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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각적 대규모 온실가스 감축 없으면 지구온난화 못 막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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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이준이 부산대 기후과학연구소 기후시스템전공 교수 및 IBS 기후물리단 연구위원이 6일 부산대 통합기계관에서 본지와 인터뷰 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이준이 부산대 기후과학연구소 기후시스템전공 교수 및 IBS 기후물리단 연구위원이 6일 부산대 통합기계관에서 본지와 인터뷰 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즉각적이며, 급격하고, 대규모적인 온실가스 배출 저감으로 2050 탄소중립을 달성하지 못하면 지구 온난화를 1.5도 아래로 막을 수 없습니다.”

이준이(47) 부산대 기후과학연구소 교수는 국내 대표적 지구온난화 전문가다. 9일 발표된 IPCC 실무그룹 6차 보고서 4장 미래기후변화 부문의 총괄 주저자 겸 정책결정자를 위한 요약본(SPM)에 주저자로 참여했다. 이 교수는 기초과학연구원(IBS) 기후물리연구단의 프로젝트 리더로도 활동하고 있다. 이 교수는 지구 온난화의 원인이 인류의 온실가스 배출 때문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못박았다. 지난 6일 IBS 기후물리연구단이 있는 부산대에서 이 교수를 만났다.

이준이 부산대 기후과학연구소 교수 #IPCC 6차 실무보고서 부문 총괄 주저자 #"코로나19도 지구온난화 저지 못했다" #"기후위기 대응 시간 얼마 남지 않았다"

이번 6차 보고서와 이전 5차 보고서의 차이가 뭔가
지구온난화가 더욱 심해지고 있으며,  기후 대응을 위한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고 요약할 수 있다. 2013년 실무그룹 보고서에서는 지구온난화가 과거 산업화 이전(1850~1900년)보다  0.85도 증가했다고 했는데, 이번 보고서에서는 온난화가 더 심화돼 지구온난화가 이미 1도 이상 진행된 것으로 밝혀졌다. 2001년부터 2020년까지 20년 동안을 보면 과거보다 0.99도 상승했지만, 최근 10년만 본다면 1.09도 올랐다. 즉, 10년 단위로 전지구의 표면 온도가 계속 상승하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그린란드 남동부 타실라크 인근 피요르의 빙붕에서 빙산 조각들이 떨어져나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그린란드 남동부 타실라크 인근 피요르의 빙붕에서 빙산 조각들이 떨어져나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최근 북미와 그리스ㆍ터키 등 남유럽의 폭염도 인류가 초래한 지구 온난화의 결과인가.
이번 보고서의 핵심 중 하나가 지구 온난화의 주요 원인이 인간이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는 거다. 5차까지는 95% 이상이라고 했지만, 이젠 100% 팩트라 할 수 있다. 심각한 온도 상승에 따른 폭염 등 기후변화가 과거보다 더 크게, 자주 나타나고 있다.  최근 북미와 서유럽 폭염 또한 지구온난화가 원인일 가능성이 아주 크다. 
왜 1.5도인가.
지구온난화라는 것은 전 지구 평균 지표기온의 연평균이 20년 이상 장기적으로 변하는 것을 말한다. 유엔기후협약에서 꽤 오랫동안 온도 2도 상승을 목표로 해왔다. 하지만 5차 보고서 이후 2도가 아니라도 많은 국가에서 지구온난화의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특히 섬나라에서는 기후 난민이 극심해질 것이라는 연구도 나왔다. 결국 2도가 충분하지 않다고 보고 파리기후협약(2015년)에서 1.5도 상승 목표를 수정했다.
1.5도를 넘어서면 어떻게 되나.
1.5도 지구 온난화에 도달할 경우 폭염 발생이 지금보다 현저히 증가하고, 여름이 더 길어지고, 겨울은 더 짧아질 것이다. 이외에도 전지구의 물순환이 더욱 강해지고, 집중호우와 가뭄 등 관련된 여러 극한 현상들이 더 증가하게 될 것이다. 여름철 북극 해빙 감소와 영구동토층과 남극ㆍ그린란드와 같은 대륙 빙하의 녹음 등이 더 가속화된다는 얘기다. 만약 2도가 상승하게 된다면 그 영향은 1.5도보다 더 커지게 된다.
스위스 벤켄지방의 해바라기밭. 폭염과 가뭄으로 말라죽은 해바라기들 사이에서 한 송이 해바라기가 피었다. [로이터=연합뉴스]

스위스 벤켄지방의 해바라기밭. 폭염과 가뭄으로 말라죽은 해바라기들 사이에서 한 송이 해바라기가 피었다. [로이터=연합뉴스]

1.5도 온도상승 억제가 가능할까.
이번 보고서는 즉각적이고, 급속하고, 대규모적인 온실기체 배출 감축이 없으면 1.5도 온도 상승을 막기 힘들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보고서에 적은 최저 농도 온실기체 배출 시나리오의 경우 2100년까지 1.5도 온도 상승을 억제한다는 거다. 이 경우는 지금부터 온실기체 배출을 바로 줄이기 시작해 2050년에 탄소중립을 이루는 것을 가정하고 있다. 1.5도 조절 가능 여부는 우리 인류가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한반도는 여태껏 서유럽이나 북미와 같은 극한의 기후는 경험하지 않고 있는데.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는 지역적으로 매우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대륙 지표 기온은 해양보다 더 크게 상승하며, 북극지역은 다른 지역보다 더 큰 온난화를 보인다. 한반도는 여태껏 서유럽이나 북미와 같은 극한의 기후는 경험하지 않고 있는데, 앞으로 지구 온난화가 더 심화된다면 극한 기후 현상의 강도가 더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
불가리아의 수도 소피아의 발전소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AFP=연합뉴스]

불가리아의 수도 소피아의 발전소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AFP=연합뉴스]

코로나 19 팬데믹으로 온실가스 배출이 줄었다고 하는데.
2020년의 경우 팬데믹의 여파로 인간 활동에 의한 온실가스 배출량이 일시적으로 줄었고, 이에 따라 대기오염은 눈에 띄게 감소했다. 하지만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2020년에도 계속 증가했다. 배출량 감소가 일시적으로 지역적 날씨나 기후에 다소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이 있지만 자연 변동성을 넘어서는 영향을 주지는 않았다고 평가하고 있다.  
티핑포인트(Tipping point)라는 말이 자꾸 나온다. 남극과 그린란드, 북극바다의 얼음이 녹는 것, 시베리아 동토층의 메탄 발생 등이 지구환경에 갑작스런 변화를 가져온다고 하는데.
티핑포인트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티핑포인트 대신 돌발적 기후변화 혹은 되돌릴 수 없는 기후변화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남극 빙상이 돌발적으로 녹아 우리가 현재 예상하는 것보다 해수면 상승이 훨씬 더 크게 나타날 가능성은 매우 적지만 그렇다고 배제할 수는 없다라고 평가하고 있다. 예를 들어 최고 농도 온실기체 배출 시나리오로 갈 경우 2300년에 약 2~7m 해수면 상승이 전망되지만, 남극 빙상이 돌발적으로 녹을 경우 해수면 상승이 15m까지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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