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중앙] 개방형 수장고서 맘에 든 유물 모아 나만의 특별전 열어볼까

중앙일보

입력 2021.08.09 08:00

박물관 수장고는 오랫동안 일반인에게는 금단의 영역이었습니다. 국보와 보물을 비롯한 나라의 역사적 문화유산을 보존·관리하는 곳으로 그 존재조차 모르는 사람이 많았죠. 수장고에는 전시하지 않는 유물들이 잠들어 있어 세심한 관리가 필요한 만큼 일반 관람이 허락되지 않았어요. 숨겨진 보물창고, 수장고가 최근 대중 앞에 그 모습을 공개하고 있습니다.

하윤(왼쪽)·김해승 학생기자가 종합적 개방형 수장고 개념으로 상시 개방하는 ‘열린 수장고’‘보이는 수장고’‘민속아카이브’ 등을 갖춘 국립민속박물관 파주를 둘러봤다.

하윤(왼쪽)·김해승 학생기자가 종합적 개방형 수장고 개념으로 상시 개방하는 ‘열린 수장고’‘보이는 수장고’‘민속아카이브’ 등을 갖춘 국립민속박물관 파주를 둘러봤다.

굳건했던 수장고의 문을 먼저 연 곳은 미술관이에요. 2018년 말 개관한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이 개방형 수장고를 선보이며 큰 호응을 이끌어냈죠. 2019년에는 국립경주박물관이 열린 수장고 흐름을 이었습니다. 박물관 사상 처음으로 일반 관람객이 유물의 보관·관리·연구 과정을 직접 살필 수 있게 한 거죠. 국가 귀속 발굴매장문화재 전용으로 만들어진 경주박물관의 영남권수장고는 영남 지역에서 출토된 매장문화재 60만여 점을 관리해요.

지난 7월 23일에는 국립민속박물관이 개방형 수장고를 갖춘 파주관을 개관했죠. 국립민속박물관 파주(이하 파주관)는 맷돌·항아리와 같은 유형 민속유물, 사진·음원·영상 등 무형 민속자료를 모아 둔 국내 최대 민속자료센터입니다. 2018년 공사를 시작, 2020년 7월 건물을 준공하고 9월부터 서울 종로구 삼청동 국립민속박물관 수장고에서 8만6270건의 민속유물과 81만4581건의 아카이브 자료를 옮겨와 지난 7월 23일 문을 열었어요. 종합적 개방형 수장고 개념으로 상시 개방하는 ‘열린 수장고’‘보이는 수장고’‘민속아카이브’ 등을 통해 다양한 유·무형 민속유물 자료를 보관·활용합니다.

국립민속박물관 파주를 찾은 하윤(맨 왼쪽)·김해승(가운데) 학생기자가 김윤정 학예연구관의 설명을 듣고 있다.

국립민속박물관 파주를 찾은 하윤(맨 왼쪽)·김해승(가운데) 학생기자가 김윤정 학예연구관의 설명을 듣고 있다.

소중 학생기자단이 파주관을 찾아 새로운 형태의 박물관을 직접 체험했습니다. 김해승·하윤 학생기자가 건물에 들어서자 약 10m 높이로 천장까지 이어져 있는 거대한 유리 타워가 시선을 사로잡았어요. 김윤정 학예연구관은 “개방이란 건 열려 있고 접근할 수 있다는 걸 뜻하죠. 앞서 선보인 국내 개방형 수장고의 경우 일부만 개방형인데 반해, 파주관은 건물 자체를 수장고로 지어 개방했다”며 파주관의 특징을 알려줬어요. “파주관은 일반 전시실 없이 전체가 수장고만으로 이루어진 박물관입니다. 크게 관람객이 직접 들어가 볼 수 있는 열린 수장고, 창을 통해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는 보이는 수장고로 나뉘죠. 먼저 열린 수장고를 살펴볼까요.” 김 학예관은 한참 동안 고개를 위아래로 돌리며 여러 유물이 자리한 것을 확인한 학생기자단을 타워 내부로 이끌었습니다.

“이곳은 아까 여러분처럼 밖에서도 볼 수 있고, 안으로 들어와서 볼 수도 있는 말 그대로 열린 수장고예요. 해주도자·옹기항아리 등 도기와 토기, 맷돌·절구 등 석재류 민속유물이 보관돼 있죠. 열린 수장고는 유리 타워로 만들어져 밖에서 햇빛이 들어오는데요. 도·토기와 석재류는 밝은 조도도 비교적 잘 견디고 보관성이 좋아 여기에 보관합니다. 2개 층에 각각 3개 구역으로 나뉘어 1층에 4~6, 2층에 9~11수장고가 있어요.”

수장고만으로 이루어진 국립민속박물관 파주

파주관의 열린 수장고는 모두 7개입니다. 유리 타워로 이루어진 6개 수장고 외에 1층 뒤쪽에 한 곳이 더 있죠. 바로 16수장고예요. 색다르게 느껴졌던 4수장고와는 또 다른 분위기로, 들어서자 평소 박물관 하면 떠오르는 전시실과 흡사한 느낌이 들었죠. 보관을 위한 수장고에 전시기법을 도입한 공간입니다. “유물을 보여준다는 점은 일반 전시실과 같아요. 다만 전시는 전달하고 싶은 어떤 주제 하에 진행되기에 대표성을 가진 주요 유물이 존재하죠. 수장고에선 유물 하나하나가 다 중요합니다. 다양한 시각으로 유물을 살펴볼 수 있도록 배치 및 공간 연출을 했죠.” 16수장고는 목재 유물 중 대표적인 민속유물인 소반·떡살·반닫이를 특화해 보관해요.

목재 유물이 모여 있는 16수장고는 전시형 수장고로 좀 더 다양한 연출을 통해 유물을 볼 수 있다.

목재 유물이 모여 있는 16수장고는 전시형 수장고로 좀 더 다양한 연출을 통해 유물을 볼 수 있다.

김 학예관은 “유물은 재질에 따라 분류한다”며 “재질별로 성질을 잘 맞춰 온도·습도·빛 등을 각각 조절해야 한다”고 설명했어요. 건물 안쪽 구석에 자리해 빛이 들어오지 않는 16수장고에 목재 유물을 모아둔 건 목재가 빛에 장시간 노출될 경우 갈라짐이나 색 변화가 나타나는 등 훼손되기 쉽기 때문이죠. “유물을 잘 보관하기 위해 특별한 기술이 필요한가요?” 하윤 학생기자가 묻자 “수장고에 들어온 후에는 어떠한 기술보다는 알맞은 상태가 중요하다”는 답이 돌아왔죠.

“유물을 보존 처리하는 데는 여러 기술이 필요하지만, 수장고 안에서는 유물에 맞는 특별한 상태를 만들어주는 게 중요해요. 항온·항습을 유지하고 위해를 가할 수 있는 물리적 힘으로부터 보호하는 거죠. 쉬워 보이지만 사실 쉽지 않아요. 예를 들어 냉장고만 해도 문을 열 때마다 내부 온도가 바뀌니까 쓸데없이 열지 말라고 하죠. 건물 또한 밀폐공간이 아니고, 여러 사람이 드나들기 때문에 늘 일정하게 유지하기란 어렵습니다. 비용도 많이 들죠.”

소반과 떡살, 반닫이는 우리 생활과 밀접한 민속유물입니다. 소반은 음식을 먹을 때 쓰는 작은 상이에요. 옛날 우리 조상들은 부엌에서 음식을 하면 상에 올려 방으로 가져와서 먹었기에 소반은 상과 쟁반 기능을 동시에 했죠. 반닫이는 실내에서 사용한 궤의 일종으로 앞면을 반으로 나눠 여닫을 수 있게 만들어 반닫이라고 불러요. 책·옷·그릇 등을 넣어두고 위에는 이불·항아리 등을 올려둘 수 있는 다목적 가구로 집집마다 여러 개를 두고 썼죠. 떡살은 떡에 문양을 찍을 때 사용하는 도구예요. 장수와 부귀, 자손의 번창, 출세 등 다양한 의미를 담고 있는 떡살의 문양을 찍어 돌이나 혼인 등 상황에 맞게 떡을 만들었죠. 이와 비슷한 용도로 차에 곁들여 먹는 다식을 만들 때 쓰는 다식판도 함께 보관돼 있었습니다.

국립민속박물관 파주의 16수장고에서 볼 수 있는 떡살·다식판.

국립민속박물관 파주의 16수장고에서 볼 수 있는 떡살·다식판.

떡살과 다식판의 다양한 무늬를 살피고 소반으로 눈을 돌린 소중 학생기자단은 서양식 테이블처럼 다리가 하나인 일주반, 다리를 판처럼 만들어 화려한 무늬를 새긴 해주식 소반, 학사모처럼 둥근 원통형 다리를 가진 원반 등을 하나하나 관람했죠. 찻상이나 밥상으로 쓴 소반이 이렇게 많은 종류가 있구나 새삼 감탄하며 보는데 특이하게도 푸른 소반, 황금빛 소반이 눈에 띄었어요. 김 학예관은 “그건 현대작가 작품”이라고 알려줬죠. “문화재 하면 흔히 교과서에 나온 것, 외워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요. 문화재에서 비롯한 현대 작품을 유물 사이에 넣어 문화재가 나와 상관없는 옛것이 아닌 지금 우리 생활에 활용할 수 있는 것이란 점을 나타냈죠. 실제로 많은 이들이 문화재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갑니다. 문양이나 형태를 따서 액세서리를 만들거나 하는 식이죠. 문화재의 어떤 요소가 지금 나와 연결돼 있음을 알리고, 자신의 것으로 활용하라는 공유의 목적이에요.”

설명을 듣던 학생기자단이 소반이 놓인 칸마다 모종의 숫자가 적혀있는 것을 알아챘어요. 숫자들의 의미를 묻자 김 학예관은 “유물의 주소”라고 답했죠. “번호를 보면 셋으로 나뉘어 있죠. 맨 앞의 16은 수장고 번호고 그다음 15는 15번째 장, 3은 세 번째 단에 있다는 의미죠. 이를 관리번호라고 해요. 이와 더불어 유물마다 고유 번호가 있죠. 예전에는 손으로 유물번호 등 정보를 담은 카드를 썼었는데, 요즘은 디지털 데이터화해 관리합니다.”

디지털이 도입되기 전 유물 관리에 사용한 유물카드.

디지털이 도입되기 전 유물 관리에 사용한 유물카드.

수장고는 일반 전시실과 달리 유물의 보관 및 관리에 중점을 둔 만큼 보통 전시에서 볼 수 있는 유물 설명이 따로 나와 있지 않습니다. 파주관에서는 수장고마다 키오스크를 두고 궁금한 유물이 있다면 유물번호 등을 검색해 자세한 내용을 찾아볼 수 있게 했죠. 아직 개관한 지 며칠 되지 않아 키오스크는 정비 중이었습니다. 소중 학생기자단은 아쉬워하며 다른 열린 수장고로 향했어요.

민속박물관은 우리가 이 땅에서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알기 위해 지금까지 축적된 의식주 등 생활과 관련된 다양한 물건들을 소장하고 이를 통해 우리 민속문화를 알기 쉽게 보여주죠. 얼마 전까지 사용하던 추억 속 물건도 있고 생활 관련 유물이 많아 비교적 접근이 쉽습니다. 전문가 아닌 할머니·할아버지도 얼마든지 설명이 가능한 거죠. 1층부터 2층까지 열린 수장고를 차례대로 들어가 본 두 사람은 식당에서 돌솥밥을 먹었을 때 봤던 것과 같은 돌솥, 작고 귀여운 항아리 등을 보며 즐거워했어요. 주전자 모양의 작은 그릇을 본 해승 학생기자가 “이건 뭐에 쓰는 건가요?” 물었죠. 김 학예관은 “불을 켤 때 쓴 등잔”이라며 “사극에서 혹시 본 적 없나요?” 되물었지만 두 사람 모두 고개를 저었죠. “예전에는 등잔에 기름을 담고 한지나 노끈으로 만든 심지를 꽂아 기름이 배게 해서 불을 켰어요. 어떤 등잔에는 심지가 남아 있는 것도 있으니 잘 살펴보세요.”

김해승(왼쪽)·하윤 학생기자가 항아리·돌솥 등 우리 생활과 밀접한 민속유물로 가득한 국립민속박물관 파주에서 개방형 수장고를 어떻게 이용할지 알아봤다.

김해승(왼쪽)·하윤 학생기자가 항아리·돌솥 등 우리 생활과 밀접한 민속유물로 가득한 국립민속박물관 파주에서 개방형 수장고를 어떻게 이용할지 알아봤다.

파주관에는 열린 수장고 외에 보이는 수장고도 있습니다. 3·7·8수장고는 유리창 너머로 내부를 살펴볼 수 있어요. 3수장고에는 금속, 8수장고에는 나무와 풀(초제) 재질의 소장품을 보관 중이죠. 7수장고에서는 박물관에 새로 들어오는 소장품의 실측 및 등록 업무를 진행합니다. 크기를 재고 번호를 기재하는 등록 작업, 수장고 격납을 위해 유물을 포장하는 작업 등이 이루어지는 모습을 살펴볼 수 있죠. 소중 학생기자단은 안에서 유물을 옮기는 모습을 살짝 볼 수 있었어요.

“땅속에서 파낸 유물은 상태가 안 좋을 텐데 어떻게 깨끗하게 만드나요?” 하윤 학생기자의 질문에 김 학예관은 “최대한 유물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작업한다”고 답했죠. “이온수·정제수 등을 이용해 진동을 가하는 식으로 세척하고 그대로 떠내어 말려 복원 작업을 합니다. 민속박물관은 섬유 특화 세척기를 개발하기도 했어요. 열린 수장고에서 옷이나 종이로 된 유물은 보지 못했죠. 섬유·지류는 햇빛에 노출되면 부서지거나 변색되기 쉽고 온습도 변화에 매우 취약하고 복원도 어렵기 때문에 따로 비개방 수장고에 보관합니다.”

아까 봤던 항아리를 떠올리며 해승 학생기자가 “그릇에 산산이 조각난 걸 이어붙인 흔적이 있던데, 부서지거나 훼손된 유물을 어떻게 복원하는지” 물어봤죠. “두께가 있는 옹기항아리의 경우 예전에 민간에선 스테이플러로 찍어서 조각을 붙이기도 했어요. 지금은 접착제를 사용하고요. 도자기의 경우 접착성 있는 재료나 금속을 녹여 그 틈을 메우며 복원하기도 합니다.” 간단히 설명한 김 학예관은 두 사람을 열린 보존과학실로 안내했어요.

문화재 훼손 막고 잘 보존하기 위해 필요한 것

보존과학은 문화재의 현 상태를 유지하고 더 이상 훼손되는 걸 막아 문화재 고유의 가치를 미래에 전하는 학문이죠. 박물관 보존과학실은 목재·섬유·금속 등 다양한 유물의 보존 처리를 하는 곳입니다. 문화재 병원이라고 할 수 있죠. 열린 보존과학실에선 손상된 유물의 보존 처리와 보존 환경 관리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간접 체험해 볼 수 있어요. 먼저 유물 분석의 기본이 되는 적외선·가시광선·자외선·X선 등의 빛이 어떻게 보존 처리에 사용되는지 알아봤죠. 예를 들어 자외선의 한 종류인 UV-A 계통의 블랙라이트는 물질 속 형광 성분에 반응하는데요. 눈에 보이지 않는 덧칠 등 문화재 수리 흔적, 위작 감정에 쓰이죠. 보랏빛 광선을 비추자 태항아리 위쪽 입구 부분에 수리 흔적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유물 보존 처리를 간접 체험할 수 있는 열린 보존과학실에서 자외선을 사용해 태항아리의 수리 흔적을 확인하는 모습.

유물 보존 처리를 간접 체험할 수 있는 열린 보존과학실에서 자외선을 사용해 태항아리의 수리 흔적을 확인하는 모습.

김 학예관이 옆에 놓인 서랍을 열자 소중 학생기자단의 놀라움은 더욱 커졌어요. 넓은 서랍 안에는 각종 벌레가 줄지어 누워있었거든요. 권연벌레·암검은수시렁이·먹바퀴 등을 보고 진짜 벌레냐고 묻는 해승 학생기자에게 김 학예관은 고개를 끄덕였죠. “옛날에는 천연재료로 물건을 만들어 썼기 때문에 벌레도 많이 꼬였어요. 나무로 만든 목가구에는 나무바퀴가 있는 식이죠. 민속유물은 옛날에 집에서 쓰던 거다 보니 지금 쓰는 물건에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습니다. 특별한 게 아니에요. 보존과학자는 어떤 벌레가 어떤 해를 입히는지 알기 위해 직접 키워 실험하기도 합니다. 예전엔 해충을 죽이기 위해 약품을 썼지만 문화재 손상 및 환경오염 문제가 있어 요즘에는 저산소 살충 기술을 사용해요. 민속박물관에서 연구·개발한 시스템으로 완전 밀폐 후 산소 농도를 낮춰 해충을 질식·사멸시키는 거죠.”

해충이 문화재에 입히는 손상을 목재·지류·섬유·가죽 등 재질별로 알아본 뒤엔 문화재 보관에 온습도가 미치는 영향을 살펴봤어요. 보관온도가 높을수록 해충이 잘 번식할 수 있어 수장고는 보통 25℃ 미만으로 관리합니다. 도·토기를 비롯한 석재·금속·유리 등은 20±4℃ 온도에 습도는 40~50%로 유지하죠. 사진·필름 자료의 경우 훨씬 더 취약하기 때문에 온도는 4℃, 습도는 25~35% 정도로 유지해요. 장치를 조작해 온습도를 높였다 내렸다 해보니 유물이 어떻게 손상되는지 한눈에 보였죠.

어린이체험실에선 게임 등을 통해 수장고에서 유물을 보존하는 원리를 배울 수 있다.

어린이체험실에선 게임 등을 통해 수장고에서 유물을 보존하는 원리를 배울 수 있다.

또 다른 체험실인 ‘특별한 집, 수장고’에서는 금속·목재·섬유·종이·도자 등 재질별 유물 보관방식을 어린이 눈높이에 맞춰 알아볼 수 있습니다. 각각의 소재를 직접 만져보고, 그 특성에 따른 보관법을 퍼즐·게임 등을 통해 배울 수 있죠. 하윤 학생기자가 유물을 다룰 때 어려운 점이 무엇인지 묻자 “가장 중요한 건 문화재의 안전”이란 답이 나왔어요. “뭔가 분석하려면 유물을 만질 수밖에 없죠. 이때 어떤 부위를 잡고 얼마만큼 힘을 줘야 하는지 등을 고려하는 게 기본이자 가장 어려운 부분이에요. 서울 광화문 박물관에서 이곳 파주로 유물을 옮길 때도 유물의 상태를 먼저 살펴 이동·환경 변화를 견딜 수 있는지 파악했죠. 포장할 땐 보존과학자들이 각각 취약점을 알려주고 학예연구사 입회하에 포장합니다. 한번 움직일 때마다 손실이 생길 수 있으니 어디로 옮길지 자리도 다 정한 뒤에 문화재 전용 무진동 차량으로 이동해요. 포장에만 6달, 이동 후 배치하는 데 6달 정도 걸렸죠.”

유형 민속자료 외 사진·음원·영상 등 무형 민속자료는 민속아카이브에서 다양하게 살펴볼 수 있어요. “요즘엔 아무 때나 비디오·사진을 찍을 수 있지만 예전에는 마을의 큰 잔치, 결혼·회갑 등 인생에 중요한 날에나 촬영할 수 있었어요. 오른쪽 위에 보면 1928년에 촬영한 독립운동가 규암 김약연 선생 회갑연 사진이 있죠. 맨 아랫줄엔 경기도 광주군 엄미리에서 1985년 촬영한 장승제 영상이 있어요. 이런 사진·영상 등은 당시 우리 생활을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입니다. 전쟁 때도 사진을 찍었어요. 1952년 한국전쟁 중에 찰스 비스턴이 촬영한 사진을 보면 당시 부산 사람들의 삶을 엿볼 수 있죠. 민속박물관에선 이런 자료들을 기증받아 보관·공유합니다. 필름 등 훼손되기 쉬운 아카이브 자료 원본은 전문 수장고(13~15)에서 따로 관리해요.”

민속아카이브에서 라이트박스를 사용해 사진 필름을 살펴보는 하윤(왼쪽)·김해승 학생기자.

민속아카이브에서 라이트박스를 사용해 사진 필름을 살펴보는 하윤(왼쪽)·김해승 학생기자.

인천 서곶(현 서구 가좌동)에서 녹음한 ‘소금밭 가는 소리’를 들어보고, 라이트박스로 옛날 사진 필름을 자세히 살펴본 학생기자단은 전시·도서 등의 자료도 얼마든지 이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머릿속에 넣고 미디어월로 향했습니다. 한쪽 벽을 차지한 여섯 대의 4K 디스플레이에 온갖 유물 사진이 흘러가고 있었죠. 10만8743건에 이르는 민속박물관 소장품 중 원하는 걸 손가락으로 누르면 팝업 이미지로 유물의 이름과 번호, 위치, 간략한 설명이 나타나요. 깨알 같은 유물의 물결을 지켜보다 하윤 학생기자는 상평통보를, 해승 학생기자는 부채와 연을 클릭해봤죠. 선택한 유물 정보는 QR코드로 휴대전화에 담아갈 수 있습니다.

수많은 유물의 규모에 압도당한 해승 학생기자가 개방형 수장고를 만든 이유를 물어봤어요. “사실 유물 훼손을 막으려면 아무도 안 오는 곳에 두는 게 최고죠. 보관 원리는 일반 수장고와 비슷하지만 여러 사람이 드나들기 때문에 개방형 수장고가 더 취약한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그저 보관해두기보다는 옛것을 활용하는 데 더 중요한 가치가 있다는 점에 많은 사람이 동의해서 이러한 개방형 수장고가 만들어진 겁니다. 박물관 수장고에 보관하는 유물은 엄청나게 많아요. 이때까지는 주로 전시를 통해 그 전시 주제에 따른 유물만 뽑아 특정 기간만 선보였기 때문에 한 5% 정도밖에 못 보여줬다면, 개방형 수장고를 통해 더 많은 유물을 보여줄 수 있게 됐죠.”

민속박물관 소장품 10만8743건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미디어월.

민속박물관 소장품 10만8743건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미디어월.

하윤 학생기자는 수장고의 보안 및 재난 대비 시스템에 대해 궁금해했습니다. “예를 들어 항아리라면 깨지기 쉽고 지진에 취약하기 때문에 밑에 판을 깔고 쇠를 연결해 묶는 방식이 가장 많이 활용돼요. 건물 자체에도 방진 설계가 돼 있죠. 국보·보물의 경우 유물마다 내진·방진 받침대를 사용하기도 해요. 지진으로 흔들렸을 때 적응하게 해서 파괴되는 걸 최대한 막아주죠. 도난을 대비해선 CCTV를 비롯해 관리자만 접근할 수 있는 장치 등을 갖췄어요. 보안요원도 수시로 감시하죠. 이런 것보다는 물론 문화재를 도난하면 안 된다는 의식을 갖는 게 중요합니다.”

하윤 학생기자가 미디어월에서 상평통보의 특징·격납처 정보 등을 알아봤다. 원하는 유물 정보는 휴대전화로 내려받을 수 있다.

하윤 학생기자가 미디어월에서 상평통보의 특징·격납처 정보 등을 알아봤다. 원하는 유물 정보는 휴대전화로 내려받을 수 있다.

이 일을 할 때 가장 어려운 게 뭔지 묻는 하윤 학생기자에게 김 학예관은 “원하는 만큼 못 보여드리는 안타까움이 크다”고 말했어요. “원하는 사람도 많고 일일이 설명하다 보면 다들 알게 되는데, 공유 기회를 만들기가 쉽지 않아요. 요새는 코로나19로 온라인 예약을 받아 정해진 소수 인원만 방문하는 등 더 어려워졌죠.”

김 학예관은 마지막으로 파주관을 즐기는 팁을 귀띔했습니다. “개방형 수장고는 다양한 유물을 한번에 볼 수 있는 만큼 내가 선택하는 재미가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에요. 일종의 마켓이랄까요. 미디어월에서 내가 좋아하는 유물을 골라 담아 SNS 등에 올릴 수도 있고, 종류를 하나 정해 특별전을 꾸밀 수도 있죠. 예를 들어 접시라면 수장고 내에 있는 접시 중에 ‘우리 집에서 쓰고 싶은 10선’을 뽑아보는 거죠. 여기 민속아카이브와 동일한 자료를 국립민속박물관 홈페이지에서도 검색할 수 있으니 집에서도 마음껏 활용해 보세요.”

▶국립민속박물관 파주
장소: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헤이리로 30
관람 시간: 화~일 오전 10시~오후 6시, 1일 5회차 홈페이지(https://nfm.go.kr) 사전 예약 필수(*어린이체험실 별도 예약)
관람료: 무료

소중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처음에는 ‘국립민속박물관 파주’에 옛날 사람들이 사용하던 옷, 신발, 그릇과 같은 도구들과 생활모습이 전시되어 있을 줄 알았어요. 그런데 직접 가서 보니 박물관 전체가 유물을 보관하는 커다란 창고, 수장고였죠. 떡살·도자기·항아리·소반·반닫이 등 조상들의 생활용품이 유리 빌딩과 유리관 안에 보관되어 있었습니다. 이런 다양한 유물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는 점이 좋았어요. 또 학예연구관님이 유물을 잘 보관하고 보존하는 방법에 대해 알려주셨죠. 인터뷰를 통해 유물을 옮기고 고치고 보존하는 일이 힘들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그리고 이렇게 어려운 일을 해 주시는 분들이 대단하다고 생각했죠. 평소 유물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었는데요. 파주관에 다녀오면서 앞으로는 유물에 더욱 관심을 가져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김해승(충북 청천초 4) 학생기자

국립민속박물관 파주에서 수장고와 관련된 지식을 자세하게 배우고, 학예연구관님과 인터뷰도 했습니다. 개방형 수장고에 유형 문화재와 무형 문화재를 보관하는데, 토기·지류 등의 옛날 문화재만 보관하는 것이 아닌, 현대 문화재와 아카이브 자료도 보관한다는 점을 새로 알게 됐죠. 그래서 민속아카이브가 가장 기억에 남았어요. 국립민속박물관이 발간한 도서 자료와 80만여 점에 이르는 민속아카이브 자료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고, 소장 자료를 위한 작은 전시, 실감형 홀로그램 영상 등 볼거리도 준비된 공간이죠. 이번 여름방학에 국립민속박물관 파주에 방문하면 좋은 경험을 하고, 좋은 시간 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윤(경기도 불정초 6)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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