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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명 부정결제했다고…장애아동 70명 '꿈활짝카드' 막혔다"

중앙일보

입력

전북 완주군 봉동읍 한 발달장애 아동 지원센터에서 한 아동이 미술치료 수업을 받고 있다. 사진 해당 센터

전북 완주군 봉동읍 한 발달장애 아동 지원센터에서 한 아동이 미술치료 수업을 받고 있다. 사진 해당 센터

"바우처카드 부정 사용"…교육청, 선결제 적발

발달장애 아동의 치료를 돕는 복지시설에서 아동이 사용하는 바우처 카드 일부를 치료 전 미리 긁은 사실이 드러나자 관할 교육청이 해당 시설에 다니는 모든 학생의 카드 사용을 석 달간 중지하는 처분을 내렸다.

[이슈추적] #전북 완주 발달장애아동센터, 행정심판 청구

해당 시설은 "교육청이 '해당 학생'의 카드만 중지한다는 지침을 '전체 학생'으로 확대 해석해 애먼 장애아동과 학부모까지 피해를 보게 됐다"고 반발하는 반면 교육청은 "바우처 카드의 부정 사용의 책임이 기관에 있기 때문에 적절한 조치"라고 맞서면서 양측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8일 전북교육청 등에 따르면 완주군 봉동읍 한 발달장애 아동 지원센터는 지난달 21일 완주교육지원청 교육장을 상대로 "'치료 지원 바우처 카드('꿈활짝카드') 3개월 사용 정지 처분은 과도하니 취소해 달라"며 전라북도교육청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전북교육청이 특수교육 대상 학생의 치료 지원을 위해 참고 자료로 만든 '치료지원 업무 길라잡이'. 사진 해당 자료 캡처

전북교육청이 특수교육 대상 학생의 치료 지원을 위해 참고 자료로 만든 '치료지원 업무 길라잡이'. 사진 해당 자료 캡처

처분 근거 '해당 학생'·'전체 학생' 해석 논란 

완주교육지원청이 처분의 근거로 삼은 '치료지원 업무 길라잡이'에는 치료비 부정 청구 조치 사항으로 '부정 사용분 반납'과 '3개월간 해당 학생 꿈활짝카드 사용 중지'라고 명시돼 있는데, 교육청이 '해당 학생'이 아니라 '센터 전체 학생'의 카드 사용을 정지한 건 위법·부당하다는 게 센터 측 주장이다. 도대체 이 센터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완주교육지원청과 전북교육청은 지난 4~5월 두 차례 '치료 지원 유관기관 현장 점검' 결과 해당 센터가 지난해 3월부터 올해 초까지 지적장애 등을 가진 고등학생 2명의 '꿈활짝카드' 57만원어치를 선결제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지난 6월 '부정 결제 지원금(57만원) 환수'와 8~10월 '3개월 카드 사용 정지' 처분을 내렸다.

'치료지원 업무 길라잡이' 중 치료비 부정 청구 조치 사항. 사진 해당 자료 캡처

'치료지원 업무 길라잡이' 중 치료비 부정 청구 조치 사항. 사진 해당 자료 캡처

센터 "절차 위반 잘못했지만 과도한 처분"  

전북교육청이 지급하는 '꿈활짝카드'는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에 따라 유·초·중·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특수교육 대상 학생이 물리치료·언어치료 등을 받고 비용을 결제할 때 사용하는 전자카드다. 월 12만원씩 매달 1일 포인트로 지원되고, 쓰지 않은 포인트는 월말에 사라진다. 지원 금액을 초과할 때는 수익자가 부담하고, 선결제 금지가 원칙이다.

이에 대해 센터 측은 "절차를 어긴 잘못이 있다"면서도 "문제가 된 2명의 학생뿐 아니라 센터에 다니는 150여 명 중 '꿈활짝카드'를 사용해 언어치료·미술치료·심리운동치료 등을 받아 온 70여 명 전체의 카드 결제를 중지한 건 과도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이들이 센터에 꾸준히 나와 수업을 받아야 하는데 코로나19 여파로 일부는 센터에 나오지 못했다"며 "달을 넘기면 카드 포인트가 사라지기 때문에 미리 결제하고 최대한 수업을 보강했지만 명백한 실수"라고 덧붙였다.

전북 완주군 봉동읍 한 발달장애 아동 지원센터에서 한 아동이 미술치료 수업을 받고 있다. 사진 해당 센터

전북 완주군 봉동읍 한 발달장애 아동 지원센터에서 한 아동이 심리운동치료 수업을 받고 있다. 사진 해당 센터

교육청 "센터 옮기길"…학부모 불만 

센터 측은 아동 70명 기준으로 1인당 12만원씩 어림잡아 3개월간 약 2400만원의 피해를 예상했다. 같은 기간 2명일 때 예상되는 72만원보다 33배 이상 큰 규모다. 다만 "행정심판 청구 때 심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처분을 정지해 달라는 신청이 받아들여져 아직까지 카드 결제에는 문제가 없다"고 센터 측은 전했다.

교육청은 학부모들에게 센터를 옮기라고 안내했지만, 학부모들은 "우리 사정을 고려하지 않았다"며 불만을 호소하고 있다. 센터 대표는 "당장 석 달만 받아주는 센터가 없는 데다 발달장애 아동은 낯선 환경에 적응하기 어렵기 때문에 학부모 대부분이 남았다"며 "아이들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석 달간 무료로 수업을 해드리겠다고 말씀드린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차라리 저희에게 과태료를 물리면 받아들이겠지만, 카드 사용 중지로 정작 피해를 입는 건 아이와 부모가 훨씬 많은데 누구를 위한 조치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완주교육지원청이 행정심판위원회에 제출한 답변서 일부. 사진 해당 답변서 캡처

완주교육지원청이 행정심판위원회에 제출한 답변서 일부. 사진 해당 답변서 캡처

교육청 "센터가 카드 보관…기록지 허위 작성"

반면 교육청 측은 "이 사건 처분은 적법·타당하므로 청구인(센터)의 청구는 기각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완주교육지원청은 행정심판위원회에 제출한 답변서를 통해 ▶학부모와 학생이 소지해야 할 카드를 기관에서 보관하고 결제한 점 ▶실시하지 않은 치료 지원에 대해 부정 결제한 점 ▶학생 치료 지원 제공 기록지를 허위로 작성한 점 등이 확인돼 해당 처분을 했다고 밝혔다.

'지침과 다른 처분이 내려졌다'는 센터 측 주장에 대해서는 "부정 청구 조치 사항 중 '3개월간 해당 학생 꿈활짝카드 사용 중지' 문구는 해석에 다소 논란의 여지가 있으나 부정 사용이 학생의 문제가 아닌 제공 기관의 문제이기 때문에 이는 해당 기관에서 3개월간 카드(치료 지원) 이용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반박했다.

'기관의 경제적 사정과 근무지 종사자들에게 생길 피해의 심각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 교육청 측은 "위법성이 발견됐는데도 그에 맞는 조치를 취하지 않음으로 생길 수 있는 특수교육 대상 학생의 치료 지원 질 저하와 부정 수급 등 특수교육 대상 학생 피해가 크게 우려되므로 규정에 정한 바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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