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창업가가 첫 제품 출시 때 확증편향에 빠지지 않으려면

중앙일보

입력 2021.08.08 08:00

[더,오래] 김진상의 반짝이는 스타트업(104) 

고객이 기꺼이 우리 제품을 반복 사용하거나 구매하려 한다면 ‘제품 소비자 적합도(PMF)’를 달성했다고 볼 수 있다.[사진 pixabay]

고객이 기꺼이 우리 제품을 반복 사용하거나 구매하려 한다면 ‘제품 소비자 적합도(PMF)’를 달성했다고 볼 수 있다.[사진 pixabay]

‘린 스타트업(Lean Startup)’을 이야기할 때 ‘린 생산방식’을 떠올리는 사람이 가끔 있다. 린 생산방식은 일본 도요타의 ‘JIT(Just-in-time)’ 방식이 대표적으로, 낭비적 요소를 제거해 생산 프로세스의 효율의 극대화를 꾀하는 것을 말한다. 린 스타트업도 효율을 극대화한다는 점에서 린 생산방식과 유사하지만, 결정적으로 큰 차이를 보이는 부분은 고객 중심적 가치를 창출하고 학습을 통한 성장과 개선을 강조한다는 점이다.

최고의 고객 가치를 창출한다는 것은 간단하게 표현하면 고객이 우리 제품으로 인해 행복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행복의 시작점을 기준으로 고객이 기꺼이 우리 제품을 반복 사용하거나 구매하려 한다면 우리가 개발한 제품이 시장의 니즈를 충분히 충족시키고 있는가를 가늠하는 ‘제품 소비자 적합도(Product-Market Fit, PMF)’를 달성했다고 볼 수 있다. 이게 고객의 행복을 유지토록 하면서 성장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된다.

그렇다면 왜 PMF를 달성하는 데 스타트업들이 곤란을 겪을까? PMF와 관련해 스타트업은 고객 반응을 얻으려고 인터뷰를 진행한다. 고객 인터뷰를 통해 얻은 정보는 매우 직관적이며 구체적이지 않은 경우가 많아 이를 정확하게 해석하고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고객 인터뷰를 통해 더욱 정확한 현실을 파악하고자 수많은 질문을 던져보지만 속 시원한 해법을 찾기란 쉽지 않다. 사실일지 아닐지도 모르는 인터뷰 내용에 의존해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기도 한다. 일부 창업가는 고객 인터뷰를 시간 낭비라며 일축하고 무시해 버리기도 한다.

고객 인터뷰를 올바르게 진행하기 위해서는 ‘최소 유효 제품(Minimum Viable Product, MVP)’을 사용해 본 고객과 대화를 나누고 그 대화를 통해 얻은 정보를 모으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이 작업 이전에 먼저 진행해야 하는 것은 파악한 고객의 문제와 이 문제를 바탕으로 스타트업이 제공하는 해결책이 과연 의미가 있는지를 파악하기 위한 것이 고객 인터뷰다. 말하자면 ‘문제해결 적합도(Problem-Solution Fit, PSF)을 찾기 위한 고객 인터뷰다. 고객 인터뷰의 가장 큰 목적은 인터뷰 이후 개발된 시제품에 대해 애정 가득하지만 냉정한 평가를 아낌없이 줌과 동시에 제품 출시에 맞춰 적극적인 홍보 역할을 하게 될 잠재 충성 고객 확보에 있다고 생각한다. 스타트업이 계획하고 있는 해결책에 인터뷰 대상자가 얼마나 관심을 가지는지, 해결책을 구체화해 제품 개발에 성공했을 때 기꺼이 구매의사가 있는지 등을 파악하는 인터뷰를 진행해 지속적인 관계 형성의 발판으로 활용해야 한다.

PSF를 찾기 위한 고객 인터뷰는 직접 발품을 팔아 가까운 주변 지인부터 시작한다.  지인을 선정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창업가가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를 얼마나 절실하게 갖고 있는가를 알아내는 것이다. 스타트업이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에 대해 공감하지 못하고, 설령 공감한다 하더라도 그리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지인에게 인터뷰를 진행하는 것은 오히려 창업가의 편견과 확증 편향을 강화해 아무도 원하지 않는 제품을 만들어낼 뿐이다. 스타트업이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에 열정적으로 공감하는 지인으로부터 또 다른 인터뷰 대상자를 추천받는다면 금상첨화다. 새로운 대상자도 이전 지인과 같은 문제 의식을 갖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고객 데이터 분석 그 자체가 중요하기보다는 어떤 인풋을 고려해 데이터를 분석하는가가 훨씬 더 중요하다. [사진 pixabay]

고객 데이터 분석 그 자체가 중요하기보다는 어떤 인풋을 고려해 데이터를 분석하는가가 훨씬 더 중요하다. [사진 pixabay]

고객 인터뷰를 언제까지 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느냐는 의문이 생길 수 있다. 고객 인터뷰는 설문 몇 개 준비해 한번 수행한 후 잊어버리는 작업으로 여기지 않는 것이 좋다. 고객 인터뷰는 사업이 진행되는 한 영구적으로 함께 수행돼야 하는 프로세스라고 생각한다. 스타트업 사업에 대한 애정이 가득한 충성 고객을 확보해 그들과의 인터뷰를 영구적으로 그리고 수시로 진행해야 한다면 고객 인터뷰를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고 임해야 하는지 명확해질 것이다. 양질의 충성 고객이 늘어나는 가운데 그들의 평가와 의견을 모으면 모을수록 유의미한 통일된 방향성을 찾게 될 것이다. 그러면 확신을 가지고 의사결정을 내리기가 수월해진다. 고객 인터뷰와 고객 조사를 구분하는 것도 필요하다. 고객 조사는 조사를 통해 사업에 필요한 가설을 설정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고객 인터뷰는 그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진행하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스타트업이 풀고자 하는 문제에 대해 고객이 얼마나 공감하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그들이 인터뷰에서 말하는 것을 실제 일상 속에서도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는지를 관찰해야 한다. 인터뷰를 특정한 결과 또는 기댓값을 얻기 위해 과도하게 편향적으로 설계해서는 안 되며, 경품 제공 등의 행위도 삼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고객 데이터 분석 그 자체보다는 어떤 인풋으로 데이터를 분석하는가가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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