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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꾼·성악가·뮤지컬 배우…“다 다르다는 게 우리팀 색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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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데뷔 후 첫 단독 콘서트를 7·8일 서울 올림픽 홀에서 연 라비던스. 왼쪽부터 베이스 김바울, 소리꾼 고영열, 테너 존노, 뮤지컬 배우 황건하. 사진은 7일 공연 모습이다. [사진 크레디아]

데뷔 후 첫 단독 콘서트를 7·8일 서울 올림픽 홀에서 연 라비던스. 왼쪽부터 베이스 김바울, 소리꾼 고영열, 테너 존노, 뮤지컬 배우 황건하. 사진은 7일 공연 모습이다. [사진 크레디아]

한 팀이지만 굳이 맞추려고 하지 않는 팀이다. ‘라비던스’는 서로 다른 소리를 통일할 마음이 별로 없다. 멤버는 소리꾼 고영열(28), 베이스 김바울(30), 테너 존노(30), 뮤지컬 배우 황건하(24). 지난해 JTBC  ‘팬텀싱어 3’에서 준우승하고, 첫 앨범 ‘프리즘’을 지난달 냈다.

첫 앨범 ‘프리즘’ 낸 라비던스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소리의 조합 #팬텀싱어3 경연 때부터 화제 #준우승 이후 첫 단독 콘서트도

음반에 담긴 9곡은 하나의 색을 찾을 수 없이 제각각이다. 발라드풍의 ‘테두리’, 한국 음악에서 온 ‘상주 아리랑’, 그리스 음악 ‘티 파토스(Ti Pathos)’, 80년대 팝 ‘네버 거너 기브 유 업(Never gonna give you up)’까지, 모든 곡이 다 다르다.

음악만 다르지 않고, 멤버 넷의 소리도 뚜렷하게 구별된다. 판소리를 하는 고영열의 탁성, 테너 중에서도 유난히 깨끗한 존노의 미성은 같은 팀이라는 사실이 특이할 정도로 다르다. 클래식 음악의 성악을 기본으로 하는 김바울과 뮤지컬 노래를 부르는 황건하의 소리도 음반에서 바로 골라낼 수 있다.

“다 다르다는 게 팀 색깔이다.” 본지와 인터뷰에서 라비던스는 제각각이고 다양한, 자유로운 음악에 대해 설명했다. “전공이 다 다르고, 심지어 같은 성악을 한 멤버끼리도 해왔던 장르가 다르다. 이렇게 서로 다른 점을 어떻게 살릴 수 있을지가 관건이었다.”(김바울) 녹음하는 과정에서도 서로 다른 소리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하나로 맞춰가면서 노래를 해봤지만, 결국 각자 소리색으로 가야 제일 잘된다는 결론을 내렸다.”(황건하)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목소리의 조합은 ‘팬텀싱어 3’에 참가할 때부터 화제가 됐다. ‘팬텀싱어’의 권태은 음악감독은 “세 시즌에 총 9팀이 결승에 올랐는데, 가장 특이한 팀이 라비던스”라고 했다. “다른 팀은 그래도 멤버끼리 어느 정도 공통점이 있었다. 이색적 조합이라 해도 성악가와 뮤지컬 배우 정도였다. 그런데 여기는 국악까지 들어와 어울릴 수 있을까 걱정이 많았다. 그 조합이 라비던스에서는 되더라.” 권 감독은 이번 라비던스 음반의 프로듀싱을 맡았고, 9곡 중 4곡을 새로 작곡했다.

음반을 들어보면 네 멤버 모두 독창자 성격 그대로 노래한다. 존노는 “모두 솔리스트 기질이 많다. 그 ‘솔로 정체성’을 다 살렸다”고 했다. “바울은 톤을 잡아주는 역할을 하고, 건하는 전체 소리에 활력을 준다. 영열의 독특한 소리는 라비던스의 정체성 그 자체다.” 지난해 7월 ‘팬텀싱어’ 결승전을 한 후 1년을 보내며 서로의 목소리에 대해 속속들이 알게 됐다. “이제 어떤 곡을 딱 보면 이 부분은 누가 하고 저 부분은 또 누가 부를지 자동으로 정해지는 경지다.”(존노) 고영열은 “바울이 형의 엄청 진한 베이스, 건하의 완전한 팝송 느낌, 그리고 어디에나 잘 어울리는 존노의 소리가 그대로 다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라비던스의 ‘다양한 색’을 이루는 또 다른 축은 전 세계의 음악, 즉 월드 뮤직이다. 권태은 감독은 “경연에서 라비던스가 노래할 때마다 사람들 반응이 ‘뭐, 이 곡을 부른다고?’였다”고 했다. 국악에서 시작해 팝송은 물론 이스라엘, 그리스, 쿠바, 아프리카 음악까지 불렀다. 권 감독은 “크로스오버 팀을 찾는 ‘팬텀싱어’에서 이들의 음악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였다”고 했다. 이번 앨범에 들어간 ‘티 파토스’도 경연에서 불렀던 노래다.

라비던스가 부르는 노래는 경계 없이 다양해질 수 있다. 고영열은 “존노와 월드뮤직 리스트를 뽑았는데 정말 먼 나라까지 다녀왔다. 아직도 부르고 싶은 남은 노래가 많다”고 했다. “프랑스 샹송, 이탈리아 칸초네, 독일 가곡, 포르투갈 파두에 알래스카 음악까지 찾아봤다. 라비던스의 재료는 생각했던 것보다도 훨씬 많더라.”

멤버들은 각자 노래해온 음악이 달랐지만, 모든 음악을 좋아한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그래서 앞으로 함께 부를 음악의 폭이 넓다. “음악은 좋으면 다 듣는다. 특히 미국에 있을 때 친구들이 다양했다. 중국 친구 차에 타면 중국 노래 듣고, 인도나 남미 음악도 들었다. 한국 와서는 트로트도 한참 들었다. 음악은 마다치 않는다.”(존노)

라비던스는 데뷔 후 첫 단독 콘서트를 7일 올림픽홀에서 열었다. ‘솔로’ 정신을 강조하는 팀답게 네 멤버의 개인 활동도 활발하다. 존노는 바로크부터 현대음악까지 부르는 앨범을 다음 달 초 낸다. “살아오면서 의미 있었던 클래식 노래를 모았다”고 했다. 고영열은 다음 달 3·4일 경기아트센터에서 밴드 이스턴모스트와 함께 다채로운 음악을 들려준다. 황건하는 이달 18~29일 경기아트센터에서 열리는 뮤지컬 ‘금악’에 출연하고, 김바울은 재즈 피아니스트 송영주와 음반을 내는 등 다양한 솔로 활동을 계획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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