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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중국의 연합훈련 내정간섭, 정부는 입장도 없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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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지난 5월 27일 오후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台) 국빈관에서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이 이용남 주중 북한대사를 만나 한·미 밀착에 대응해 북·중간 전략적 소통을 과시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

지난 5월 27일 오후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台) 국빈관에서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이 이용남 주중 북한대사를 만나 한·미 밀착에 대응해 북·중간 전략적 소통을 과시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

한국에 대한 중국의 내정간섭이 도를 넘고 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지난 6일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 회의에서 “미국과 한국이 합동(연합)군사훈련 계획을 추진하는 것은 건설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이번 주부터 시작하는 한·미 연합훈련은 북한의 전면적인 침공에 대비해 연례적으로 실시하는 방어적 성격의 훈련이다. 그런 연합훈련을 두고 제3국의 외교장관이 이래라저래라 하며 간섭한 것이다. 왕이 부장은 한술 더 떴다. 그는 “미국이 정말 북한과 대화를 재개하기를 원한다면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는 어떠한 행동도 취해선 안 된다”고 했다. 한·미 연합훈련이 마치 한반도 위기를 고조시키고, 북한 비핵화를 더 어렵게 만든다는 얘기로 들린다. 북한은 곧바로 왕이의 발언을 전하며 북·중 밀착 관계를 과시했다.

왕이 외교부장, “한·미 연합훈련 반대” #정부, 도 넘은 발언에 눈치 보며 침묵

중국이 한국의 안보문제를 간섭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일 뿐만 아니라 그렇게 말할 자격도 없다. 중국은 1950년 한국전쟁에 개입해 수많은 우리 국군과 국민을 희생시키고 국토까지 훼손했지만 한 번도 사과한 적이 없다. 오히려 중국은 지난 7월 1일 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일을 맞아 한국전쟁 참전을 승리한 전쟁으로 미화했다. 그러면서 지난달 7일엔 ‘북·중 우호조약’을 양국의 전략적 결정이라고 치켜세웠다. 이 조약엔 한반도 유사시 북한을 돕기 위한 중국의 자동개입 조항이 명시돼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중국이 러시아와 함께 군용기 20대를 동원해 동해 상공에서 무력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중국은 남중국해를 장악해 우리의 해상수송로를 위협하고 있으며, 북한의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에도 직간접적으로 연루돼 있다.

한국에 대한 중국의 간섭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는 지난달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  체계와 관련해 우리 대선 정국에 개입해 비난을 받기도 했다. 사드는 북한 미사일 방어용이다. 그런데도 중국은 사드 배치 철회를 요구하며 롯데 등 한국 업체에 불이익을 줬다.

상황이 이럴진대 정부는 중국의 내정간섭 성격의 발언에 대해 눈치를 보며 한마디 입장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도리어 국립외교원장에 내정된 홍현익 세종연구소 안보전략실장은 지난 5일 KBS 라디오에서 “북한의 경제력이 남한의 53분의 1로 축소됐고, 군사비도 우리가 10배 이상”이라면서 “한·미 연합훈련은 안 해도 된다”고 말했다. 민주당을 비롯한 범여권 국회의원 74명은 연합훈련 취소를 요구하는 연판장에 서명했다. 훈련하지 않는 군대는 존재의 의미가 없다는 것도 모르는가. 북한이 주민의 희생을 강요하며 조만간 핵무기 100∼200개 보유에 매진한다는 데 걱정도 되지 않는가. 군 통수권자인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의 입장은 무엇인지 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