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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공원 금주 한달…드러누운 4인 옆 소주병 널브러졌다 [르포]

중앙일보

입력

지난 5일 오후 10시 10분쯤 뚝섬한강공원의 모습. 한강공원 내 금주를 단속하는 경찰과 서울한강사업본부 직원들과 시민이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김아라 인턴기자.

지난 5일 오후 10시 10분쯤 뚝섬한강공원의 모습. 한강공원 내 금주를 단속하는 경찰과 서울한강사업본부 직원들과 시민이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김아라 인턴기자.

 지난 5일 오후 10시 10분쯤 서울 광진구의 뚝섬 한강공원. 한강공원 금주를 단속하는 경찰과 서울한강사업본부 직원들이 시민과 실랑이를 벌였다. 돗자리를 깔고 누워 음주하던 60대로 추정되는 4명의 남성 무리 때문이다. 단속반은 남성에게 “4단계인데 마스크도 안 쓰시고 이러시면 안 되죠”라며 언성을 높였고, 10분간 실랑이가 오갔다.

웃통을 벗은 한 남성은 직원의 말에 5m 떨어진 곳에 돗자리를 깔더니 “이러면 되지 않냐”며 억지를 부리기도 했다. 이들 주변에는 소주 3병, 물 1.5 리터 페트병 한 개, 포카리스웨트 1.5 리터 한 통 등이 널려있었다. 단속반이 포기하고 자리를 떠나자 이들은 다시 자리를 합쳤고, 행인에게 인사불성인 상태로 “야 대머리, 이리 와봐”라며 소리를 질렀다.

뚝섬공원 30분간 야간음주단속 걸린 시민 6팀

지난 5일 뚝섬한강공원의 모습. 김아라 인턴기자.

지난 5일 뚝섬한강공원의 모습. 김아라 인턴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오후 10시 이후 한강공원 내에서 음주를 금지한 지 한 달 차 풍경이다. 서울시는 지난달 6일부터 한강공원 전역에 야간 음주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발효하고 단속을 시작했다.

이날 뚝섬 한강공원에서 오후 10시부터 30분간 벌인 단속에 적발된 건 총 6팀이다. 한강사업본부 직원이 술병을 수거해가거나 시민이 자발적으로 술을 챙겨 자리를 떴다. 대부분은 단속원의 지시에 따랐지만, 불만을 표하는 시민들도 있다. 단속반과 언성을 높이던 60대 A씨는 “2명 이상 모이지 말라고 하는 게 맞는 이야기이지만 동네 사람들이라 모이다 보면 한 명이 두 명이 되고, 두 명이 세 명이 되는 걸 어쩌겠냐”고 해명했다.

공원 내 음주 막자…발목까지 자란 연트럴 파크 잔디밭

지난 5일 오후 10시쯤 마포구 연남동에 위치한 '연트럴 파크'로 알려진 경의선 숲길의 모습. 최연수 기자

지난 5일 오후 10시쯤 마포구 연남동에 위치한 '연트럴 파크'로 알려진 경의선 숲길의 모습. 최연수 기자

한편 같은 시각, 20·30이 자주 찾는 마포구의 경의선 숲길공원. 일명 ‘연트럴 파크’라고 불리는 이곳은 식당과 카페의 영업이 종료되자 인파로 북적였다. 오후 10시가 되자 3명의 경찰이 한 팀을 꾸려 야광봉을 들고 공원 거리를 돌며 단속을 시작했다. 공원의 거리 3m 지점마다 '공원 내 음주 금지'가 쓰인 입간판이 세워져 있었고, 잔디밭에 출입이 불가능하도록 줄로 막아뒀다.

뚝섬공원과는 다르게 오후 10시쯤 공원 내에서 술자리를 벌여 단속에 걸린 시민은 없었다. 보통 연트럴파크에서는 잔디밭에 돗자리를 깔고 취식이나 음주를 즐기는 식이지만, 출입이 불가능하게 줄로 막아둬 음주도 줄었다. 또 경의선 숲길공원 인근에 연남파출소가 있어 언제든지 단속에 걸릴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하는 모습이었다.

그동안 사람들이 드나드느라 맨땅이 보일 정도로 상해있었던 연트럴파크의 잔디는 성인 발목을 넘을 정도로 자랐다. 이날 오후 10시 이후 연트럴파크를 오가는 시민은 강아지를 산책시키러 나왔거나, 인근 벤치에 앉아 이야기를 나눴다. 연남동을 찾은 정호진(32)씨는 “친구 한명과 오후 10시까지 술을 먹다가 헤어지고 가는 길인데, 오후 11시까지만 영업을 하게 하면 딱 좋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했다”며 “하지만 연트럴파크에서는 단속이 심해서 과태료 문다는 얘기를 들어 아쉬움을 뒤로 한 채 귀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5일 오후 10시쯤 마포구 연남동에 위치한 '연트럴 파크'로 알려진 경의선 숲길의 모습. 최연수 기자

지난 5일 오후 10시쯤 마포구 연남동에 위치한 '연트럴 파크'로 알려진 경의선 숲길의 모습. 최연수 기자

뚝섬공원, 단속 없는 편의점에서 술 사 오는 시민도

지난 5일 뚝섬한강공원내에서 시민들이 버리고 간 캔맥주들. 김아라 인턴기자.

지난 5일 뚝섬한강공원내에서 시민들이 버리고 간 캔맥주들. 김아라 인턴기자.

하지만 ‘꼼수 음주’는 여전했다. 뚝섬한강공원에서는 오후 11시 이후 단속반이 사라지자 곳곳에서 맥주를 사 오는 사람들이 등장했다. 이날 뚝섬공원을 찾은 박모(20)씨는 “뚝섬공원을 일주일에 한 번씩은 찾는데 4단계 된 이후로 상황이 좋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몰래 마시는 사람들이 있다”고 했다.

뚝섬공원 내 편의점에서는 오후 10시 이후로 술 판매가 금지됐지만, 이를 알고 다른 편의점 사서 공원에 들어오는 식이다. 한강공원 인근의 한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A씨(23)는 “오늘 오후 10시 이후 10여명의 손님이 술을 사 갔다”며 “한강공원 내 편의점이 술을 판매하지 못하니까 여기로 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한강사업본부는 서울 내 11개 한강공원에서 지난달 9~25일까지 순찰에 나서 음주 84건을 단속해 과태료를 부과했다. 1차 계도에도 불응, 2차로 방역수칙을 위반한 경우다. 같은 기간 단속 인력은 누적 3209명(직원 1348명, 경찰 1861명)이었고, 계도 건수는 6024건이었다. 지난 7월 출범한 서울시 자치 경찰위원회의 도움으로 하루 100여명이 순찰에 합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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