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지리뷰] 크리에이터의 방 구경으로 새로운 주거 가치를 전하다

중앙일보

입력 2021.08.08 13:28

업데이트 2021.08.16 08:13

1인 가구를 위한 주거 솔루션을 제안하는 코리빙 하우스 시장이 뜨겁다. 월 사용료를 내고 나만의 개인 룸을 확보하고, 주방·식당·피트니스룸 등은 공용 공간으로 사용해 풍요로운 주거 환경을 누리는 새로운 주거 형태다. 지난 6월 문을 연 '맹그로브 신설'은 311실의 대형 규모로 MZ세대에게 주목 받고 있는 코리빙 하우스다. 이곳에선 지점 오픈을 맞아 새로운 형태의 전시가 열리고 있다. 최근 주목받는 아티스트와 브랜드 10팀이 코리빙 하우스에 자기만의 방을 꾸민 것. 개성 넘치는 아티스트와 브랜드의 세계는 '주거'의 개념을 새롭게 정의한다. 전시 '노크노크'(Knock, Knock)를 기획한 손꼽힌 맹그로브 마케터를 만나 코리빙과 이번 전시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전시 '노크노크'의 기획자이자 맹그로브의 마케터인 손꼽힌. [사진 황지혜]

전시 '노크노크'의 기획자이자 맹그로브의 마케터인 손꼽힌. [사진 황지혜]

간단하게 자기 소개를 부탁해도 될까요.

안녕하세요. 맹그로브 브랜드팀에서 마케팅 전반을 담당하는 손꼽힌입니다. 2019년 말 합류해 지금까지 '맹그로브'라는 브랜드와 '코리빙'이라는 개념을 알리기 위해 브랜드 마케팅 캠페인을 진행해 왔어요. 궁극적으로 우리 공간에 살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요. 부동산 스타트업을 시작으로 알랭 드 보통의 '더 스쿨 오브 라이프 서울', 서점 '스틸북스' 등에서 일했는데 분야는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일을 해왔습니다.

[민지가 만난 민지]
전시 ‘노크노크’ 기획자 겸
맹그로브 브랜드팀 마케팅 담당
손꼽힌

맹그로브에서 일하게 된 계기는요.  

7년 넘게 도심 속 1인 가구로 살면서 다양한 대안 주거 형태를 경험했어요, 그 중에서 코리빙이 앞으로 제가 지속하고 싶은 주거 형태라는 확신을 얻었죠. 사실 맹그로브 론칭 전 우연히 설문조사에 참여한 적이 있어요. 한참 뒤에 마케터 채용 공고를 발견했는데, 라이프스타일의 '끝판왕'이 집이라고 생각하고 있고 또 주거에 대해 고민을 가장 많이 하는 내가 일하면 잘 할 수 있을 것 같았죠. 지금까지 쌓은 역량을 총망라해 매력적인 주거 브랜드의 시작을 맡아서 진행해보고 싶었습니다.

어떤 가치를 전하려 하나요.  

늘 집에 대해 고민하는 주거 문제의 당사자로서 또래 친구들에게 새로운 주거의 가능성을 소개하고 싶어요. 안전한 집에서 저를 지지해주는 사람들과 살면서 제 삶에 더 집중해 성장할 수 있었거든요.

노크노크 전시 포스터 이미지. [사진 맹그로브]

노크노크 전시 포스터 이미지. [사진 맹그로브]

전시 이야기부터 해볼까요. '노크노크'가 화제예요. 어떤 전시인가요.

인원을 제한한 소규모 전시인데도 벌써 3000명이 넘는 분들이 찾아주셨어요. 다양한 매체에도 많이 소개돼서 얼떨떨해요. 노크노크는 다양한 분야의 아티스트와 브랜드 10팀이 두 달간 맹그로브 신설로 이사왔고, 그 방에 초대한다는 컨셉트의 기획이에요. 비슷한 레이아웃의 방이지만 각자의 소장품을 통해 서로 다른 라이프스타일을 보여줘서 인테리어는 물론 진로에 대한 영감을 받기도 하는 것 같아요. 참가 멤버는 포토그래퍼 송시영, 서브컬처 매거진 '비슬라'의 디렉터 장스터, 최근 공간을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유튜버 예진문과 김겨울 등 아티스트와 '어둠의 아이들' '레토' 등 좋은 독립영화를 소개하는 영화사 '엣나인필름', 친환경 브랜드 '동구밭', 패션 브랜드 '미스치프'(MSCHF), 음반레이블 '유니버설뮤직코리아' 등 브랜드입니다. 전시는 8월 31일까지이고 네이버예약을 통한 사전예약을 해야해요.

정말 흥미로웠어요. 전시를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어요.

긴 호흡으로 자기 작업을 해오고 있는 크리에이터와 브랜드가 주는 감동이 있는 것 같아요. 소속되어 일을 했지만 자기 브랜드를 만들어서 길을 개척하는 사람, 10년이 넘게 경계없이 신선한 움직임을 보여주는 브랜드, 로컬 문화를 지원하는 미디어, 삶의 지평을 넓혀주는 엄선된 영화를 소개하는 배급사 등 각 참여진의 존재가 꾸준함의 힘을 보여준다고 생각해요. 막막한 시기에 처한 사람들에게 위로나 용기를 줄 수 있고요.

전시 노크노크 중 한 공간인 유투버 예진문의 방. 전시 참가 멤버 중 한명인 포토그래퍼 송시영이 촬영했다. [사진 송시영, 맹그로브]

전시 노크노크 중 한 공간인 유투버 예진문의 방. 전시 참가 멤버 중 한명인 포토그래퍼 송시영이 촬영했다. [사진 송시영, 맹그로브]

'어둠의 아이들' '레토' 등 감각적인 독립영화를 소개해온 영화사 엣나인필름의 방. [사진 송시영, 맹그로브]

'어둠의 아이들' '레토' 등 감각적인 독립영화를 소개해온 영화사 엣나인필름의 방. [사진 송시영, 맹그로브]

뮤지션이 실제로 조금 전까지 머물렀던 것같은 느낌을 주는 유니버설뮤직코리아의 방. [사진 송시영, 맹그로브]

뮤지션이 실제로 조금 전까지 머물렀던 것같은 느낌을 주는 유니버설뮤직코리아의 방. [사진 송시영, 맹그로브]

전시를 하는 신설점은 젊은 세대가 선호하는 거주 지역과는 거리가 있다는 생각도 들어요. 코리빙의 위치 선정 기준은 무엇인가요. 

도심 주요 업무 지구에 20분 안에 접근할 수 있는 접근성이 입지 선정의 제1 원칙이에요. 동시에 임대료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은 곳의 교집합이어야 해요. 예를 들어 신설점은 지하철 1,2호선 시청역까지 여섯 정거장 밖에 되지 않고, 을지로까지 15분 안에 갈 수 있어요. 또 주변에 8개 대학이 있고, 부동산 시세가 낮은 편이라 적정 수준의 임대료 책정이 가능했어요.

맹그로브는 특히 MZ세대의 관심을 받고 있다고 알고 있어요. 왜 그렇다고 생각하나요. 

브랜드와 공간이 지향하는 바가 좋긴 하지만, 아무래도 '집'의 결정적 요소는 위치와 가격이잖아요. 지하철과 버스 정류장이 도보 1분 거리에 있고, 안전하고 쾌적하게 살 수 있는 공간이라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또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거점으로 좋은 역할을 해줄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으로 다가가는 것 같아요. 노크노크 전시에서 볼 수 있듯 내가 좋아하는 오브제와 책, 옷가지와 몸만 들어가면 아늑한 독립을 시작할 수 있거든요. 목돈이 필요하지도 않고요. 하지만 무엇보다 이곳에 사는 '사람'이 주는 매력이 MZ세대를 끌어 당기는 것 같아요.

함께 거주하는 사람들을 말하는 건가요. 

1호점에 사는 분들과 대화해보면 가장 큰 장점을 '사람'이라고 해요. 나와 다른 사람들이 적당한 선을 지키면서 함께 산다는 게 흥미롭기도 하고 다른 삶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 준다고요. 식재료를 나누거나 요리를 함께 하는 건 자주 있는 일이고, 크고 작은 재미있는 협업이 많이 일어나요. 맥북에 와인을 쏟아 원고 마감을 못하던 에디터에게 바로 자신의 노트북을 빌려 준다거나, 포토그래퍼가 미팅을 가는데 건낼 명함이 없다는 말에 명함을 뚝딱 만들어주는 디자이너, 늦은 시간까지 카페에서 일을 하다가 나온 아이디어로 개발자와 기획자가 함께 앱을 만들기도 해요. 주거 형태를 떠나서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며 살아가잖아요. 입주 멤버들은 하는 일도 생각도 취향도 다르지만 열린 마음을 가진 사람들로 공존을 고민하고 실천한다는 점에서 비슷해요.

앞으로 더욱 다양한 주거 형태가 등장할 것 같아요. 거주 공간의 미래에 대해 어떻게 전망하나요.

앞으로 도래할 10년은 지난 50년간 굳건하게 자리를 지켜온 모든 산업의 모습이 바뀐다고 합니다. 주거도 마찬가지고요. 집은 언제나 사려는 사람이 더 많고, 끝없이 오르는 재산 증식 수단으로 여겨졌잖아요. '복사-붙여넣기' 한 것 같은 집도 사지 못해 안달이었고요. 앞으로는 집도 일반 소비재처럼 사람 한 명 한 명의 라이프스타일을 깊게 이해해 개인화한 공간으로 만들지 않을까요. 주로 시간을 보내는 활동에 따라 공간을 맞추는 형태로요, 마음에 들지 않는 집에 대부분의 삶을 저당 잡히지 않고도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앞으로 진행해보고 싶은 기획이 있나요.

집은 모든 걸 연결할 수 있는 공간이에요. 음식, 패션, 생활용품, 음악, 그림, 가구 전부 다요. 가능성이 무궁무진해서 하고 싶은 게 끊이질 않아요. 18~19층은 일 단위로 머물 수 있는 스테이룸으로 오픈할 예정인데요, 다양한 아티스트나 브랜드룸으로 만들고 싶어요. 이미 방 하나는 KUA 에디션룸으로 조성했어요. 이광호 작가의 작품을 보며 잠들 수 있는 거죠. 또 하나는 디지털 가상공간에 맹그로브를 구현해 거주자들이 교류할 수 있게 하고 싶어요. 소셜클럽이나 하우스콘서트 같은 프로그램에서 만나면 '너였어?'하고 격의 없이 지내면 재미있을 것 같아요.

글=황지혜(민지크루)
사진= 황지혜, 맹그로브

민지리뷰는...
자신의 가치관과 세계관이 소비로 표현되는 시대. 소비 주체로 부상한 MZ세대 기획자·마케터·작가 등이 '민지크루'가 되어 직접 자신이 좋아하는 물건·공간·서비스 등을 리뷰합니다. 민지리뷰의 한 코너인 '민지가 만난 민지'에서는 민지크루가 관심 있는 인물을 직접 만나 인터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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