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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종류 바꾸더니 접종 간격도 바꿔…불안해서 어떻게 맞겠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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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문화체육센터에 마련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예방 접종센터에서 접종을 마친 시민들이 이상반응 모니터링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사진 뉴스1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문화체육센터에 마련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예방 접종센터에서 접종을 마친 시민들이 이상반응 모니터링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사진 뉴스1

“백신 종류가 느닷없이 바뀌고 접종 간격도 계속 변하니 이거 어디 맞겠습니까. 안 그래도 백신 부작용 때문에 불안한데 정부가 이랬다저랬다 하는 걸 보니 믿음이 안 갑니다.”

이달 2차 접종 앞둔 50대 분통 #“6주 간격 맞으면 백신효과 있나” #“정부, 낙관론 펴다 번복 해명해야”

9일 오후 방역 당국이 화이자·모더나 백신의 접종 간격을 한시적으로 4주에서 6주로 연장하겠다고 발표하자 장모(58·서울 서대문구)씨가 한 말이다. 장씨는 지난 1일 화이자 1차 접종을 완료해 4주 후인 오는 28일 2차 접종을 앞두고 있었다. 하지만 이날 갑작스러운 정부 발표로 2차 접종 날짜가 2주 뒤로 더 밀리게 됐다. 장씨는 “6주로 해도 예방 효과가 진짜 있는 거냐”며 “이렇게 불안할 바에야 차라리 2차는 맞지 않아야 하나 싶다”고 말했다.

직장인 이모(59·서울 여의도)씨도 “도대체 몇 번째 계획이 바뀌는 거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씨는 지난달 27일 백신을 맞은 뒤 4주 후인 오는 24일 화이자 백신 2차 접종을 할 예정이었지만 2주 뒤(9월 7일)로 일정이 밀렸다. 그는 “뉴스를 보고 예약 사이트에 들어가 보니 날짜가 변경돼 있었다. 문자나 알림도 없이 이렇게 바꿔버리니 황당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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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씨와 이씨의 말처럼 50대 연령층을 중심으로 하는 8월 접종 계획은 이전에도 수차례 변경됐다. 시작은 50대 사전예약 접수 때부터였다. 정부는 접종을 원하는 이들이 한꺼번에 몰려 확보했던 모더나 백신 물량이 조기에 동나자 갑자기 사전예약을 중단했다. 이후 8월 접종 시행 계획을 1~2주 연기한 뒤 다시 예약 접수를 받았다. 또 모더나 물량에 차질이 이어졌고 그때마다 접종 계획은 수정됐다. 50대 연령층 모두에게 모더나 백신을 접종하기로 했다가 수도권 55~59세는 화이자 백신을 접종하는 것으로 백신 종류가 변경됐고, 접종 간격도 3주에서 4주로 바뀌었다.

이후 8월 접종이 이대로 이어지는가 싶었지만, 정부는 이날 또 ‘6주 연장’으로 접종 계획을 변경했다. 수급에 차질이 생긴 모더나 백신뿐 아니라 화이자 백신의 접종 간격까지 늘어난 건 모더나 부족분을 화이자 백신으로 대체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혼선에 전문가들은 백신 수급과 관련해 정부가 지나치게 낙관론을 펼친 것부터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달 말 김부겸 국무총리는 7월 물량이 제때 들어오지 않자 “8월 중 850만 회분이 제때 공급되도록 협의가 마무리됐다”며 더는 수급 지연이 없을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당장 열흘도 지나지 않아 번복하게 될 거였는데 왜 지키지도 못할 약속을 했는지에 대한 해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더나는 애초에 작은 벤처기업 정도였고 한국에 지사도 없어 수급이 불안정할 거라는 걸 예측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6주가 아닌 7주나 8주 간격으로 예약이 변경된 사례도 나왔다. 이모(25)씨는 정부 발표를 보고 어머니의 백신 접종 날짜를 확인했다가 1·2차 간격이 7주로 돼 있는 걸 보고 놀랐다고 전했다. 이씨는 “어머니가 잔여 백신을 통해 지난 6일 접종했는데 7주 차인 9월 21일로 예약이 잡혀 있었다”며 “바뀐 날짜가 추석 당일인데, 추석에 백신을 어떻게 맞겠냐”고 토로했다. 이씨 외에도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2차 접종 시기가 8주 차로 자동 예약됐다는 글이 수차례 올라오면서 혼란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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