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金)면’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냉면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9일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 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올해 7월 서울 지역 기준으로, 대표 외식 품목 8개 가운데 7개 품목이 올해 1월보다 상승했다.
이 중 가격 상승률이 가장 높은 품목은 냉면으로 6개월 만에 평균 9000원(1월)에서 9577원으로 6.4%가 뛰었다. 6월에는 9500원이었는데 한 달 새 평균 가격이 또 올랐다.

크게 오른 주요 외식품목.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서울 유명 음식점들은 평양냉면 한 그릇에 1만3000~1만7000원을 받을 정도로, 이름이 알려진 냉면 맛집의 냉면 가격은 1만원을 훌쩍 넘은 지 오래다.
냉면값 인상은 주재료인 메밀 가격이 크게 올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6일 기준 수입 메밀 도매가격은 ㎏당 평균 4400원이다. 1년 전(2910원)보다 51.2%나 뛴 가격으로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04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업계에 따르면 국산 메밀 가격은 수입산보다 약 2배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해 역대급 장마 여파로 생산량이 급감한 것이 원인이다.

서울 한 유명 음식점에서 판매하는 냉면의 가격표
냉면 육수 맛을 결정하는 한우 양지의 가격도 올랐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지난 6일 한우 양지(1++) 1㎏의 도매가격은 평균 4만9942원으로 지난해 8월7일(4만4612원)과 비교해 11.9% 올랐다.
냉면에 이어 가격 상승률이 높은 종목은 9115원을 기록한 비빔밥으로 6개월 전보다 3.9% 상승했다. 1인 가구의 대표 메뉴로 꼽히는 김밥(2.9%), 김치찌개 백반(2.3%), 자장면(2.2%), 칼국수(2.1%) 등도 6개월 전보다 2% 넘게 올랐다.
이런 외식비 급등세는 통계청의 6월 소비자물가동향에서도 나타난다. 외식 물가지수는 전국이 113.47(2015년=100)로 1년 전보다 2.28% 올랐다. 이는 2019년 2월(2.86%) 이후 2년 4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이다. 외식물가의 전년 대비 상승률은 지난해 11월 0.92%를 기록한 이후 지난달까지 매달 한차례도 빠짐없이 오름폭을 키워가고 있다. 서울 지역 역시 지난달 외식 물가지수 상승률이 2.08%로 2019년 6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점점 가파르게 오르는 전국 외식물가 지수.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외식 물가만 뜀박질하는 것이 아니다. 통계청과 OECD에 따르면 지난 2분기 한국의 식료품 및 비주류음료(식품) 물가는 1년 전보다 7.3% 상승했다. 상승률은 10년 만의 최고치다.
이는 OECD 전체 평균(1.6%)의 4.5배에 달하는 수준으로, 38개 회원국 가운데 터키(18.0%)와 호주(10.6%)에 이어 세 번째로 높다. 지난해 2분기 우리나라 식품물가 상승률은 2.5%로 OECD 국가 중 26위(당시 회원국은 37개국)에 그쳤으나 1년 만에 상승률 순위가 23계단이나 뛰어오른 것이다.
이는 지난해 저물가에 따른 기저효과와 함께 최근 농축수산물과 석유류 가격 상승세가 이어진 여파다. 특히 농축수산물 물가는 2분기에만 11.9% 뛰어올라 1991년(12.5%) 이후 30년 만의 최대 상승을 기록했다.
하반기에도 식품물가 상황은 여전히 불안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최근 폭염이 이어지며 잎채소 가격이 급등하는 가운데 작황 부진으로 쌀 가격도 상승세를 이어가는 탓이다. 국제곡물 가격도 불안 요인 중 하나다. 국제곡물 가격이 오르면 빵이나 식용유 등 가공식품 가격이 오르고, 사료 가격 등도 상승 압력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