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이재용 13일 오전 10시 가석방된다…“국가·글로벌경제 고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연합뉴스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돼 징역 2년 6개월을 확정판결 받고 복역 중인 이재용(53) 삼성전자 부회장이 광복절을 앞두고 가석방된다. 재수감된 지 207일 만이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9일 오후 ‘광복절 기념 가석방 810명 실시 예정’ 브리핑에서 “오늘 개최된 법무부 가석방심사위원회에서 수형자 1057명에 대해 가석방 여부를 심사·의결했으며 이중 적격으로 의결된 수형자 810명에 대해 법무부 장관으로서 가석방을 허가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이번 가석방에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국가적 경제상황과 글로벌 경제환경에 대한 고려차원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대상에 포함됐다”라고 밝혔다.

법무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가석방심사위원회를 비공개로 열어 이 부회장 등의 가석방을 적격 판정했고, 박 장관이 이를 최종 승인했다. 이 부회장은 오는 13일 오전 10시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될 예정이다.

이번 심사위는 9명으로 구성됐다. 강성국 법무부 차관이 위원장을 맡았고 구자현 검찰국장과 유병철 교정본부장, 윤웅장 범죄예방정책국장이 내부 위원으로 참석했다. 외부 위원은 윤강열 서울고법 부장판사, 김용진 대한법률구조공단 변호사, 홍승희 원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백용매 대구가톨릭대 심리학과 교수, 조윤오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 등이다.

수형태도 양호해 임시 석방…남은 형기 보호관찰

가석방이란 징역 또는 금고형을 복역 중인 사람 가운데 ‘그 행상(行狀·태도)이 양호하여 개전의 정이 뚜렷한 때’ 나머지 형벌의 집행이 불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일정한 조건 하에 임시로 석방하는 제도다(형법 72조). 지난 1월 18일 이 부회장은 국정농단 사건 연루 혐의에 대한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 받고 법정 구속됐다. 이후 이 부회장과 박영수 전 특별검사가 재상고를 포기해 형이 그대로 확정됐다.

현행 형법에 따르면 무기의 경우 20년, 유기 징역형을 복역 중인 수감자는 형기의 3분의 1이 지난 후부터 가석방할 수 있다. 법무부는 이를 토대로 올해 상반기까지 형 집행률이 55~95%인 수감자에 대해 가석방 심사를 해오다가 지난달부터 그 기준을 50~90%로 5%포인트 완화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말 기준으로 형기 60%(18개월)를 채웠다.

법무부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가석방과 관련해 “최근 3년간 형기 70% 미만자 중 가석방자는 244명이며 점차 확대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교정시설 평균 수용률인 110%를 105%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가석방을 확대해 나가겠다”며 “특혜 시비가 없도록 복역률 60% 이상의 수용자들에 대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가석방 심사의 기회를 부여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부회장은 남은 형기 동안 법무부의 보호관찰을 받아야 한다. 보호관찰 기간 준수사항은 크게 네 가지다. ▶주거지에 상주하고 생업에 종사할 것 ▶범죄로 이어지기 쉬운 나쁜 습관을 버리고 선행(善行)을 하며 범죄를 저지를 염려가 있는 사람들과 교제하거나 어울리지 말 것 ▶보호관찰관의 지도·감독에 따르고 방문하면 응대할 것 ▶주거를 이전(移轉)하거나 1개월 이상 국내외 여행을 할 때에는 미리 보호관찰관에게 신고할 것 등이다. 보호관찰을 받기에 앞서 주거와 직업, 생활계획 등을 관할 보호관찰소장에게 신고하는 의무도 있다. 다만 법무부가 “필요가 없다”고 인정한 때에는 보호관찰을 받지 않는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9일 경기도 과천 법무부 청사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포함해 수형자 810명에 대해 광복절 가석방을 허가했다"고 발표하고 있다. 뉴스1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9일 경기도 과천 법무부 청사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포함해 수형자 810명에 대해 광복절 가석방을 허가했다"고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취업제한 풀려면 별도 법무부 장관 승인 받아야

이 부회장은 가석방에도 불구하고 취업제한 조치는 변함이 없다. 형 집행이 종료되는 내년 7월 이후 5년간 삼성전자 등에 재직할 수 없다. 이 부회장의 뇌물·횡령액이 86억8000만원에 달해 취업제한 대상자로 선정된 것이다.

특정경제범죄법 제14조에 따르면 5억원 이상 횡령·배임 등의 범죄를 저지르고 징역형을 선고 받은 자는 형 집행이 종료되거나 집행을 받지 아니하기로 확정된 날로부터 5년간 금융회사 등, 국가·지방자치단체가 자본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출자한 기관 및 그 출연(出捐)이나 보조를 받는 기관과 유죄 판결된 범죄행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업체에 취업할 수 없다. 다만 이 부회장이 취업하려는 날의 1개월 전까지 법무부 장관에게 취업승인신청서를 제출하고 승인을 받으면 취업제한 대상에서 빠질 수 있다.

법무부 장관이 최종 결정하는 가석방 제도는 대통령 권한인 사면과 구별된다. 사면이란 범죄인에 대한 형벌권의 전부 또는 일부를 면제하거나 형벌로 상실된 자격을 회복시켜 주는 행위를 뜻한다.

민변 등 “재벌에 대한 특혜…박범계 장관 사퇴해야”

시민단체들은 이 부회장 가석방 결정이 불공정한 특혜라며 비판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이날 논평을 내고 “검찰이 관례적으로 수감자가 다른 사건 재판을 받고 있는 경우 가석방 동의 의견을 제출하지 않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이 부회장의 가석방을 허가한 것은 재벌에 대한 특혜”라며 “가석방 제도에 대한 공정한 운용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참여연대도 논평에서 “이 부회장에 대한 가석방 결정은 정의롭지 못한 재벌총수에 대한 특혜며 사법정의에 대한 사망선고”라며 “문재인 대통령의 대국민사과와 박범계 장관의 사퇴를 촉구한다”고 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