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거품, 커져도 꺼져도 문제…코로나 포퓰리즘이 위기 더 키워”

중앙일보

입력 2021.08.10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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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김인준 서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지난 6일 인터뷰하는 내내 한국 경제의 자산 양극화를 걱정했다. 특히 부동산 거품(버블)이 계속 커져도, 일순간 터져도 문제라고 했다. 김경록 기자

김인준 서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지난 6일 인터뷰하는 내내 한국 경제의 자산 양극화를 걱정했다. 특히 부동산 거품(버블)이 계속 커져도, 일순간 터져도 문제라고 했다. 김경록 기자

위기의 한국경제

위기의 한국경제

서울대에서 33년을 강의하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 등을 지낸 원로 경제학자가 현재의 한국경제를 1990년대 외환위기 때보다 더 심각한 위기 상황으로 규정했다. 2013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위기극복 경제학』을 쓴 김인준 서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이후 한국의 경제위기를 주제로 한 책을 쓸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그는 8년 만에 쓴 『위기의 한국경제』(사진)로 돌아왔다.

김인준 서울대 명예교수 쓴소리
“부동산 과열, 외환위기보다 심각
빚 증가 속도도 세계 평균의 4배
버블 붕괴땐 일본처럼 침체의 20년
장기적 재정균형 맞춰야 문제 해결”

지난 6일 만난 그는 한 시간이 넘는 인터뷰 동안 부동산 과열로 인한 자산 양극화 문제를 여러 차례 언급했다. 그는 “젊은 세대에서 집을 못 산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가 있다”며 “부동산 거품(버블)이 계속 커져도 문제고, 일순간 꺼져도 문제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또 “양극화와 코로나19 위기 상황은 포퓰리즘의 토양을 만들었고, 되레 문제 해결이 어려워지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 경제는 정말 위기인가.
“지금의 부동산 과열은 70년대 석유파동, 90년대 외환위기, 2000년대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더 심각하다고도 볼 수 있다. 미·중 대립 격화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세계 경제까지 어려운 상황이라 실물 경제가 받쳐주지 않는 상황에서, 자산 가격만 높아지고 있다. 이런 식의 자산 양극화는 상실감까지 키워 사회 불안정으로 연결될 수 있는 문제다.”
양극화가 어느 정도 수준인가.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민순자산 배율은 2017년 말 7.8배에서 지난해 9.2배까지 올라갔다. 자산을 가진 사람은 소득이 있는 사람보다 더 빠르게 부자가 됐다는 뜻이다. 결국 부동산 과열이다. 정부가 잘못된 부동산 정책과 저금리 정책을 쓰다 보니 부동산 과열을 초래했다.”
자산 양극화가 어떤 문제를 초래하나.
“이 상황이 지속하면 청년 세대는 주거를 마련할 수 없는 거다. 반대로 거품이 꺼진다고 하면 주택담보 대출 부실로 인한 금융 불안정이 우려된다. 이미 저금리 정책으로 가계부채가 위험한 수준에 이르렀다. 지난해 3분기 우리나라 가계·기업·정부부문 부채 총합은 4900조원으로, 2008년부터 12년간 145%가 증가했다. 세계 평균 증가 속도(31%)보다 4배 이상 빠르다. 부채 비율이 높은 상황에서 버블 붕괴는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재현할 수도 있다.”
해법을 찾기 쉽지 않아 보인다.
“GDP가 부동산보다 빠르게 늘어 GDP 대비 국민순자산 배율을 떨어뜨리는 게 중요하다. 완만한 금리 조정도 필요하고 결국은 여·야가 어떤 식으로든 공동 대처를 하는 수밖에 없다. 그런데 양극화와 코로나19 위기 극복이라는 명분으로 포퓰리즘 정책이 나오면서 문제를 키우고 있다. 재난지원금 같은 게 대표적인데 상근 근로자까지 지원금을 받아봐야 결국 부동산이나 주식, 암호화폐 자산 투자로 사용하게 된다. 코로나19로 직접 피해를 본 자영업자·소상공인을 골라 두텁게 선별 지원하는 정책을 써야 한다. (최근 국회와 정부는 국민 88%에게 25만원씩을 지급하기로 했다.)”
포퓰리즘이 또 어떤 문제를 야기할까.
“필요하지만 인기 없는 경제 문제엔 손을 대지 않고, 진영 논리에 따라 정책을 펴고 있다. 장기·구조적 문제엔 대안을 내지 않는다. 이런 것도 포퓰리즘이다.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문제, 산업·노동개혁에 연금개혁까지 모두 시급하지만, 정치권에서 제대로 말조차 하지 않는다.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결국 국가가 초등학교 전까지 양육을 책임지는 식으로 해야 하는데, 이해관계자들이 걸려 있다 보니 제대로 된 방안이 나오지 않고 있다. 국가가 3~6세까지 의무 교육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
위기 극복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나.
“자산 시장 과열을 극복하고, 장기적 재정 균형 방안을 세워야 한다. 또 세대 간, 장·단기간 정책의 균형을 맞춰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비대면 산업이 성장하듯 산업구조가 바뀔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산업계와 노동계가 모두 발맞춰야 한다. 코로나19가 닥치기 전부터 확장 재정 정책으로 부채를 늘리고 금리를 낮췄다. 장기적으로 펼 수 있는 정책 카드가 제한됐는데, 이 또한 정상화해야 한다. 한국은 훌륭한 인적 자원을 가진 나라다. 여·야 모두가 당장의 표가 아닌 장기적 관점에서 대책을 세우고 협의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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