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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해외 거주자의 서울 아파트, 상속?증여? 아니면 팔아?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최용준의 절세의 기술(86) 

미국에 거주하는 이 씨는 서울에 아버지 명의로 된 아파트 때문에 고민이 많다. 모든 가족이 미국에 이민 오기 전에 거주했던 아파트인데, 그동안 집값이 꽤 많이 올라 지금이라도 양도해야 할지 아니면 그냥 두어야 할지 고민이다. 한국의 지인들은 향후 재건축 등의 호재가 있어 더 오를 수 있으니 그냥 두었다가 상속이나 증여로 받으라고 하는데 과연 이 씨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해외에 거주하는 동안 꽤 많이 오른 집값으로 인해 부동산 처분을 고민하는 사람이 많다. [사진 pixabay]

해외에 거주하는 동안 꽤 많이 오른 집값으로 인해 부동산 처분을 고민하는 사람이 많다. [사진 pixabay]

해외에 거주하고 있어도 여전히 한국에 부동산을 보유하는 경우가 많다. 해외로 이주하면서 정리하지 않고 남겨둔 아파트가 오랜 시간을 지나면서 가격이 크게 올라 세금 문제로 고민하기도 한다. 해외에 거주하다가 사망할 경우 한국에서도 상속세를 내야 하는지, 집값이 더 오를 것이라고 판단해 미리 증여를 받는 것이 좋은지 등에  대한 문의가 많아지고 있다.

비거주자가 거주자보다 상속세 부담 커

이 씨는 부모를 따라 해외로 이주한 지 30년 넘었다. 당시 부모는 다시 돌아올 수 있다는 생각에 아버지 명의로 된 서울 아파트를 매각하지 않고 그동안 전세로 주고 있었다. 수년 전부터 아버지는 서울 아파트를 팔아 정리하든가 아니면 자녀들이 증여를 받으라고 했는데, 자녀들 모두 바쁘다 보니 결국 지금까지 오게 된 것이다. 사실 당시만 해도 서울 아파트 가격이 이렇게 오르리라고는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집값이 오른 만큼 증여세 부담도 늘어나다 보니 당시 증여받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운 이 씨 남매들은 차라리 그냥 두었다가 상속으로 받는 방법도 생각해 보았다. 상속을 받게 되면 각종 공제를 받을 수 있으니 오히려 세 부담이 줄어들 거라는 생각이다. 그러나 오히려 비거주자는 상속세 부담도 만만치 않다.

보통의 경우 상속세 계산 시 일괄공제 5억원, 배우자 공제 5억원(최대 30억원)을 공제받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래서 증여(자녀 공제 5000만원)보다는 상속(일괄공제 외 5~10억원 이상)받는 것이 세 부담이 더 가벼울 거라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상속공제 혜택은 거주자에게만 해당하고 피상속인인 아버지가 비거주자라면 기초공제 2억원밖에 공제받지 못한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

가령 상속 당시 아파트 시가가 30억원인 경우 피상속인이 거주자라면 상속세는 약 6억 2000만원을 내야 하지만 이 씨의 아버지와 같이 비거주자라면 약 9억 3000만원으로 상속세 부담이 훨씬 더 크다.

비거주자, 증여 이후 상속세 부담 피할 수 없어

상속세 부담에 놀란 이 씨 남매들은 증여받는 방법도 알아보고 있다. 이 씨를 포함한 4남매가 함께 4분의 1씩 나누어 증여받게 되면 증여가액이 분산되면서 증여세를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시가 30억원인 아파트를 이 씨 남매가 4분의 1씩 증여받을 경우 1인당 증여가액 7억 5000만원에 대한 증여세는 약 1억 6000만원 정도가 된다. 네 명 모두의 증여세를 합하면 약 6억 4000만원 정도가 되는 셈이니 상속세 부담보다는 가볍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미리 증여받더라도 증여세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비거주자 역시 증여 후 10년 내 증여자인 아버지가 사망할 경우 미리 증여한 재산을 합해 상속세가 계산된다. 그 경우 이 씨 남매가 증여세 외에 추가로 내야 할 상속세는 약 3억원 정도가 된다. 즉, 미리 증여하는 방법을 쓰더라도 증여세와 상속세를 합하면 총 9억 4000만원의 세 부담을 하게 되는 셈이다.

미리 증여받는 것과 나중에 상속받는 것의 차이가 크지 않다 보니 이 씨는 차라리 더 기다렸다가 추후 상속을 받게 되면 그때 매도해 상속세를 내는 것이 낫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세 부담 차이가 없다면 미리 증여세를 내는 것이 손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의 지인들은 이 씨 남매들에게 미리 증여받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권하고 있다. 왜 그럴까?

아파트에 재건축 등의 호재가 있다면 앞으로 가치 상승이 기대된다. 이런 곳을 추후 상속받게 될 때 아파트 시가가 더 오르면, 상속세 부담도 더 커진다. [사진 pxhere]

아파트에 재건축 등의 호재가 있다면 앞으로 가치 상승이 기대된다. 이런 곳을 추후 상속받게 될 때 아파트 시가가 더 오르면, 상속세 부담도 더 커진다. [사진 pxhere]

집값이 더 오른다면 상속보다는 증여가 유리 

아버지의 아파트는 재건축 등의 호재가 있어 앞으로 가치 상승이 기대되는 곳이다. 만일 지금 증여하지 않고 있다가 추후 상속을 받게 될 때 지금보다 아파트 시가가 더 올랐다면 어떻게 될지 생각해 보자. 가령 향후 아버지가 돌아가실 경우 당시 아파트 시가가 40억원으로 올랐다면 상속세는 약 14억원으로 부담도 더 커진다.

만일 지금 시가 30억원인 아파트를 이 씨 남매가 증여받는다면 앞서 설명한 대로 증여세로 약 6억 4000만원을 내야 한다. 그 이후 아버지가 돌아가시게 되면 상속세를 추가로 내야겠지만 상속세는 상속 당시 시가 40억원이 아닌 증여 당시 시가인 30억원으로 계산되기 때문에 상속세로 약 3억원을 더 내면 된다.

이처럼 미리 증여받을 경우 총 세 부담은 약 9억 4000만원인데 반해 기다렸다가 상속받을 때의 세 부담은 14억원으로서 약 4억 6000만원 정도 세 부담이 늘어나는 결과가 된다. 즉, 장기적으로 집값 상승이 예상된다면 추후 상속받을 때까지 기다리는 것보다 적극적으로 미리 증여받는 것이 세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물론 아파트를 양도한 후 양도세를 제외한 나머지 현금을 미국으로 가져가 미국에서 증여하는 방식으로 한국의 높은 증여세와 상속세 부담을 피해갈 수도 있다. 비거주자인 아버지가 비거주자인 자녀에게 미국에서 증여하는 경우 한국은 과세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랜 기간 보유해 그 양도차익이 큰 경우 양도세 부담도 증여세 부담 못지않게 크다는 점을 고려하여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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