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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메달리스트만큼 돋보였던 4위, 세계 200위 인도 여자 골퍼

중앙일보

입력

도쿄올림픽 여자 골프에서 4위에 올라 강렬한 인상을 남긴 아디티 아쇼크. [신화=연합뉴스]

도쿄올림픽 여자 골프에서 4위에 올라 강렬한 인상을 남긴 아디티 아쇼크. [신화=연합뉴스]

 도쿄올림픽 여자 골프 금메달 주인공은 세계 1위 넬리 코다(23·미국)였다. 그러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못지 않게 주목받은 골퍼가 한 명 있다. 4위로 대회를 마친 아디티 아쇼크(23·인도)다. 비록 메달을 따진 못했지만, 전 세계 골프 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면서 두 번째 올림픽을 마무리했다.

7일 일본 사이타마현 가와고에시의 가스미가세키 컨트리클럽에서 끝난 도쿄올림픽 여자 골프에서 아쇼크는 4위(15언더파)에 올랐다. 아쇼크는 최종 라운드 한때 공동 선두까지 올라서 깜짝 금메달까지 노렸다. 그러나 17번 홀(파4)에선 4m 버디 퍼트를 놓치면서 메달권에서 멀어졌다. 이나미 모네(일본), 리디아 고(뉴질랜드·이상 16언더파)에 1타 뒤져 메달을 따지 못했지만 아쇼크는 “100%를 발휘했다. 올림픽에서 톱5든 톱10이든 정말 좋은 일”이라고 만족해했다.

아쇼크는 이번 대회 최대 화제 골퍼로 주목받았다. ‘여자 골프 불모지’나 다름 없는 인도에서 2회 연속 올림픽에 출전하면서다. 세계 랭킹 200위지만, 이번 올림픽 여자 골프 내내 한국, 미국 등 쟁쟁한 톱랭커들을 제치고 상위권에 들었다. 미국 골프닷컴은 “아쇼크가 강렬한 임팩트를 남겼다”고 전했고, 국제골프연맹(IGF)은 연일 아쇼크의 활약상을 따로 전했다.

인도 방갈로르에서 태어난 아쇼크는 5세에 골프를 시작했다. 청소년기에 이미 인도 주니어 챔피언십에서 3차례나 우승하던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서 해외 무대로 뛰어들었다. 2015년 12월 유럽여자프로골프 투어(LET) 퀄리파잉스쿨을 1위로 통과해 유럽으로 진출했고, 뒤이어 2016년 리우올림픽을 경험했다. 리우올림픽 당시 “한국의 박세리를 알고 있다”면서 “나도 박세리와 같은 역할을 해 많은 유망주가 나오도록 하고 싶다”던 아쇼크는 이후 개척자 길을 묵묵히 걸었다. LET 통산 3승을 거뒀고, 2017년엔 인도 출신 첫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선수가 됐다.

어머니 캐디와 함께 나선 아디티 아쇼크(오른쪽). [AP=연합뉴스]

어머니 캐디와 함께 나선 아디티 아쇼크(오른쪽). [AP=연합뉴스]

5년 동안 많은 경험을 쌓은 아쇼크는 생애 두 번째 올림픽에서 완전히 다른 선수가 됐다. 그의 플레이는 더 강해졌고, 여유도 느껴졌다. 그린 위에서 퍼트 감각은 단연 돋보였다. 심리적인 영향도 컸다. 아쇼크는 평소 캐디백을 멘 아버지 대신 어머니에게 캐디 역할을 맡겼다. 아쇼크는 “아빠가 캐디를 맡는 것보다 스트레스가 훨씬 덜하다”고 했지만, 골프를 잘 모르는 어머니 캐디를 뒀던 만큼 홀로 코스 전략을 세우고 경기를 풀어가야 했다. 그럼에도 대회 내내 안정적인 플레이를 펼쳤다.

비록 메달을 따지 못했지만 인도는 물론 전 세계 골프계가 아쇼크의 도전에 찬사를 보냈다. 람 나트 코빈드 인도 대통령도 “인도의 딸이 하나 더 탄생했다. 인도 골프를 새로운 정점으로 끌어올렸다. 용기와 기술을 발휘한 걸 축하한다”고 치하했다. 인도 영문 매체 힌두스탄 타임즈는 “아쇼크가 인도 여자 골프에 새로운 지도를 그렸다”고 적었고, 미국 골프 다이제스트는 “아쇼크는 전세계 골프의 존경을 이끌었다”고 말했다. 아쇼크는 “내가 골프를 시작했을 때는 (정식종목이 아니었던) 올림픽을 꿈도 꾸지 못했다. 때때로 열심히 하면서 매일 즐겁게 보내다보면 이 곳(올림픽 무대)에 닿게 될 것”이라면서 “이번에 내 성과가 인도에서 골프에 더 많은 시선을 받고, 지원을 받는 계기가 돼 더 많은 아이들이 성장하는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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