 2차 비축분을 1차 접종에 풀어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서다. 지난달 50대 접종을 앞두고 백신 부족에 화이자 접종 간격을 3주에서 4주로 한 차례 늘린 상태다. 이번에 다시 6주로 연장됐다. ‘고무줄 접종’이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6주 연장 대상은 16일 이후 2차 접종 예정자들이다. 지난달 20일 1차 접종해 오는 17일 2차 접종이 예약된 경우 2주 밀려 8월 31일에나 맞을 수 있다. 50대, 9일부터 접종 예약이 시작된 18~49세, 지자체·사업장의 자율·자체 접종 모두 마찬가지다. 일괄 변경된 2차 접종 일정은 이번주 안으로 대상자에게 개별 안내된다. 다만 4주에서 6주로 변경했을 때 예방효과가 어느 정도 차이 나는지는 확실치 않다.

모더나 반토막 사과는 없이, 문 대통령 “백신 해외 의존 때문”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청와대 여민관 영상회의실에서 스테판 방셀 모더나 최고경영자(CEO)와 화상통화를 하고 있다. [사진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청와대 여민관 영상회의실에서 스테판 방셀 모더나 최고경영자(CEO)와 화상통화를 하고 있다. [사진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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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경 질병청장은 관련 질의에 “화이자의 경우 임상시험을 할 때 일부 6주까지 데이터들이 반영돼 임상효과 평가를 했다”며 “그 이외의 접종 간격에 따른 효과 차이에 대한 문헌은 확인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일부 예외를 둬 접종계획은 더 복잡해졌다. 고3과 고교 교직원은 3주 간격이다. ‘N수생’ 등 대입 수험생은 기존처럼 4주다. 교육·보육 종사자는 5주 간격으로 조정됐다. 이번 지연 사태에 정부는 대표단을 파견해 공급 지연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하고 백신의 조속한 공급 방안을 촉구할 예정이다.

백신 수급 불안은 당분간 풀기 쉽지 않아 보인다. 권 장관은 이날 “정부는 안정적인 백신 확보를 위해 총 1억9200만 회분의 백신 구매를 계약했다”고 밝혔지만, 이 중 지금까지 들어온 백신은 3509만 회분에 불과하다.

백신 공급 차질에 따른 접종간격 변경 대상

백신 공급 차질에 따른 접종간격 변경 대상

공급에 문제가 없는 화이자 백신까지 접종 간격을 6주로 조정한 것과 관련해서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화이자 2차 접종분을 비축하지 않고 1차 접종자를 최대한 늘리겠단 계산이 깔려 있다는 이유에서다. 정 청장도 이날 “신속한 접종 완료도 중요하지만, 입원이나 중증 예방을 위해 1차 접종자를 확대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재훈 가천대 길병원 예방의학과 교수는 “장기적으로는 고령의 대상자를 많이 접종하고 2차 접종률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고 반박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주재한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그간 자신해 왔던 모더나 백신의 도입량이 절반 이하로 줄게 된 데 대한 사과나 유감 표명 없이 “접종 속도를 높이라”고만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백신을 소수의 해외 기업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우리가 백신 수급을 마음대로 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 기업에 휘둘리지 않도록 국산 백신 개발에 더욱 속도를 내고, 글로벌 허브 전략을 힘있게 추진하는 데 국가적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대안으로 제시한 국산 백신 개발이나 백신 생산 거점화는 당장의 백신 위기 극복과는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다. 특히 이날 공급 차질 사실이 확인된 모더나 백신은 지난해 12월 문 대통령이 최고경영자와 통화한 뒤 “백신 4000만 회분을 2분기부터 공급받기로 했다”며 성과를 직접 홍보했던 백신이다. 문 대통령은 당시 모더나 CEO와의 통화 사실까지 이례적으로 공개했다.

그러나 모더나 백신 도입량이 반 토막이 난 이날 문 대통령은 8개월 전의 대대적인 홍보전과 달리 공급 약속을 어긴 ‘모더나’ 이름도, 추가 공급 대책도 언급하지 않은 채 “백신 접종률을 높이라”는 말만 여러 차례 반복했다.

이 와중에 청와대와 방역 당국이 ‘엇박자’를 내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최근 백신 접종에 다시 속도를 내면서 40% 이상의 국민들이 1차 접종을 끝냈고 추석(9월21일) 전 3600만 명 접종을 목표로 나아가고 있다. 집단면역의 목표 시기도 앞당기고 백신 접종의 목표 인원도 더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추석 연휴 직전으로부터 6주가 되는 10월 말에는 2차 접종까지 완료하겠다는 말로 해석된다. 하지만 정 청장은 같은 날 “9월 말까지 70% 1차 접종, 11월 말까지 2차 접종을 완료하는 목표는 차질 없이 진행될 것”이라며 문 대통령과 다른 시점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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