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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송나라 황제도 귀하게 여긴 침향, 열대야에 지친 몸 기력 충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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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면

 침향의 건강학

고려시대 가장 찬란했던 문화 황금기를 이룬 고려 11대 왕 문종. 그는 집권 말기에 중풍을 앓았다. 당시 교류가 활발했던 중국 송나라의 6대 황제인 신종은 이 소식을 접하고 문종에게 질병 치료를 위한 약품을 보내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침향(沈香)이었다. 이 같은 사실은 송나라 사신이 고려에서 보고 들은 것을 기록한 『고려도경』에 구체적으로 서술돼 있다. 역사적으로 침향이 얼마나 귀하게 여겨졌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한편 『삼국사기』에는 신라 골품제 신분 계급의 사회생활 양식상 지켜야 할 여러 가지 제약이 기록돼 있는데, 사용을 제한하거나 금하는 품목에 침향이 포함되기도 했다. 즉 아무나 접할 수 없던 약재였다.

"병의 기운 막아 심신 안정에 도움 #불면증에 좋은 ‘천연 신경안정제’ #만성 신부전증 호전 효능도 확인"

『동의보감』 등 다양한 효능 기록

침향이 귀하게 여겨졌던 건 무엇보다 건강 효과 때문이다. 허준은 『동의보감』에서 침향에 대해 “뜨겁고 맛이 맵고 독이 없다. 찬 바람으로 마비된 증상이나 구토·설사로 팔다리에 쥐가 나는 것을 고쳐주며 정신을 평안하게 한다”고 썼다. 송나라 의서 『본초연의』에는 “몸의 나쁜 기운을 제거하고 치료되지 않은 나머지를 고친다. 부드럽게 효능을 취해 이익은 있고 손해는 없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명나라 본초학 연구서 『이시진』에서는 “상체에 열이 많고 하체는 차가운 상열하한(上熱下寒), 천식·변비, 소변이 약한 증상 등에 처방한다”고 침향의 쓰임새를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이뿐 아니라 명나라 의서 『본초강목』에는 “정신을 맑게 하고 심신을 안정시켜주며 위를 따뜻하게 하고 기를 잘 통하게 한다. 간 질환 치료에 효과가 있으며 허리를 따뜻하게 하고 근육을 강화할 뿐만 아니라 기침·가래를 가라앉힌다”는 내용도 있다. 기력을 북돋고 심신을 안정시킬 때 특효였던 셈이다.

 사실 침향은 침향나무에 상처가 나거나 세균·곰팡이에 감염됐을 때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분비하는 수지(樹脂·나뭇진)가 짧게는 10~20년, 길게는 수백 년 동안 굳어진 것이다. 일반 약재보다 귀하게 여길 수밖에 없는 이유다.

 침향의 효능은 체내 기운을 잘 다스리는 침향 본연의 성질과 관련이 깊다. 우선 올라오는 병의 기운을 내린다. 구토·기침·천식·딸꾹질을 진정하고 심신을 안정시키는 데 사용한 건 이런 성질을 이용한 것이다. 또한 몸에서 잘 배출되지 못하는 것을 개선한다. 그래서 복부 팽만, 변비나 소변이 약한 증상에도 두루 쓰였다. 한의학에서는 침향에 기를 내리고 속을 따뜻하게 하는 효능과 기운을 콩팥으로 모아 단단하게 하고 잘 배출시키는 효능이 있다고 본다.

 현대에 와서는 연구를 통해 침향이 지닌 가치의 핵심 성분이 밝혀졌다. 첫째는 ‘베타셀리넨(β-Selinene)’이다. 베타셀리넨은 만성 신부전 환자의 증상을 호전시키는 데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만성 신부전 환자가 침향을 섭취했을 때 식욕부진과 복통, 부종 등의 증상이 호전됐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침향에 있는 베타셀리넨이 신장에 기운을 불어넣고 기력을 회복하는 데 도움을 준 것이다.

 둘째는 ‘아가로스피롤(Agarospirol)’이다. 신경을 이완하고 마음을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다. 그래서 ‘천연 신경안정제’로 불린다. 심리적 안정감을 회복시켜주기 때문에 불면증 극복에도 도움을 준다는 보고가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침향은 잠재성이 풍부한 약재다. 최근에 침향이 스트레스로 인한 뇌 손상을 줄일 수 있다는 새로운 연구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지난해 8월 국제분자과학회지 온라인판에는 대전대 대전한방병원 동서생명과학연구원 이진석·손창규 교수팀의 연구결과가 실렸다. 이진석·손창규 교수팀은 수컷 쥐 50마리를 10마리씩 다섯 그룹으로 나눠 스트레스를 가하지 않은 한 그룹을 제외하고 네 그룹에 매일 6시간씩 11일 동안 반복적으로 스트레스를 가한 뒤 침향 추출물의 농도를 달리해 투여했다. 그리고 쥐의 뇌 조직과 혈청을 적출해 혈중 코르티코스테론(스트레스 호르몬) 및 뇌 해마의 손상도를 비교 분석했다. 코르티코스테론은 쥐가 스트레스를 받을 때 부신피질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이다.

활성산소 줄여줘 뇌 손상 예방 효과

그 결과, 일반 쥐의 코르티코스테론 농도는 스트레스를 받기 전보다 5.2배 증가했다. 그런데 침향 추출물을 높은 농도(80㎎/㎏)로 투여한 그룹은 뇌의 활성산소가 현저히 줄었다. 혈중 코르티코스테론 농도도 유의하게 감소해 실험 전 수준에 가깝게 회복됐다. 연구팀은 “스트레스는 뇌의 면역 세포인 ‘미세아교세포’를 과활성화해 염증성 사이토카인을 분비하고 이로 인해 생성된 염증이 뇌의 산화적 손상을 일으키는데, 침향 추출물이 미세아교세포의 활성을 억제해 이러한 손상을 막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스트레스로 인한 뇌 손상을 침향이 예방할 수 있다는 얘기다.

 기력을 충전하는 좋은 약재지만 침향 역시 적정량을 섭취해야 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안전성을 확인한 침향 배합 제품을 섭취하는 것이 도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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