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땅 독도를 무겁지 않게, 친숙하게 알리고 싶었죠”

중앙일보

입력 2021.08.09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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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일본 지리학자 하야시 시헤이의 1802년판 ‘대삼국지도’를 활용해 스카프·티셔츠 등 독도 굿즈를 만든 청년들. 왼쪽부터 작곡가 박윤솔씨와 회사원 신창학·최소원·윤동민씨다. 강정현 기자

일본 지리학자 하야시 시헤이의 1802년판 ‘대삼국지도’를 활용해 스카프·티셔츠 등 독도 굿즈를 만든 청년들. 왼쪽부터 작곡가 박윤솔씨와 회사원 신창학·최소원·윤동민씨다. 강정현 기자

“애국심이나 반일감정에 기대고 싶지 않았어요. 독도가 우리 땅이란 걸 무겁지 않게, 친숙하게 알릴 방법을 찾아봤죠.”

신창학·윤동민·박윤솔·최소원 4인
독도를 우리 영토로 그린 고지도
에코백·스카프·티셔츠에 새겨 보급

독도 관련 고지도로 에코백과 스카프·티셔츠 등 굿즈를 만든 신창학(39)·윤동민(37)·박윤솔(34)·최소원(26)씨는 “독도가 예로부터 우리 영토였다는 사실을 구체적인 이미지로 보여주는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이들이 굿즈에 활용한 지도는 일본 에도시대 지리학자 하야시 시헤이가 편찬한 1802년 판 ‘대삼국지도(大三國之圖)’, 오스트리아 왕립 군사지리연구소가 1904년 제작한 군사지도, 미국 태평양사령부 육군항공대의 1943년 지도 등이다. 모두 독도를 우리나라 영토로 분명히 명기하고 있다. 이 중 대삼국지도는 조선 땅은 노란색, 일본 땅은 주황색으로 표기해 노란색인 독도가 우리 땅임을 한눈에 보여준다. 네 사람 중 독도 문제에 가장 먼저 관심을 가진 사람은 신창학씨다. 대학 시절부터 우리문화가꾸기회 이훈석 상임이사와의 인연으로 독도 관련 고지도의 가치를 알게 됐고, 취업 후 월급을 모아 2015년 고지도 구입 자금 1억3000만원을 후원하기도 했다.

“하야시 시헤이의 지도는 미국의 경매에서 4000만원에 낙찰받았어요. 가치가 큰 지도인데, 사람들에게 그 의미를 지속해서 알리기가 쉽지 않더라고요.”(신)

신씨의 이런 고민은 2019년부터 미국 에모리 대학에서 유학하면서도 계속됐다. MBA 과정을 함께 밟던 윤동민씨에서 속내를 털어놓았고, 윤씨는 굿즈 아이템으로 활용하면 어떻겠냐는 아이디어를 냈다.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상품에 응용하면 사람들이 소프트하게 접하기 좋을 것 같았죠. 일본의 옛날 지도에도 독도가 우리 땅으로 표기돼 있지, 라며 어렴풋이 아는 것과 직접 보고 쓰는 것은 다를 테니까요.”(윤)

본격적인 굿즈 제작은 올 6월 두 사람이 유학을 마치고 귀국하면서 진행됐지만, 준비는 미국에서부터 이뤄졌다. 이들의 뜻을 전해 들은 지인 중 작곡가 박윤솔씨와 건축공학을 전공한 최소원씨도 재능기부로 합류했다.

뮤지컬 ‘판’ ‘땡큐 베리 스트로베리’ 등의 음악을 만든 박씨는 경상도 민요 ‘울산아가씨’를 편곡해 ‘독도로 행선하라’는 노래를 만들었고, 회사에서 설계 디자인 일을 하는 최씨는 굿즈 디자인을 맡았다.

“독도가 ‘울릉도 동남쪽 뱃길 따라 200리’ 위치에 있다는 걸 알게 된 것도 다 노래 덕분 아닌가요. 문화의 힘은 그렇게 세죠. 독도 노래를 더 만들어 우선 유튜브 영상으로 홍보하고 나중엔 뮤지컬로도 만들고 싶어요.”(박)

“‘독도가 우리 영토다’ 식의 주장이나 의견을 굿즈에 넣을 필요가 없었어요. 그냥 지도를 보여주는 것만으로 다 설명이 되니까요.”(최)

처음엔 에코백과 스카프 5종 세트를 206개 만들어 도쿄올림픽 참가국 선수단에 한 개씩 보낼 요량이었다. 우리문화가꾸기회를 통해 1000만원가량 드는 제작비를 대겠다는 후원자도 나타났다. 하지만 외교부 등과의 의논 과정에서 중단했다. 한국선수촌에 걸었던 현수막 ‘신에게는 아직 5천만 국민의 응원과 지지가 남아 있사옵니다’를 사흘 만에 교체해야 했을 만큼 한·일 양국 관계가 예민해졌기 때문이다.

‘올림픽 프로젝트’는 무산됐지만 이들은 크라우드 펀딩이나 인터넷 판매 등을 통해 독도 굿즈를 보급할 길을 모색 중이다.

“주변에서 굿즈를 ‘예쁘다’라고 하면, 이게 뭔지 저절로 설명하게 되거든요. 독도가 한국 영토라는 역사적 증거가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거죠. ‘독도는 우리땅’이란 오래된 주제를 신선하게 알릴 수 있는 방법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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