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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 사면' 없을 듯…이재용 '가석방 뒤 연말 사면' 가능성

중앙일보

입력

청와대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광복절 특별사면을 단행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대신 이 부회장은 9일 오후 열리는 법무부 가석방심사위원회에서 가석방 대상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20년 5월 6일 서초동 사옥에서 경영권 승계와 노조 문제 등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기 전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20년 5월 6일 서초동 사옥에서 경영권 승계와 노조 문제 등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기 전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8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이날까지도 이 부회장에 대한 사면 관련 지시를 하지 않았다”며 “이 부회장이 석방될지 여부는 가석방심사위의 결정에 따라 정해지기 때문에 청와대는 관련 언급을 할 게 없다”고 말했다.

지난 1월 국정농단 사건의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은 이 부회장은 현재 형기의 60%를 채워 가석방 심사 요건을 갖춘 상태다. 9일 심사위가 가석방을 결정되면 이 부회장은 13일 오전 풀려난다.

원래 청와대는 이 부회장의 가석방이 아닌 사면과 관련한 여론의 동향을 파악해왔다. 특히 미국이 주도하는 반도체 글로벌 공급망 경쟁과 관련해 가석방보다 사면이 필요하다는 강한 공감대가 형성되기도 했다고 한다. 이 부회장이 가석방 신분으로는 내년 7월 형기 만료 전까지 경영 복귀는 물론 해외 출장도 제약을 받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5일 청와대에서 열린 K-글로벌 백신 허브화 비전 및 전략 보고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5일 청와대에서 열린 K-글로벌 백신 허브화 비전 및 전략 보고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여권의 핵심 인사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5월 한ㆍ미 정상회담을 전후해 이 부회장에 대한 사면 가능성이 구체적으로 부상했던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인사는 “가석방 기준이 수정돼 이 부회장이 가석방 요건을 갖추게 됐기 때문에 문 대통령도 이번에는 이 부회장을 포함해 특혜 논란을 일으킬 수 있는 사면을 아예 하지 않기로 결론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인사는 이어 “여권 내에서도 이 부회장이 풀려날 필요가 있다는 여론이 다수였지만, 문 대통령이 정치적 부담을 질 수 있는 사면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며 “특히 이 부회장의 혐의가 국정농단으로 구속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혐의와 연관이 있다는 점에서 형평성 논란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같은 맥락에서 이명박ㆍ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도 이번에는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입원을 위해 7월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에 도착하고 있다. 뉴스1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입원을 위해 7월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에 도착하고 있다. 뉴스1

청와대 사정에 정통한 여권의 고위 관계자는 “일각에서 전직 대통령의 ‘분리 사면론’ 등 구체적 사면 일정과 방식까지 제시했지만, 정작 청와대에선 관련 논의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왼쪽)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 연합뉴스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왼쪽)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 연합뉴스

정치권에선 이 때문에 이 부회장과 전직 대통령들에 대한 사면 논의는 내년 3월 대선에 나설 여야 주자가 완전히 결정되는 연말이 돼서야 재차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도 지난 4일 광복절 사면과 관련 “그럴 일은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면서도 “전직 두 대통령에 대한 사면은 이번은 아니지 않을까 하는 게 실무 장관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향후 사면 논의가 언제든 재점화될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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