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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정신 이어갈 것”…‘불굴의 산악인’ 김홍빈 대장 영면

중앙일보

입력

‘불굴의 산악인’ 김홍빈 대장의 장례 절차가 산악인들의 애도 속에 마무리됐다. 이날 영결식 참석자들은 장애를 딛고 끝없이 도전한 고인의 모습을 그리워했다.

8일 광주 염주종합체육관에서 영결식

8일 오전 광주광역시 서구 염주종합체육관에서 김홍빈 대장의 영결식이 열린 가운데 김 대장의 영정이 문빈정사로 안치되기 위해 분향소를 나오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8일 오전 광주광역시 서구 염주종합체육관에서 김홍빈 대장의 영결식이 열린 가운데 김 대장의 영정이 문빈정사로 안치되기 위해 분향소를 나오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극한의 상황서도 웃음 잃지 않은 ‘불굴의 산악인’

8일 오전 10시 광주광역시 서구 염주종합체육관에서 김홍빈 대장의 영결식이 거행됐다. 김 대장은 지난달 18일 브로드피크 정상을 정복하고 히말라야 14좌 완등을 달성한 뒤 하산하던 도중 해발 7900m 지점에서 조난됐다.

유족들이 김 대장의 구조작업 도중 2차 사고를 우려해 수색 중단을 요청한 뒤 지난 4일부터 산악인장으로 김 대장의 장례절차가 진행됐었다. 8일 열린 영결식에는 김 대장의 도전정신을 뒤따르던 산악인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 정치인 등 각계 인사들이 참석했다.

김홍빈 대장의 영결식이 열린 8일 광주광역시 서구 염주체육관에서 산악인과 시민들이 김 대장을 추모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김홍빈 대장의 영결식이 열린 8일 광주광역시 서구 염주체육관에서 산악인과 시민들이 김 대장을 추모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김 대장은 1991년 북미 최고봉인 드날리(당시 명칭 매킨리) 등반 당시 동상으로 열 손가락을 모두 잃고도 장애인 최초로 7대륙 최고봉과 히말라야 14좌를 완등한 인물이다. 장애인과 산악인은 물론 일반 시민들에게도 끊임없는 도전정신을 전해 ‘불굴의 산악인’으로 불리기도 했다.

“마지막 등정…나누며 살고 싶다 했는데…”

이날 산악인들은 히말라야의 품에 안겨 돌아오지 못한 김 대장을 향한 추모의 말을 전했다. 손중호 대한산악연맹회장은 이날 영결식에서 “환한 웃음 가득한 얼굴로 14좌 완등을 보고하는 김 대장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애통한 비보에 충격과 슬픔을 금치 못하고 있다”며 “불굴의 도전정신과 산을 목숨보다 사랑하던 당신의 모습이 너무 그립다”고 말했다.

8일 김홍빈 대장의 영결식이 열린 광주광역시 서구 염주종합체육관에 그를 추모하려는 산악인과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8일 김홍빈 대장의 영결식이 열린 광주광역시 서구 염주종합체육관에 그를 추모하려는 산악인과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김 대장은 생전에 이번 브로드피크 등정이 마지막이라는 뜻을 지인들에게 전해왔다. 피길연 광주시산악연맹회장은 “이번 브로드피크 등정이 고인의 마지막 등정이었을 것”이라며 “김 대장이 이번 등정을 떠나기 전 히말라야 14좌 완등까지 마치면 높은 산은 안 가고 나누는 삶을 살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고 안타까워했다.

피 회장은 “김 대장이 내게 ‘지금까지 히말라야 신들이 나의 도전을 받아줬는데 더 이상은 안 가고 싶다’고 말했다”며 “마지막 등정에서 돌아오면 남은 삶은 청소년과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들에게 도전정신을 나누며 살고 싶다는 것이 고인의 뜻”이라고 했다.

김홍빈 기념관 건립 귀추 

유가족들은 영결식 도중 김 대장의 영정 앞에서 오열하면서도 고인의 뜻을 이어나가겠다고 했다. 김 대장의 아내는 추도사에서 “저의 남편인 김홍빈 대장은 산이 삶 그 자체였고, 산처럼 강한 사람이었다”며 “슬픔에 가슴이 무너지지만, 저희는 당신 없는 이 자리에서 당신의 정신을 이어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8일 광주광역시 서구 염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김홍빈 대장 영결식에서 그의 아내가 추도사를 낭독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8일 광주광역시 서구 염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김홍빈 대장 영결식에서 그의 아내가 추도사를 낭독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김 대장의 영정과 그에게 수여된 체육훈장 청룡장 등 유품은 영결식이 끝난 뒤 광주 무등산 문빈정사 납골당에 안치됐다. 그가 생전에 활동했던 광주에서는 김 대장의 도전정신을 이어가기 위한 ‘김홍빈 기념관’ 건립도 추진된다.

김 대장의 모교인 송원대학교 산악회 소속 정찬득씨는 “오늘은 김 대장의 브로드피크 등정을 축하하는 자리가 돼야 했었는데 안타깝다”며 “이른 시일 내에 김 대장을 데려올 수 있도록 노력하고 무등산 아래에 그의 도전정신을 담은 김홍빈 기념관을 세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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