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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이는 늘고 백신은 남고…美, 몰래 부스터샷 맞는 사람들

중앙일보

입력

미국에서 보건당국 몰래 코로나19 부스터 샷(3차 접종)을 맞는 미국인이 늘고 있다. 미 식품의약처(FDA)는 아직 부스터 샷 도입을 확정 짓지 않았지만, 델타·람다 등 급속도로 확산한 각종 변이가 불안 심리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4일 이스라엘에서 한 노인이 세번 째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4일 이스라엘에서 한 노인이 세번 째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7일(현지시간) AP통신은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백신 접종 관리 시스템에 기록된 3차 접종자가 900명을 넘어섰다고 보도했다. 이는 일선 의료 기관이 CDC에 자진 신고한 내용을 집계한 것으로, 실제 부스터 샷을 맞은 미국인은 더 많을 것이라고 AP는 전했다.

미국은 현재 부스터 샷을 놓고 논의가 진행 중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르면 다음 달 부스터 샷 접종 계획을 마련할 것으로 알려졌다. 접종 대상자는 면역 체계가 약한 환자나 65세 이상의 고령자, 의료 종사자 등 특정 위험 직군이 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는 것이다. 지난 6월 1만 명대까지 내려갔던 미국의 하루 확진자 수는 델타 변이 등장과 함께 다시 급속도로 늘었다. 미 존스홉킨스대에 따르면 지난주 하루 평균 확진자 수는 10만 7140명으로 2월 이후 처음으로 하루 평균 신규 확진자가 10만 명을 넘어섰다.

여기에 백신을 맞은 사람도 감염되는 '돌파 감염' 사례까지 증가하자 백신 초기 접종자나 기저 질환자의 감염 위험성은 더 높아졌다. 천식과 간 질환을 앓고 있는 지나 웰치(26)도 델타 변이 감염 우려에 결국 세 번째 주사를 맞았다. 그는 “나 자신을 보호해야 했다”며 “보건당국이 부스터 샷 접종을 승인할 때까지 6개월에서 1년을 기다릴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아스트라제네카의 코로나19 백신. [AP=연합뉴스]

아스트라제네카의 코로나19 백신. [AP=연합뉴스]

의료 당국의 허술한 접종자 관리도 이들을 부추겼다. 현재 미국에는 접종 기록에 대한 중앙 관리 시스템이 없기 때문에 일선 약국이나 병원은 과거 접종 기록을 알 방법이 없다. 그렇다 보니 두 번의 접종 기록을 숨기고 세 번째 접종을 하는 게 어렵지 않다. 이들은 첫 번째 접종이라고 거짓말을 하거나 가짜 이름을 이용해 주사를 맞는다. 의료진들이 일일이 접종 여부를 묻지도 않는다.

지난달 캘리포니아의 한 약국에서 부스터 샷을 맞았다는 52세 남성은 “한 번도 백신을 맞지 않았다”고 말하고 운전면허증 대신 여권을 보여줬다고 한다. 그가 지난 3월 이미 백신 접종을 완료했다는 사실은 나중에 보험기록을 확인한 뒤에야 드러났다. 콜로라도주는 백신접종 완료자를 가려낼 방법이 없어 3차 접종자 관리도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클레이 해넌 예방접종관리협회 전무이사는 “누구도 제대로 임의 부스터 샷 접종을 추적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백신이 남아도는데 버리는 것보다 낫지 않느냐”는 의견도 나온다. 현재 미국은 백신 회의와 기피 주의 영향 아래 잉여 백신이 골칫거리가 된 상황이다. 신원확인 과정을 줄이는 등 백신 접종 절차를 간소화하고, 남는 백신을 60여 개국에 기부하기로 했지만, 여전히 잉여 비축분이 남아도는 것으로 전해졌다.

6개월 전 백신 접종을 완료한 정치 만평가 테드 랄도 이런 이유로 지난 주 한번 더 주사를 맞았다고 했다. 그는 WSJ 기고문에서 “2620만 회분의 백신이 버려질 것이라는 보고서를 읽고 부스터 샷을 맞았다”면서 “쓰레기통에 들어갈 백신을 절약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세 번째 주사가 누군가의 백신을 박탈하는 것이라면 접종하지 않았겠지만, 내 결정은 정책에 아무 영향을 못 미쳤다”며 미국 내 잉여 백신 문제를 지적했다.

한편 현재 공식적으로 부스터 샷 접종을 시작한 국가는 이스라엘과 영국, 독일, 러시아 등이다. 이들 국가는 노인층 등 일부 접종자를 대상으로 세 번째 접종을 허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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