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모빌리티가 도입한 스마트 호출 탄력요금제가 전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다. 그동안 카카오 앱을 통해 택시를 부르면 호출비로 정액 1000원(심야 2000원)을 냈지만, 지난 2일부터 호출비가 최대 5000원까지 5배 올랐다. 카카오의 인공지능(AI) 시스템을 활용해 이용자가 몰릴 때 호출비를 많이 내는 사람에게 택시를 먼저 보내주겠다는 것이어서 언뜻 보기에는 그럴싸한 방식이다. 하지만 국민 입장에선 택시비가 오르는 결과가 된다.
택시·대리기사 장악하고, 국민 부담 늘려 #특정 플랫폼의 시장 독과점 폐해 막아야
택시는 버스·지하철과 함께 국민의 발이다. 공공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택시기사들의 생활고를 알면서도 요금을 엄격하게 억제한 것도, 서비스 질이 낮아도 국민이 감내해 온 것도 가격 부담이 있어선 안 된다는 공공재의 속성 때문이다. 이번 카카오의 가격 개편은 편의를 앞세워 공공성을 단박에 허무는 것이다. 게다가 소비자가 추가로 부담하는 돈이 카카오 같은 독과점 플랫폼으로 흘러들어가는 것을 국민이 납득할 수 있겠나.
이 문제의 근원을 파고들면 정부의 무능과 전략 부재에 따른 규제 만능이 모습을 드러낸다. 렌터카 기반 차량 호출 서비스 ‘타다’를 퇴출하고, 차량공유 서비스 ‘우버’의 상륙을 불허하면서 카카오가 국내 모빌리티 사업을 독점하게 됐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2013년 우버를 불법으로 보고 검찰에 고발해 사업을 철수하게 했고, 2019년 정부와 여당은 사회적 대타협이란 이름으로 카풀 사업의 싹을 잘랐다. 지난해에는 아예 ‘타다 금지법’을 통과시켰다. 이때부터 카카오는 거침없이 시장 독식에 나섰다. 카카오T라는 이름 아래 전국 택시기사 25만 명 중 23만 명이 카카오 플랫폼에 입점했고, 이용자는 2800만 명에 이른다. 결국 타다·우버 금지라는 과잉 규제가 카카오를 거대 플랫폼 괴물로 만들어 택시비를 올리는 결과를 초래했다. 카카오는 나아가 대리기사 호출 서비스 시장에도 진출하고 있다. 시장 장악이 끝나면 대리비도 인상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세계 각국은 빅테크의 독점 폐해가 커지자 플랫폼 규제 강화를 서두르고 있다. 미국에서는 그 필요성을 강조해 온 32세 여성 법률 전문가 리나 칸을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장으로 발탁해 플랫폼 규제 정비에 나섰다. 칸은 “소비자로서 테크 기업을 사랑한다”면서도 “시민으로서, 노동자로서 빅테크의 힘이 문제가 되고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에서도 이미 공정거래위원회가 ‘플랫폼 규제 법안’을 발의해 국회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물론 과잉 규제는 바람직하지 않지만, 특정 플랫폼이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독과점은 막아야 한다. 카카오나 배달의민족 같은 국내 독과점 플랫폼은 영세업자·소비자 등 이용자에게 과도한 부담을 지운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국민 부담을 늘리면서 어떻게 혁신이라고 주장할 수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