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규제 휘두르자…텐센트 등 창업자들 100조원 날렸다

중앙일보

입력 2021.08.10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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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중국의 전방위 규제에 관련 업계의 주가가 급락하며 중국 창업 거물들의 재산이 한 달 사이 100조원 가까이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FT “플랫폼·게임 기업 전방위 규제
기술·생명공학 24명 자산 16% 줄어
텐센트 마화텅 회장 14조원 감소”
빅테크 군기잡기, 재계순위도 변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8일(현지시각)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를 인용해 중국의 기술·생명공학 분야 기업의 억만장자 24명의 순 자산이 지난달 이후 16% 급감했다고 보도했다. 증발한 자산을 액수로 환산하면 870억 달러(약 99조5800억원)에 달한다.

이 기간 동안 재산을 가장 많이 잃은 이는 중국 전자상거래업체 핀둬둬의 창업자 황정이다. 8일(현지시각) 기준으로 한 달 만에 전 재산의 3분의 1인 156억 달러(약 18조원)가 사라졌다. 인터넷 기업 텐센트의 창업자 마화텅 회장도 전 재산의 22%인 120억 달러(약 14조원)를 잃었다. 중국 당국을 향한 ‘소신 발언’으로 괘씸죄에 걸린 알리바바의 창업자 마윈 회장의 순 자산은 같은 기간 26억 달러(약 3조원)가 증발했다. 지난해 11월 자회사 앤트그룹의 상하이·홍콩증시 동시 기업공개(IPO)가 돌연 중단된 이후로 따지면 약 130억 달러(약 15조원)가 줄었다.

앤트그룹으로부터 시작된 중국 당국의 ‘빅 테크 군기 잡기’는 이후 플랫폼 기업은 물론 사교육, 게임산업 등 전방위로 퍼지고 있다. 중국 당국은 미국 증시에 상장한 차량공유기업 디디추싱에 대해 대대적 단속에 나선 데 이어, 지난달 24일에는 사교육 업체 신규 허가를 전면 금지했다. 기존 사교육 업체는 비영리 기구로 전환하도록 하고, 외국 자본의 투자는 물론이고 상장을 통한 자본조달도 봉쇄했다.

이에 중국의 대표 에듀테크 기업 뉴오리엔탈에듀케이션의 창업자 유민홍의 순 자산은 한 달 만에 83%가 증발했다. 유민홍이 보유한 회사 지분 12%의 가치는 지난달까지 약 30억 달러로 평가받았으나 규제 철퇴를 맞은 후엔 5억 달러 수준으로 폭락했다.

중국 검찰도 ‘빅 테크’ 때리기에 가세했다. 지난 6일 중국 검찰은 메신저 업체 위챗의 운영사 텐센트에 민사 공익 소송을 제기했다. 위챗의 ‘청소년 모드’에 청소년 보호법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으며, 청소년의 권익을 침해했다는 이유다. 중국 검찰이 빅 테크 기업을 상대로 이런 방식의 소송을 제기하는 건 처음이다.

‘폭탄’ 수준의 규제가 쏟아지면서 홍콩 증시의 항셍테크지수는 연초와 비교해 20% 넘게 떨어진 상태다. 최고점이던 2월 중순과 비교하면 하락 폭이 40%를 넘는다. 지난 1월 25일 766.5 홍콩달러로 연중 최고치를 기록한 텐센트 주가는 중국 검찰의 소송 소식이 알려진 6일 453.6 홍콩달러로 빠졌다가 9일 461.2 홍콩달러로 마감하며 40% 가까이 폭락했다.

FT는 당국의 규제 여파로 중국 재계의 판도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빅 테크 기업 총수들이 고전하는 사이 자동차·신재생에너지 기업 총수들의 자산은 늘어나고 있다. 전기차 업체 비야디(BYD)의 왕촨푸 회장의 경우 순 자산이 최근 250억 달러를 돌파, 중국 억만장자 순위 10위권에 진입하기도 했다. 같은 기간 신재생에너지 업종 기업 총수 8명의 순 자산도 136억 달러 불어났다. 투자은행 차이나르네상스의 브루스 팽 수석 연구원은 “중국 기업과 기업가들이 공산당의 움직임과 언급에 늘 주의를 기울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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