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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이어 부산 요양병원 돌파감염 비상…전문가 "유행 상황 달라져 부스터샷 필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부산 요양병원 코로나19 집단감염 집단감염이 발생한 부산 기장군의 한 요양병원에서 8일 오전 직원들이 코로나19 선별검사를 받고 있다. 송봉근 기자

부산 요양병원 코로나19 집단감염 집단감염이 발생한 부산 기장군의 한 요양병원에서 8일 오전 직원들이 코로나19 선별검사를 받고 있다. 송봉근 기자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에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33일 연속 네 자릿수를 기록 중인 가운데 감염 고위험군인 요양병원에서 접종 완료자의 돌파감염 사례가 잇따르며 방역에 경고등이 켜졌다. 돌파감염(breakthrough infection)은 백신 접종을 완료한 뒤 2주가 지나 확진되는 경우를 말한다. 전문가들은 백신 접종을 시작했던 지난 2월 이후 현재까지 접종률이 지지부진해 집단면역을 빠르게 형성하지 못한 영향이라며 이제는 유행 상황이 달라져 더 많은 돌파감염 사례가 나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서울 이어 부산 요양병원에서 돌파감염 42명 

지난 5월 26일 오전 서울 중랑문화체육관에 마련된 코로나19 예방접종센터에서 의료진이 백신을 소분하고 있다. 뉴스1

지난 5월 26일 오전 서울 중랑문화체육관에 마련된 코로나19 예방접종센터에서 의료진이 백신을 소분하고 있다. 뉴스1

8일 부산시에 따르면 기장군 소재 요양병원 관련 누적 확진자는 48명(환자 41명, 종사자 5명, 가족 접촉자 2명)으로 이 중 돌파감염은 42명인 것으로 조사됐다. 화이자 백신을 맞은 입원환자 2명을 제외하면 입원환자 35명, 종사자 5명은 모두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접종받은 뒤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의 요양병원ㆍ요양시설 2곳에 이어 감염 확산 세가 높은 부산에서도 돌파감염 사례가 나온 것이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기준 국내 돌파감염 추정 사례는 누적 1132명(0.018%)으로 집계됐다. 인구 10만명당 돌파감염자는 17.8명으로 백신별로 나눠보면 ▶얀센 51.4명 ▶AZ 24.3명 ▶화이자 7.8명 ▶교차접종 1.9명이다. 이 중 절반 이상은 델타 변이 감염으로 확인됐다. 변이 바이러스 분석이 완료된 243명 중 61.7%(150명)에서 주요 변이가 발견됐으며 ▶알파형 21명 ▶베타형 1명 ▶델타형 128명으로 나타났다.

전문가 "돌파감염, 델타 변이 영향 클 듯" 

5일 오후 광주 북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증 화이자 백신 예방접종센터에서 보건소 의료진들이 대상자들에게 접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5일 오후 광주 북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증 화이자 백신 예방접종센터에서 보건소 의료진들이 대상자들에게 접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최근 들어 돌파감염이 잇따르는 원인 중에는 델타 변이 영향이 크다고 지적했다. 현재 맞고 있는 코로나19 백신의 경우 사태 초기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바이러스를 가지고 만들었기 때문에 지금의 델타 변이 유행을 차단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백신 항원과 현재 유행하는 델타 변이 항원과는 차이가 있다”라며 “인플루엔자 백신만 해도 매년 변이 바이러스를 고려해 백신의 항원을 바꾸는데 지금 코로나는 여전히 기존 바이러스를 토대로 개발한 백신을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백신 영향 외에도 변이 바이러스 확산이 커지면 확진자의 절대 수가 늘기 때문에 당연히 돌파감염 사례도 늘어나게 된다고 설명했다.

김우주 교수는 요양병원ㆍ시설 입소자의 경우 지난 2~3월 가장 먼저 백신 접종을 시작해 시간이 많이 지난 점도 우려했다. 김 교수는 “대부분의 백신 회사가 적어도 6개월은 효능이 간다고 하지만 서서히 효과가 줄어드는 것은 사실”이라며 “젊은 사람들은 백신을 맞게 되면 항원도 잘 생기고 예방 효과도 높지만, 고령자일수록 생기는 항체 양이 적고 효과가 떨어지는 폭도 크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스라엘과 영국, 미국 등에서 고령자나 만성질환자에 대해 부스터샷을 맞추려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내 접종 완료율은 아직도 15%에 불과해 집단면역까지는 한참 남았다”며 돌파감염이 계속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부스터샷 필요하다는 의견 우세 

4일 서울 동작구 예방접종센터에서 한 시민이 화이자 백신을 맞고 있다. 뉴스1

4일 서울 동작구 예방접종센터에서 한 시민이 화이자 백신을 맞고 있다. 뉴스1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에서 부스터샷 접종이 필요하다는 데에 의견을 모았다. 현재 방역당국은 백신 접종 영향으로 돌파감염으로 인한 위중증이나 치명률이 높지 않다는 분석이지만 지난달 26일 돌파감염된 80대 여성이 사망하는 사례가 발생했다. 안심하기엔 이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교수는 “이식 환자 같은 면역 저하자, 만성병 환자, 고령자 순으로 부스터샷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델타 변이가 기승을 부리고 있기 때문에 예방 효과가 낮은 AZ보다는 화이자, 모더나 등 mRNA 백신으로 부스터샷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정재훈 교수 역시 부스터샷에 대해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이미 AZ 접종 후 시간이 좀 지났기 때문에 반드시 같은 백신을 맞추기보다는 mRNA 계열 백신으로 고위험군에 부스터샷을 접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의 교수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정 교수는 “2월에 AZ 1차를 맞은 이들은 6월 말쯤에 2차 접종을 했기 때문에 현재는 가장 면역력이 강할 때”라며 “통상 백신 접종을 완료한 이후 6개월 뒤부터 부스터샷을 고려하기 때문에 그렇게 급할 건 없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부스터샷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명확히 확립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요양병원ㆍ시설 내 돌파감염의 경우 대부분 같은 공간에서 오랜 기간 생활하다 보니 한번 뚫리면 다 뚫릴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가 작동했을 수 있다며 방역수칙을 위반한 게 없는지부터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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