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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IRP 수수료 ‘0’…증권사의 ‘제살깎기’ 노림수는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김성일의 퇴직연금 이야기(88)

IRP계좌가 노후대책의 기본이란 인식이 확산하면서 가입자가 크게 늘고 있다. [사진 Carlos Muza on Unsplash]

IRP계좌가 노후대책의 기본이란 인식이 확산하면서 가입자가 크게 늘고 있다. [사진 Carlos Muza on Unsplash]

많은 사람이 IRP 계좌 보유를 노후대책의 기본으로 생각한다. IRP는 55세 이전 전·이직 시 강제 가입하는 것과 자신의 여윳돈으로 가입하는 것 두 종류가 있다. 물론 자산운용은 본인의 책임으로 이루어진다. IRP는 매년 1800만원까지 납입할 수 있고, 최대 700만원(만 50세 이상 2022년까지 연 900만원, 개인연금 합산 기준)까지 세액공제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총급여 5500만원 이하(종합소득 4000만원 이하)인 근로자는 세액공제율 16.5%(지방소득세 포함)가 적용돼 최대 115만 5000원을, 5500만원을 초과하면 공제율이 13.2%로 92만 4000원을 각각 공제받을 수 있다. 만약 단순계산으로 700만원을 기준으로 연간 최소 5%의 수익률을 올린다면 실질 수익률은 18.2~21.5%로 급상승하게 된다는 것이다. 실로 막대한 수익률이다. 단, 조건은 55세까지 해지하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왜냐하면 해지할 경우 받은 혜택을 다시 되돌려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통계를 보면 2021년 2분기(4~6월) 동안 가장 두드러진 수익률을 올리고 있는 IRP 사업자는 교보생명보험으로 28.79%를 기록했다(표 참조). 이 수익률은 세액공제를 제외한 적립금을 운용한 결과다. 증권사 중에는 신한금융투자(23.89%), NH투자증권(23.22%)이 선두권에 있다. 은행의 경우 IBK기업은행(21.70%), KB국민은행(21.45%)이 상위에 위치했다. 2분기 기준으로만 보면 생보사 두 곳의 수익률은 20%를 넘어 선방한 것으로 보이지만 다른 보험사들은 적립금 규모가 너무 작아 의미를 부여하기 힘들었다. 증권사의 경우 현대차증권을 제외하고 20% 언저리 수익률을 기록했다. 그 반면 은행은 IBK기업은행과 KB국민은행을 제외하고는 상대적으로 저조한 편이었다.

3년 수익률 1위는 미래에셋증권(5.44%)이었고 그 뒤로 KB증권(5.08%), IBK기업은행(5.05%) 순이다. 5년 수익률 1위는 미래에셋증권(4.69%)이었고 그 뒤로 신한은행(4.32%), 교보생명보험(4.25%)으로 나타났다.

위 〈표〉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IRP의 실적배당형 상품 수익률이 최근 높아진 것은 증시상황이 좋았기 때문이다. 아래의 〈그림〉과 같이 IRP의 실적배당형 상품 비중이 DB(확정급여)형이나 DC(확정기여)형보다 높아 주가 상승의 혜택을 봤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저조한 사업자는 현대차증권(2분기 13.70%, 3년 3.05%, 5년 2.64%)과 우리은행(2분기 15.86%, 3년 3.26%, 5년 2.83%)이었다.

IRP는 현재와 같이 주식투자 열기가 이어진다면 적립금이 꾸준히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그 이유는 우선 IRP는 여윳돈 위주의 자발적 가입이 대부분으로 IRP 제도를 이해하고 세액공제 혜택도 알고 있어 적립금을 유지해 나갈 가능성이 있다. 또 IRP 수익은 과세이연에 따른 복리의 마법이 기대된다.

퇴직연금 사업자도 IRP 마케팅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이의 예가 현재 증권사를 중심으로 한 개인 IRP 수수료 무료 경쟁이다. 수수료 ‘0’을 처음 내건 것은 삼성증권이다. 그동안 연간 0.1~0.5% 수준으로 받아오던 운용 및 자산관리 수수료를 없앤 것이다. 삼성증권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미래에셋증권, 유안타증권, 신한금융투자, KB증권 등도 수수료 면제를 선언했다. 사실 수수료 무료 마케팅은 증권사의 수익에 부담을 주기 때문에 손해를 자초하는 것이 되지만 앞으로 IRP 중심의 개인 자산운용이 가속화할 것이어서 고객 확대가 저절로 이루어질 것이란 계산에서다. 그만큼 향후 우리나라 투자 시장에서 IRP가 차지하는 잠재력이 크다는 이야기도 된다.

우리나라 퇴직연금사업자들은 실적배당형 상품에 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앞으로 사업자의 경쟁력은 장기투자, 분산투자, 증액투자, 복리투자를 최대한 활용해 고객의 투자 목적과 성향에 맞는 포트폴리오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제안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IRP 가입자는 미래의 퇴직연금 발전을 견인할 가능성이 크다. 이들은 실적배당형 상품을 스스로 운용을 할 만한 실력도 갖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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