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제국 해군 부활…15년 은밀히 감춘 '항모 야망' 이뤘다[박용한 배틀그라운드]

중앙일보

입력 2021.08.08 06:00

업데이트 2021.08.08 08:42

일본은 빠르면 이달 중 제2차 세계대전 패전 이후 첫 항공모함 작전을 시작한다. 은밀하게 항모 확보를 진행한 결과다. 해상자위대는 정식 군대의 지위를 갖지 않지만 76년 만에 제국시대 해군의 위용을 회복한다.

일본 ‘항모 아니다’…위장전술
2000년대 중반 설계부터 항모
실전 배치 3년 뒤 ‘개조’ 선언
진주만 공습 항모 카가함 부활

최근 대형 함정인 이즈모함(DDH-183)은 전투기도 뜨고 내리는 항모로 개조됐다. 수직 이착함이 가능한 미군 F-35B 전투기를 투입한 훈련을 올해 안에 시작한다고 지난달 27일 일본 언론이 전했다.

욱일기를 단 일본 해상자위대 함정이 훈련하고 있다. 사진 AFP

욱일기를 단 일본 해상자위대 함정이 훈련하고 있다. 사진 AFP

일본은 2000년대 중반에 이미 항모 확보에 착수했다. 하지만 이즈모함은 헬기만 뜨고 내린다며 위장전술을 폈다. 옛 소련이 건조하다 버려둔 항모인 바랴그함을 수입해 해상카지노로 쓴다고 했지만, 결국 항모를 완성했던 중국과 비슷한 전략이다.

설계 당시에도 크기와 성능이 항모와 다르지 않아 ‘사실상 항모를 만드는 것’이란 지적이 꾸준했다. 군 관계자는 “처음부터 함정의 뼈대인 용골과 내부 공간은 전투기 탑재가 가능하도록 건조됐다”며 “사실상 갑판만 보강하면 항모가 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 이즈모함 비행갑판의 내열성을 강화하고 항공 유도등을 설치하는 등 경항모 개조 작업에 착수했다. 최근 1차 개조를 마쳐 당장 전투기 이착함도 가능하다. 이와쿠니 기지에 배치된 미 해병대 F-35B를 투입해 성능을 평가한 뒤 2차 개조를 시작할 계획이다.

일본 해상자위대의 호위함 이즈모(DDH-183). 일본은 스텔스 전투기 F-35B를 운용할 수 있도록 최근 1차 개조를 마쳤다. 사진 일본 해상자위대

일본 해상자위대의 호위함 이즈모(DDH-183). 일본은 스텔스 전투기 F-35B를 운용할 수 있도록 최근 1차 개조를 마쳤다. 사진 일본 해상자위대

이즈모함은 만재 배수량 4만t 급으로 전투기 10여 대 이상을 탑재할 수 있다. 그런데도 일본은 이즈모함을 2만 7000t 수준이라며 규모를 낮추어 발표한다.

자위대 간부 ‘처음부터 항모 설계’ 폭로

해자대 간부도 이즈모함을 설계할 때부터 이미 항모 개조를 목표에 뒀다고 폭로했다. 설계를 담당했던 그는 “항공기를 탑재할 수 있는 구조의 함정을 건조하기로 방침 정했다”며 2018년 2월 일본 언론에 털어놨다.

함정을 설계하던 2006년부터 이미 실질적인 항모 건조에 착수했다는 뜻이다. 갑판과 함 내 격납고를 연결하는 엘리베이터는 F-35B 크기에 맞췄고 스키점프대 추가 설치도 가능하도록 설계했다. 당시 미국이 F-35B 개발을 끝내지 않았던 상황에서다.

지난 7월 영국 해군 퀸 엘리자베스 항모 갑판에 계류한 미 해병대 F-35B 전투기. 영국 항모는 스키점프대를 설치해 짧은 활주로에서도 함재기가 쉽게 출격하도록 돕는다. 사진 AFP=연합뉴스

지난 7월 영국 해군 퀸 엘리자베스 항모 갑판에 계류한 미 해병대 F-35B 전투기. 영국 항모는 스키점프대를 설치해 짧은 활주로에서도 함재기가 쉽게 출격하도록 돕는다. 사진 AFP=연합뉴스

자위대 전직 간부는 “자위대 함정은 몇십년 후의 정세변화를 예상해 설계하는 게 당연하다”며 “항모 개조 여부는 정치가 결정하면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꾸준히 연막작전을 폈다. 2017년 12월 오노데라 이쓰노리 방위상은 “F-35B 도입이나 ‘이즈모’형 호위함 개조에 대한 구체적 검토는 현재 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2018년 12월 본심을 드러냈다. 장기 방위 전략인 ‘방위계획 대강’에 ‘함정에서의 항공기의 운용 검토’를 명기하며 이즈모함을 항모로 개조하는 사업에 착수했다. 2015년 3월 취역한 지 불과 3년 만이다.

항모 엘리베이터에 올려진 F-35B 전투기가 내부 격납고에서 갑판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 영 해군

항모 엘리베이터에 올려진 F-35B 전투기가 내부 격납고에서 갑판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 영 해군

日, F-35B 도입 앞서 美 해병 불러 선행학습

항모에 탑재할 F-35B 확보도 일본은 이미 마쳤다. 지난해 7월 미국 의회는 F-35 전투기 총 105대를 일본에 판매하는 계획을 최종 승인했다. 여기엔 지상에서 출격하는 F-35A 63대 추가 도입과 항모에 탑재하는 F-35B 42대를 포함했다.

한 수 앞을 미리 본 준비엔 철저한 일본이다. 항모 개조를 결정한 뒤 곧바로 항공기 훈련 계획도 미리 세웠다. 일본은 2024년부터 F-35B 투입이 가능하다. 항모 개조를 마치고도 3년을 기다려야 한다.

일본은 항모 개조를 공식화 한지 석 달만인 2019년 3월 미국에 미 해병대 F-35B를 보내 이착함 훈련을 해달라고 부탁했다. “미 전투기가 착륙할 곳이 없을 때 일본 함정에 내릴 수 있도록 대비하는 차원”이라는 명분을 내세웠다.

2018년 오키나와 인근 해상에서 미국 강습상륙함 와스프(WASP)함에 수직으로 내려앉는 F-35B 스텔스 전투기. 사진 로이터

2018년 오키나와 인근 해상에서 미국 강습상륙함 와스프(WASP)함에 수직으로 내려앉는 F-35B 스텔스 전투기. 사진 로이터

미군 도움을 받아 항모 개조 상태를 점검하고 항모 운용에 대한 선행학습에 나선다는 뜻이다. 나중에 F-35B를 받아 조종사 훈련을 마치는 즉시 실전 투입이 가능하도록 촘촘한 준비 계획을 세웠다.

일본은 내년부터 항모 개조에 들어가는 카가함(DDH-184)을 주축으로 사실상의 항모 전투단 훈련에도 착수할 계획이다.

오는 20일부터 11월까지 함정 3척과 잠수함 1척, 헬기와 초계기를 비롯한 병력 900여명을 투입한다. 이번 훈련에서 호주와 인도를 비롯한 10여 개국을 누비며 미국처럼 항모 연습을 하게 된다.

카가함, 진주만 공습 항모 명칭 물려받아

일본은 여전히 항모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지금도 공식 명칭은 ‘다용도운용호위함’일 뿐 항모라는 단어가 없다. 항모를 보유하면 ‘적 기지 공격 능력’을 갖춰 선제공격도 가능해진다. 사실상 과거 일본제국 해군의 부활이다.

1930년 비행 훈련 중인 카가 항모. 이후 갑판을 단층으로 개조해 확장했다. 1942년 6월 미드웨이 해전에서 격침됐다. 중앙포토

1930년 비행 훈련 중인 카가 항모. 이후 갑판을 단층으로 개조해 확장했다. 1942년 6월 미드웨이 해전에서 격침됐다. 중앙포토

카가함은 2차세계대전 당시 진주만 공습에 참여한 뒤 미드웨이 해전에서 침몰했던 일본 해군의 항모인 카가함과 이름이 같다. 이즈모함은 1937년 중일전쟁 당시 일본 해군 제3함대 기함으로 중국 상하이를 포격했던 순양함의 이름을 물려받았다.

일본 해자대는 이미 자신을 해군이라고 부른다. 2018년 12월 일본 초계기 위협 비행 사건 당시 교신에서 ‘해상자위대’ 명칭이 아닌 ‘일본 해군’이라며 신분을 밝혔다.

일본은 최근 본토부터 대만 인근까지 이어지는 섬에 배치한 미사일 부대를 강화한다는 전략도 밝혔다. 전투기가 뜨고 내리는 항모까지 더해 촘촘하게 방어선을 꾸린다는 계획이다. 일본의 영향권이 영해를 넘어 먼바다 대만까지로 확장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지난해 8월 필리핀해에서 벌어진 미국-호주-일본의 연합 해상 훈련. 사진 미 해군

지난해 8월 필리핀해에서 벌어진 미국-호주-일본의 연합 해상 훈련. 사진 미 해군

日, 해상교통로에 명운 걸어…한국은?  

일본군 전문가로『일본군의 패인』등을 번역하고 해군과 방위사업청 자문위원을 맡고 있는 최종호 변호사는 “일본은 제해권을 상실해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배했다고 스스로 평가한다”며 “오늘날 무역으로 먹고사는 일본은 해상교통로 확보에 명운을 걸었다”고 분석했다.

한국도 일본과 다르지 않다. 에너지를 비롯한 수출입 물동량의 99%를 해상교통로에 의존한다. 게다가 한반도를 비롯한 동북아 해역을 중국과 일본의 항모가 둘러싸는 상황이다. 중국의 대만 침공이나 미ㆍ중 충돌 가능성도 커진다. 바닷길이 불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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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한국은 출발이 늦었다. 2019년 8월 국방중기계획에 대형수송함(LPX-II) 사업을 포함하며 경항모 확보를 시작했다. 계획대로 진행해도 2030년대 중반에나 실전 배치가 가능해 갈 길이 바쁘다. 그런데도 찬반 논란은 끊임없다.

익명을 요구한 국회 관계자는 “임진왜란을 앞두고 일본을 다녀온 뒤 정파 이익에 눈이 멀어 군대가 필요 없다고 거짓 보고했던 그때와 지금이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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