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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하게만 정치해선 안돼" 지지율 정체 최재형에 쏟아진 고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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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를 너무 착하게만 해서는 안 됩니다.”

9일 서울 여의도 대하빌딩에서 열린 ‘최재형 캠프’의 비공개 선거대책회의에선 이런 고언(苦言)이 나왔다. 이날 회의는 캠프 출범 이후 새로 임명된 각 부문 본부장 등이 처음으로 만나는 상견례 자리였다. 최 전 원장의 지지율이 대선 출마선언 이후에도 지지부진한 만큼 지지율을 올리기 위한 전략 이야기가 많이 오갔다고 한다.

최재형 국민의힘 예비후보가 9일 여의도 캠프에서 선거대책회의를 하며 발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최재형 국민의힘 예비후보가 9일 여의도 캠프에서 선거대책회의를 하며 발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지난 6~7일 이틀간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4명을 대상으로 차기 대선 후보 적합도를 조사한 결과 최 전 원장은 6.1%를 기록했다. 순위로는 네번째인데, 지난 4일 대선 출마선언 이전 조사와 비교해 큰 차이가 없는 수치다. (95% 신뢰수준에서 오차범위 ±3.1%포인트. 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국민의힘 최재형 대선 예비후보가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대하빌딩 선거사무소에서 열린 선거대책회의에 앞서 자원봉사자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최재형 대선 예비후보가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대하빌딩 선거사무소에서 열린 선거대책회의에 앞서 자원봉사자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회의 참석자 중 다수는 정치적 메시지의 강도가 낮은 것이 지지율을 높이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라는 데 공감했다고 한다. 회의에 참석한 한 국민의힘 의원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지금까지 메시지가 너무 ‘범생이’ 같았다. 메시지를 좀 더 세게 낼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많았다. 그런 맥락에서 ‘너무 착하게만 해선 안 된다’는 얘기도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최 전 원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거의 매일 현안에 대한 메시지를 내고 있다. 하지만 국민의 뇌리에 강렬한 임팩트를 남기기엔 부족하다는 평가가 있다. 한 참석자는 회의에서 “정치는 투쟁인데, 너무 메시지가 점잖다”고 지적했다고 한다. 캠프 관계자는 “최 전 원장 성격상 막말이나 네거티브 공세를 못한다. 합리적인 메시지를 내는 데에만 공을 들여왔다”고 설명했다.

대선 출마 선언이란 빅 이벤트에도 불구하고 지지율에 큰 변동이 없는 데엔 “아직 공부가 부족하다”고 말하는 등 준비 부족을 너무 솔직하게 인정한 탓도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참석자는 “최 전 원장이 솔직해서 그런 것이지만, 정치에서 그런 발언은 공격의 대상이 될뿐”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캠프의 준비 부족을 꼬집으며, "앞으로 전문가들에게 도움을 받으라"고 제안하는 이도 있었다고 한다.

정의화 전 국회의장이 최재형 국민의힘 예비후보의 명예 공동선대위원장으로 9일 여의도 캠프에서 열린 선거대책회의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정의화 전 국회의장이 최재형 국민의힘 예비후보의 명예 공동선대위원장으로 9일 여의도 캠프에서 열린 선거대책회의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명예 선거대책위원장인 정의화 전 국회의장은 외연 확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정 전 의장은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최 전 원장의 초반 행보가 너무 우측으로 가고 있다. 그래선 선거에서 경쟁력이 없다. 앞으로는 합리적 보수, 중도층으로 외연을 확장해야 지지율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같은 맥락에서 최 전 원장의 다음 지방 일정으로 호남을 검토해야 한다는 제언도 회의에서 나왔다. 최 전 원장은 그동안 보수세가 강한 PK(부산·경남), TK(대구·경북) 지역만 찾았다.

최 전 원장은 공개 모두발언에서 “당 대표의 권위가 훼손되어선 안 된다”며 당 공식행사에 잇따라 불참하면서 불거진 ‘지도부 패싱’ 논란에 선을 그었다. 또 “당 대표를 중심으로 하나가 돼 우리 당이 가진 모든 역량을 결집해 정권교체라는 절체절명의 목표를 이뤄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준석 대표와의 갈등을 벌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의 차별화 전략이 엿보인다.

캠프 총괄본부장은 정치인이 아닌 법조인

우창록 변호사. 중앙포토

우창록 변호사. 중앙포토

한편 최 전 원장은 이날 캠프 총괄본부장에 우창록 변호사를 선임했다. 우 변호사는 사법연수원 6기로 1997년 법무법인 율촌을 설립했고, 2019년 율촌 명예회장으로 은퇴한 뒤 현재는 재단법인 ‘굿 소사이어티’, ‘대한민국교육봉사단’의 이사장을 맡고 있다. 최 전 원장은 법조인 시절부터 우 변호사와 가까운 사이였다고 한다.

캠프 총괄본부장은 정치 경험이 많은 다선 의원이 맡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캠프 관계자는 “다른 캠프와 달리 ‘최재형 캠프’의 수평적인 관계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캠프에 참여하는 현역 의원 사이에는 “대선을 한번도 치러보지 못한 인사를 총괄본부장에 앉히는 게 이해가 안 된다”는 반응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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