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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이 손 부들부들 떨었다" 요즘과 다른 그때 한미훈련 [뉴스원샷]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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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재 군사안보연구소장의 픽 : 한·미 연합군사훈련

한ㆍ미연합군사훈련을 놓고 세상이 시끄럽다. 더불어민주당과 범여권 국회의원들 74명은 5일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연합훈련의 조건부 연기를 제안하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반면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같은 날 “(남북)통신선 막 회복한 거 가지고, 지금 시간도 촉박하지 않겠나. 그런 상황에서 어렵다고 본다”며 ‘연기 불가론’을 밝혔다.

지하 벙커에서 한ㆍ미 군 장병이 연합군사훈련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 미 공군]

지하 벙커에서 한ㆍ미 군 장병이 연합군사훈련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 미 공군]

앞서 북한의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은 1일 “며칠간 한미 합동군사연습이 예정대로 강행될 수 있다는 기분 나쁜 소리를 계속 듣고 있다”며 “한국이 어떤 결정을 하는지 지켜볼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지금과 같은 중요한 시기에 진행되는 군사연습은 북남 관계의 앞길을 더욱 흐리게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일단 연합훈련은 연기가 불가능하다. 이번에 훈련을 못 하면 올 하반기를 건너뛰는 것이다.

훈련에 참가하는 미국의 주방위군과 예비군은 이미 동원됐고, 그에 대한 비용을 반영했기 때문이다. 주방위군과 예비군은 유사시 한반도로 급파하는 증원 전력의 핵심이다. 또, 미 국방부는 평소 생업에 종사하는 이들에게 ”사정상 이달 훈련을 늦춰야 한다“고 통보하기가 난감하다.

북한의 논리는 이렇다. 연합훈련은 ‘북침전쟁 연습’이기 때문에 대화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반도 남쪽에서 한·미가 병력과 장비를 동원하면 북한에겐 부담스러울 것이다.

그런데 연합훈련은 2018년부터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대규모 야외기동훈련(FTX)을 생략했다. 이후 지휘소 안에서 지휘부와 참모진이 컴퓨터시뮬레이션으로 다양한 상황에 대처하는 연습(CPX)만을 벌어왔다.

물론 연합훈련이 북한에게 위협적인 때가 있었다. 1994년까지 실시했던 연합훈련인 팀스피릿의 경우 1984년엔 20만 7000여명을 투입했다. 냉전 당시 최대 규모의 FTX로 평가됐다.

당시 북한은 팀스피릿에 맞서 군사력을 동원해야만 했다. 북한 김일성 주석은 84년 에리히 호네커 동독 공산당 서기장에게 “(한ㆍ미가) 팀스피릿 훈련을 벌일 때마다 우리는 매번 노동자들을 군대로 소집해 대응해야 하며 이 때문에 1년에 한 달 반 정도 노동력에 차질이 생긴다”고 말했다.

1993년 김일성 주석을 만났던 개리 애커맨 미 하원 의원은 “(김일성은) 팀스피릿을 거론할 때,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고 말할 정도였다.

하지만 팀스피릿은 예전 얘기다. 현재 한ㆍ미의 FTX는 대대급 규모에서만 한다. 이 정도 병력으로 전쟁을 일으킬 순 없다.

또 CPX는 1부 방어에 이어 2부 반격 순으로 이뤄진다. 2부 반격엔 한ㆍ미 연합군이 북한에 들어가는 내용이 들어가 있다. 그러나 이는 북한이 한국을 공격하면 이를 막아낸 뒤 전쟁을 수습하려고 진주하는 것일 뿐이다. 북한을 기습적으로 쳐들어가는 전쟁연습과는 거리가 멀다.

북한도 이 같은 내용을 잘 알 것이다. 다만 전략적 ‘꽃놀이패’로 연합연습을 걸고넘어지는 것이다.

김여정 부부장은 여권 내부에서도 서로 다른 목소리가 나오는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볼지도 모른다. 게다가 한ㆍ미 동맹에 틈이라도 벌어진다면 대박을 터뜨렸다고 박수를 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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