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츠랩]요즘 누가 동전 쓰냐고? 구리 가격 오르자 비웃은 이 기업

중앙일보

입력 2021.08.07 10:00

업데이트 2021.08.24 15:06

구리는 열 전도성이 가장 뛰어난 금속 2등 입니다. 은(銀)이 1등인데 너무 비싸서 활용도가 떨어집니다. 구리는 반도체부터 자동차, 건설, 기계, 온수·냉방용 파이프, 전선까지 쓰임새가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경기 흐름과 연동돼서 가격이 움직입니다.

구리가 뛴다, 풍산

구리 가격은 코로나 회복세에 힘입어 올해 5월 1만754달러[런던금속거래소(LME) 기준]까지 갔다가 6월에 9000달러까지 떨어졌는데, 지금은 9700달러 언저리로 다시 올라와 있는 상태입니다.

구리 케이블. 셔터스톡

구리 케이블. 셔터스톡

6월에 구리값이 떨어졌던 건 중국 때문이었습니다.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자 중국 정부가 비축해 놨던 원자재를 시장에 풀어 가격을 낮춘 건데요. 그런데도 다시 오르는 걸 보면 아무리 중국이라도 시장 가격을 어떻게 할 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구리 하면 생각나는 국내 기업, 바로 풍산입니다. 이 회사 창업주 고 류찬우(1923~1999) 회장이 풍산 류씨(서애 류성룡의 12대 손)여서 회사 이름을 풍산으로 지었다고 합니다. 풍산은 구리를 가공해서 판(板), 봉(棒), 관(管), 선(線) 같은 걸로 만드는 신동(늘릴 伸, 구리 銅) 사업과 총알, 포탄을 만드는 방산 부문이 있습니다. 매출은 신동 65%, 방산 35% 비율인데 영업이익은 분기에 따라 그 반대인 경우도 있습니다.

·2분기 역대 최대 영업이익 달성, 구리 가격 급등 덕

·세계 소전(동전) 시장 51% 점유율, 유로화도 생산

·델타 변이로 글로벌 경제 우려, 中 수요도 불안정

무늬를 새기기 전의 동전을 소전(素錢)이라고 한다. 셔터스톡

무늬를 새기기 전의 동전을 소전(素錢)이라고 한다. 셔터스톡

풍산은 세계 소전(素錢; 금액이나 무늬를 새기기 전의 날 동전) 시장 점유율이 51%나 되는 숨은 강자이기도 합니다. 소전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중간 정도 밖에 되지 않지만, 이를테면 유로(Euro)화 동전도 풍산 제품입니다, 와우! 요즘 동전을 누가 쓰냐고 할 수도 있지만, 한국처럼 디지털 페이가 발달된 나라가 거의 없고, 옆 나라 일본만 해도 동전을 한 주머니씩 들고 다니며, 특히 개발도상국의 경우에는 동전 수요가 앞으로도 크다고 합니다.

이밖에 코로나 바이러스가 오래 머물지 못한다고 해서 동판 수요도 꾸준하고요. 최근에는 자동차 전장, 2차전지 등에 쓰이는 전기동 가격도 많이 올라 풍산에겐 호재 입니다.

정밀 유도 120mm 박격포탄. 셔터스톡

정밀 유도 120mm 박격포탄. 셔터스톡

방산 매출은 아시다시피 군 발주 계획에 따라 좌우되는데요. 최근엔 미국향 스포츠탄(레저 사격장 등) 판매가 잘 됐습니다. 풍산의 류진 회장은 미국 대선 때마다 공화당 인맥이 탄탄하다는 점이 부각되곤 하는데요. 지난 대선 땐 민주당 후보였던 바이든 대통령이 총기 규제를 시사하자 미리 사두자는 총기 ‘사재기’ 현상이 일어나며 풍산도 효과를 좀 봤다고 합니다.

칠레의 한 구리 광산. 셔터스톡

칠레의 한 구리 광산. 셔터스톡

그래서 풍산의 주가는 구리 가격 상승과 정비례할 전망인데요. 하반기 구리 가격은 각종 전장부품, 인프라 투자 등에서 수요가 늘고 있고, 공급은 부족한 상황이라 계속 오를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합니다. 특히 최근 세계 최대 구리 광산인 칠레 에스콘디다 광산 노동자들이 파업을 결의했는데요. 이에 따라 구리 가격이 올해 5월 기록한 역대 최고치를 경신할 거란 관측이 나옵니다.

사진 풍산

사진 풍산

이처럼 구리 가격이 최고치를 넘나들면서 풍산은 올해 사상 최대 이익을 기록할 전망입니다. 전기동 가격 상승으로 2분기 영업이익 1065억원을 내며 사상 최대의 분기별 영업이익을 보여줬는데요. 다만 최근 몇 달간 구리 가격이 조정을 받았기 때문에 3분기 영업이익은 상당히 감소할 것으로 보입니다. 또 델타 변이가 맹위를 떨치고 있어 글로벌 경제 성장세 둔화가 우려되고, 이렇게 되면 구리 가격 역시 하락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풍산이 재고로 쌓아둔 전기동 가격이 계속 올라줘야 하는데 당분간 큰 모멘텀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입니다.

방산부문의 경우 미국 탄약 수요가 계속 성장하리라는 보장도 없습니다. 철강과 마찬가지로 구리도 중국 수급 개선을 바라볼 수 있지만, 중국 수요는 현재 유동적입니다. 중국 기업들의 부채 리스크도 상존합니다. 달러 강세 역시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구리 가격이 굴곡이 있을지언정 꾸준히 오르리라는 기대감, 전기차향 구리 수요의 구조적인 증가 등을 바라보며 투자하는 게 좋겠습니다.

결론적으로 6개월 뒤:

구리야~ 올라라~
※이 기사는 8월 4일 발행된 앤츠랩 뉴스레터의 일부입니다. 건강한 주식 맛집, 앤츠랩을 뉴스레터로 만나보세요. https://maily.so/antslab

Innovation Lab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